입력 : 2021.08.18 11:16
[땅집고] 지난해 7월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세난이 심화하면서 아파트 대신 빌라(연립·다세대)를 찾는 수요자들이 증가한 가운데 서울 곳곳에서 ‘깡통주택’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깡통주택이란 매매가격보다 전세보증금이 더 높거나 비슷한 집을 말한다. 집값이 떨어질 경우 집주인의 주택담보대출 금액이 줄어들면서, 깡통주택 세입자들이 임대차계약이 끝난 후에도 전세금을 제 때 돌려받지 못하거나 최악의 경우 보증금을 떼일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18일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지어진 서울 신축 빌라의 상반기 전세 거래는 총 2752건이다. 이 중 739건(26.9%)이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격 비율) 90%를 넘긴 ‘깡통주택’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보증금이 매매가와 같거나 더 높은 경우도 19.8%(544건)에 달했다.
서울에서 깡통주택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강서구다. 전세 351건 중 290건(82.6%)이 전세가율 90%를 상회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화곡동이 252건으로 강서구 깡통주택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화곡동은 인근 목동·마곡동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집값이 낮으면서 서울 지하철 5호선 화곡역 및 2·5호선 까치산역을 이용할 수 있어 실거주 수요가 많은 동네로 꼽힌다.
도봉구 깡통주택 비율이 51.2%로 두 번째로 높았다. 총 40건 전세거래 중 전세가율 90%를 넘는 전세가 22건(55%)이었다. 이어 ▲금천구 51.2% ▲양천구(48.7%) ▲은평구 42.5% ▲관악구 34.5% ▲구로구 29% 등 순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선 빌라 건설 사업자의 마케팅 전략 특성상 최근 신축 빌라에서 깡통주택 사례가 많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빌라 건설 사업자는 건물을 준공하면 집주인보다 세입자를 먼저 구하곤 한다. 통상 분양가를 전액 지불하면서까지 빌라를 매수하려는 수요가 없기 때문에, 세입자를 먼저 입주시켜야 매수자를 찾기가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즉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보태면 매수자가 최소한의 지금으로 빌라를 살 수 있는 점을 이용한 수법이다.
다방 관계자는 “최근 전세 수급 불균형과 시세 급등 현상이 심화하면서 신축 빌라를 중심으로 깡통주택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빌라의 경우 아파트만큼 매매가 쉽지 않고, 시세도 들쭉날쭉하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전세보증금을 떼일 가능성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라고 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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