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7.28 03:56
[땅집고] “용인 아파트를 한 채 샀는데, 나중에 선배들에게 말하니 ‘너는 집을 왜 샀냐’며 ‘올림픽 메달리스트는 서울에 아파트 우선분양권이 있다’고 하더라. 저는 아무 것도 몰랐죠.”
지난 4월 전 유도 국가대표였던 조준호 선수가 MBC ‘라디오 스타’에 출연해 이런 말을 화제가 됐다. 조 전 선수는 2012년 런던올림픽 유도 남자 66kg 이하급에서 동메달을 땄다. 이후 유도체육관을 차렸는데, 코로나19로 영업이 중단되면서 형편이 어려운 와중에 경기 용인에 테라스가 딸린 아파트 한 채를 매입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무주택자 지위를 상실하면서 메달리스트에게 주어지는 서울 아파트 우선분양권을 놓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 것이다.
도쿄올림픽이 한창인 가운데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의 메달 획득과 최근 주택 가격 급등이 맞물리면서 조 전 선수의 당시 발언이 뒤늦게 관심을 끌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서울 집값이 폭등해 서민은 다 힘들어하는데, 정부가 메달 딴 선수에게만 서울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특혜를 주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는 것.
그러나 현행 법에 따르면 정부가 올림픽 메달리스트에게 ‘서울 아파트 우선분양권’을 주는 것은 아니다. 대신 전국에서 민영아파트를 분양할 때마다 나오는 특별공급 물량의 10%인 ‘기관추천’ 전형 중 ‘우수선수 주택’으로 배정되는 아파트에 청약할 기회를 준다. 전용 85㎡ 이하만 우수선수 특별공급으로 배정한다. 입주자모집공고일 기준 해당 아파트 건설 지역에 거주 중인 무주택 선수만 신청이 가능하다.
메달리스트가 아파트 특별공급 대상에 포함된 건 1983년부터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정부가 선수들에게 동기부여 차원에서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제 35조 제 1항 22호에 따르면 올림픽대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세계선수권대회(국제경기연맹·국제대학스포츠연맹·아시아경기대회조직위원회 등이 주최하는 대회로서 단체경기의 경우에는 15개국 이상, 개인경기인 경우에는 10개국 이상이 참가한 대회여야 함)에서 3위 이상 성적으로 입상한 우수선수들에게 아파트 특별공급 신청 자격이 주어진다.
대한체육회가 각 회원종목단체에게 우수선수 특별공급 신청 희망자 목록을 받고, 국제대회별 평가점수표에 따라 각 선수들에게 점수를 매겨 우선순위를 가린 뒤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민간시행사에게 전달한다. 올림픽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라면 90점을,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수상한 선수는 1점을 받는 식이다. 우수선수 특별공급 대상자 중 대부분은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는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종목별 협회 홈페이지를 보면 기관추천 우수선수 특별공급과 관련한 공지가 올라오는 게시판이 따로 있다. 단지별로 적게는 1~2가구, 많게는 10가구 정도 모집한다. 예를 들어 2016년 경기 과천시 ‘래미안센트럴스위트’에서는 단 1가구, 2018년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자이개포’에서는 2가구만 모집했는데, 지난 4월 인천시에 분양한 ‘검단신도시 우미린파크뷰’에선 10가구를 모집했다. 올 들어 우수선수 특별공급 물량으로 배정한 주택은 총 16개 단지, 54가구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2곳 7가구 ▲인천·경기 10곳 41가구 ▲세종 2곳 5가구 ▲기타지방 1곳 1가구 등이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라면 이 제도를 이용해 일반인보다 손쉽게 아파트 청약 당첨이 가능하다. 만약 2018년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분양한 ‘디에이치자이개포’ 84㎡에 청약 당첨된 선수라면 현재 예상 시세차익만 최소 17억원에 달한다. 이 아파트 84㎡ 분양가가 14억원 정도였는데, 현재 시세는 31억원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올 8월 분양하는 ‘세종자이더시티’에서도 우수선수 특별공급 주택으로 84㎡B 1가구가 배정됐다. 이 아파트 분양가는 4억1900만원으로, 9억원 정도 하는 주변 아파트 반값 수준이다.
공공분양의 경우 최근 5년 동안 우수선수 기관추천 특별공급으로 수도권 아파트를 분양받은 선수는 단 한 명뿐이다. LH에 따르면 해당 선수는 지난해 12월 의정부 고산 S3블록 59㎡A 주택에 청약 당첨돼 계약까지 마쳤다. 분양가는 2억7000만원 정도였는데, 이달 기준 최고 4억500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메달리스트에게 특별공급 기회를 주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불만도 나온다. “병역 면제에 국가대표 연금으로 수천만원씩 받는데, 새 아파트까지 챙겨줄 필요는 없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반면 “국가대표 선수로서 국위를 선양한 만큼 이 정도 특혜는 이해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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