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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현상에 기가 찬다"…이젠 전세금 '삼중 가격'까지

    입력 : 2021.08.04 03:44

    용인 신봉지구 전경

    [땅집고]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최근 두 달 동안 전세 거래된 이 단지 84㎡ 보증금 가격이 크게 세 금액대로 나뉘어 눈길을 끈다. 지난 6~7월 전세 거래가 총 12건 체결됐는데, 보증금은 ▲4억8000만~5억7750만원 4건 ▲7억3000만~9억5000만원 3건 ▲10억~10억5000만원 5건 등으로 각각 다르다. 강북 대장주로 꼽히는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관측된다. 이 아파트 84㎡가 지난 7월 ▲10일 6억6000만원 ▲4일 9억8000만원 ▲17일 10억5000만원에 각각 전세 계약돼, 보증금 금액대가 ‘삼등분’됐다.

    지난해 7월 새 임대차법이 시행한 지 1년이 지났다. 그동안 새 임대차법으로 인해 나타난 부작용 중 하나로 ‘전세 이중 가격’이 꼽혔다. 같은 아파트 단지더라도 전·월세상한제(5% 룰)를 적용받는 갱신 계약과, 이를 적용받지 않는 신규 계약의 전세금 차이가 많게는 2배 가까이 벌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그런데 최근 시장에선 이중 가격을 넘어 ‘삼중 가격’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같은 달 체결된 전세거래인데도 전세보증금 금액대가 크게 세 개로 나뉘고, 각 금액대별 격차는 수억원에 달한다. 전세 시장에서 이 같은 삼중 가격 현상이 자리잡게 된 이유가 뭘까. 결론부터 말하면, 주택시장 교란의 주범인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만든 규제로 생겨난 기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집주인 “실거주하겠다” 엄포에…보증금 수억원 올려주고 재계약하는 세입자들

    용인 신봉지구 전경

    전월세 시장에 3중 가격이 형성된 것은 다음과 같이 해석할 수 있다. 첫 번째 가격은 계약갱신청구권을 써서 기존 보증금에서 5% 이내 증액한 금액, 두번째 가격은 계약갱신청구권 대상 임대주택이지만, 세입자와 집주인이 ‘어떤’ 합의를 해 기존 보증금 대비 최대 수억원 증액한 금액 세 번째 가격은 새 임대차법을 적용받지 않아 최고가 수준으로 형성된 금액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계약갱신청구권을 쓰지 못하고 보증금을 수억원 올려 기존 전셋집을 재계약하는 세입자들이 수두룩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새롭게 등장한 가격은 ‘두번째 가격’이다. 현행 계약갱신청구권은 임대차3법 중 하나로,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임대차계약 갱신을 요구하면 집주인이 이를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한 번만 사용 가능하며 전세의 경우 계약 기간을 최대 2년까지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쓸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집주인(직계존비속 포함)이 해당 주택에 실거주하는 때다.

    이 때문에 세입자가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두고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겠다”고 하면, 집주인이 “내가 직접 실거주할 계획이니 방을 빼 달라”고 대응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그러면 전셋집을 급하게 구하기 어려운 세입자들은 계약갱신청구권을 쓰지 않는 대신, 집주인과 모종의 합의를 시도한다. 그 결과 나타난 것이 5%보다는 높게, 현 시세보다는 낮게 전세보증금 최고시세의 70~80% 정도 금액으로 재계약을 맺게 된다. 즉 집주인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 목돈을 챙기고, 세입자는 적당한 타협으로 기존 전셋집을 지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용인 신봉지구 전경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선 이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84㎡는 최근 ▲6월 28일 4억8000만원 ▲7월 5일 7억3000만원 ▲7월 7일 10억5000만원에 각각 전세 계약됐다. 거래 시기는 최대 2주 차이에 불과한데도, 전세보증금은 금액대별로 2억5000만~3억2000만원씩 격차가 난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3단지’ 95㎡도 마찬가지다. ▲7월 13일 6억5000만원 ▲6월 10일 9억원 ▲6월 21일 10억7000만원에 전세 거래 체결돼, 보증금이 크게 세 금액대로 갈렸다.

    용인 신봉지구 전경

    전문가들은 새 임대차법 도입으로 세입자들이 극심한 피해를 보고 있지만, 현 정부가 해당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정책을 수정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본다. 심지어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인 윤호중 의원(경기도 가평)은 임대기간 4년 종료 뒤에도 임대료 인상폭을 규제하는 방안까지 언급했다. 전월세 시장에 추가 규제가 나오면 더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겠지만, 통상 더불어민주당은 이런 경고를 무시하는 편이다.

    심형석 미국 IAU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 정부의 전·월세법은 민주당 180석이 힘으로 통과시킨 대표적인 법안이어서 쉽게 정책 실패를 인정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 또 다른 부작용과 고통을 만들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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