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8.13 06:22 | 수정 : 2021.08.13 06:38
[땅집고] “신혼희망타운 아파트 소유주인데, 거주하고 싶진 않아서 전세로 내놓으려고 합니다. 전세 보증금이 분양가보다도 높아져서 기분 은 좋네요.”
최근 경기 평택시에서 입주를 시작한 첫 신혼희망타운 ‘평택고덕 LH 르 플로랑’에서 전세 매물이 대거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신혼희망타운은 정부가 무주택 신혼부부 주거 안정을 위해 저렴한 분양가로 공급한 아파트인데, 정작 분양받은 신혼부부들은 상당수가 임대를 놓아 시세 차익을 얻으려 하는 셈이다. 최근 분양가 상한제를 통해 공급된 민간 아파트들과 달리 실거주 제한이 없고, 주택형(46~55㎡) 자체가 너무 작아 ‘예고된 일’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평택 고덕LH 르플로랑’은 고덕신도시 1단계 부지에 들어선 891가구 규모 아파트다. 2018년 말 공사를 시작해 지난 9일 신혼희망타운 아파트로서는 처음으로 입주를 시작했다. 2019년 1월 모집 당시 965명이 청약해 62가구가 미달됐다. 전용 55㎡에서는 전 가구 분양을 성공했지만, 전용 46㎡ A타입과 B타입에서 각각 42가구와 20가구가 미달됐다.
12일 기준 ‘평택고덕 LH 르 플로랑’에 등록된 전월세주택은 전세가 110건(동일매물 제외), 월세가 28건에 달한다. 이 단지는 공공분양과 희망타운이 섞여 있어 구분이 어렵지만 최소한 전체 단지 기준으로 8채 중 1채는 수분양자가 직접 거주하지 않고 임대하는 셈이다.
이 아파트 소유주들이 입주 시기에 전세를 놓을 수 있는 것은 입주자 모집 공고 당시(2018년) 시점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분양돼 실거주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정한 신혼희망타운 전매·실거주 요건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를 제외한 곳에서 분양된 신혼희망타운은 분양가가 입주자 공고 당시 시세(최근 1년 가격 평균)보다 분양가가 비싸면 실거주 의무가 없고, 3년간 전매만 제한한다’는 규정이 있다.
분양 당시 가격은 낮지 않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덕에 집값이 폭등해 분양 받은 사람들은 충분한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다. 매물로 나온 전셋집의 보증금 호가가 분양가보다 수천만원 높다. 전용 46㎡ 주택형의 경우 평균 1억9800만원이었는데 현재 보증금 호가는 2억5000만~2억7000만원에 달한다. 전용 55㎡의 경우 평균 2억3600만원에 분양했는데, 보증금 2억7000만~3억1000만원에 매물로 나와있다.
KB국민은행 부동산 시세에 따르면 2019년 1월 기준 평택시 고덕면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억3742만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해 5월부터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해 매달 가파른 상승을 거듭한 결과 올해 7월에는 평균 5억9614만원까지 치솟았다. ‘평택 고덕LH 르플로랑’은 전매제한 단지로 시세가 나오지 않지만, 인근 단지를 기준으로 볼 때 전용 55㎡ 기준으로 예상 시세 차익은 최소 3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평택 고덕LH 르플로랑’ 아파트가 대거 전세로 나온 것은 집 자체가 너무 작아 1인가구 직장인들에 더 적합하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게다가 고덕신도시 일대 아파트들은 대부분 전용 84㎡ 이상의 주택형으로 이뤄져 소형 아파트가 드물다. 인근 고덕첨단산업단지 내 근무하는 30대 근로자 A씨는 “넓고 비싼 84㎡보다는 1억원 이상 저렴한 신혼희망타운 내 전세가 적당한 것 같아서 집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반면 신혼부부가 실거주하기에는 주택 면적이 좁고 구조가 불편하다. 이 아파트 전용 46㎡는 방이 2개에 주방과 거실이 일체형으로 이뤄져있다. 침실 하나의 크기가 1평이 조금 넘는다. 전용 55㎡는 방이 3개지만, 안방을 제외하면 침대를 놓을 수도 없을 만큼 작다.
앞으로 신혼희망타운 입주가 본격화하면서 소형 주택들이 전세 매물로 제법 많이 쏟아져 나올 수도 있다. 오는 9월부터 입주를 시작하는 경기 하남시 학암동 ‘LH위례신혼희망타운’도 벌써부터 세입자를 구하는 전세 매물이 올라오고 있다. 이 단지는 해외거주 등 특별한 사유에 한해 임대가 허용된다. 그밖에 2022년 입주를 앞둔 신혼희망타운은 남양주별내 A25블록, 화성동탄2 A104블록, 하남감일 A7블록 등이 있다.
정부가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으로 홍보했던 신혼희망타운이 임대용으로 쏟아져 나오는 것은 당초 공급취지에 맞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한 전문가는 “상황에 따라 청약제도를 급조하다 보니 원래 취지에 맞지 않는 결과가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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