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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는 절대 추진 못해"…소규모 정비사업마저 흔들

    입력 : 2021.08.10 02:47

    [땅집고] 서울 마포구 상수동 상수역 인근의 노후 다가구·다세대주택 30 가구 소유주는 지난 2·4대책을 통해 도입된 ‘소규모 재개발’ 제도를 이용한 정비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곳에서는 기존에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을 하려다 주민 3~4명의 반대로 수포로 돌아간 바 있다. 주민들은 소규모 재개발이 유일한 희망이라고 여기고 있다. 하지만 지구지정 요건인 주민 80% (24명)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가 많다. 지난 7월 이후 이 아파트를 매입한 사람은 새 아파트를 받을 수 없고 무조건 현금청산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땅집고] 서울 마포구 상수동 일대 소규모 재개발 사업이 가능한 저층 주거지. / 김리영 기자

    서울 주요 노후 주택 밀집지에서 추진 중인 ‘소규모 재개발’에서 지난 7월 말 개정된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의 ‘현금청산’ 조항이 ‘독소 조항’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용식 서울특별시건축사회 도시주택공급위원회 위원장(수목건축 대표)은 땅집고 인터뷰에서 “소규모 정비사업은 토지등소유자 80%(토지면적 기준 2/3)의 동의를 확보해야 지구 지정을 거쳐 본격적인 사업을 추진할 수 있지만, 이 법의 규정에 따라 현금청산을 받게 되는 토지주는 사업에 반대할 수밖에 없어 동의율을 확보하기가 매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서 위원장은 서울시 가로주택정비사업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해 활동했으며, 자율주택정비사업 국내 1호 브랜드인 ‘옐로우 트레인’을 론칭한 국내 소규모 주택개발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 1~2명만 반대해도 무산되는데…2·4대책 ‘현금청산’이 발목잡아

    [땅집고] 소규모 재개발 사업 개요. / 국토교통부

    소규모 정비사업은 노후도 기준을 충족한 5000㎡ 미만의 역세권이나 준공업시설의 저층주거지를 대상으로 한 개발 사업의 유형이다. 2·4대책의 정비사업방식 대부분이 공공 주도로 토지를 수용하는 방식인 것과 달리, 소규모 재개발의 경우 일반 재건축·재개발처럼 민간이 단독으로 사업 진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기존 가로주택·자율주택정비사업과 달리 주택이 없는 상공업지역에도 적용 가능하다. 용적률이 기존 300%에서 700%까지 늘고, 사업비의 50% 범위 내에서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땅집고] 소규모 재개발 사업 인센티브. / 국토교통부

    소규모 재개발은 이런 장점 때문에 초기 동의율을 25%만 확보해 사업을 시작하기는 쉽다. 하지만, 실제 지구지정 요건인 80%까지 동의를 받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일반적인 재개발 사업에서도 사업을 반대하는 사람이 10~20% 정도는 나오는데, 현금청산 규정이 구조적으로 추가적인 사업 반대 주민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규모 재개발의 근거가되는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은 지난 7월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오는9월부터 시행된다. 통과한 법안 부칙 3조에는 “국회가 의결한 날의 다음 날부터 토지 등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기 위한 등기를 마쳐 토지등소유자가 된 자는 분양을 신청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다. 즉, 7월 본회의 통과 이후에 노후 빌라를 사는 경우 소규모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더라도 새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땅집고] 소규모 재개발 사업 우선공급권 관련 법령. /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


    서 위원장은 소규모 재개발 특성상 반대하는 사람이 몇 명만 있어도 사업성이 떨어져 추진 여부가 불투명한데, 이처럼 구조적으로 반대할 사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조항이 있으면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2·4대책을 만들 때 투기 방지 대책에 너무 중점을 둔 나머지 현실적으로 사업이 진행될 수 없는 구조를 만든 측면이 있다”며 “소규모 정비사업 추진 자체가 불가능해지면서 주택 공급에도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 위원장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부동산 펀드나 리츠, 신탁사, 주택 건설사 등 주택 공급자가 소규모 재개발 사업지에서 주택을 팔고 나가려는 주민들의 빌라를 일괄적으로 사들여 주택으로 공급하는 경우에는 우선 공급권을 인정해 시세대로 사업비를 회수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으로는 주택 건설사업자 등 주택을 공급하려는 주체가 조합원이 되어도 무조건 현금청산을 해야 한다. 서 위원장은 “1~2명 때문에 사업 자체가 무산되는 것을 방지하고, 사업자가 반대자들의 주택을 일괄적으로 사들일 경우 약 10~20% 정도는 임대주택 등도 더 공급할 수 있도록 해 공공성을 확보하면 된다”고 했다.

    [땅집고] 서용식 위원장은 부동산 초기자금지원펀드가 소규모 재개발 사업지의 집을 팔고 나가려는 주민들의 주택을 사들인 경우 우선공급권을 줄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 수목건축

    주택건설 업계에선 소규모 재개발이 활성화하려면 현행 법에서 몇 가지 조항을 개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시행 예정인 법에 따르면 사업지는 접근 도로가 둘 이상으로, 넓이가 각각 6m, 4m 이상인 두 도로에 접해야 하는데, 이를 주택법에 따라 6m 이상인 하나의 도로에만 접해도 가능하도록 법을 수정해야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진다고 보고 있다. 사업 자체가 소규모여서 6m 도로만 있어도 주민들의 교통에 큰 문제는 없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서 위원장은 또 소규모 개발에서 용적률 완화에 따라 늘어난 면적의 50%는 임대주택과 상업시설 등을 지어 지자체에 기부채납해야 하는데, 소규모 정비사업에 한해 이를 일부 완화하고 주민을 위한 커뮤니티 시설을 짓는 것으로 대체하는 제도를 제안했다. 서 위원장은 “소규모 정비사업으로 들어선 새 아파트는 아무래도 1~2동짜리 나홀로 아파트가 되는 경우가 많아 임대주택보다는 기부채납 4분의1에 해당하는 면적은 커뮤니티 공간을 짓도록 하면 사업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소규모 정비사업은 그렇지 않아도 사업성이 매우 떨어지기 때문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공급자 입장에서도 사업성을 확보하도록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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