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7.27 12:07 | 수정 : 2021.07.27 12:10
[땅집고] 정부가 2·4공급대책 핵심 사업으로 발표한 용산구 한강로 용산철도정비창 부지(정비창 부지)에 대한 1만 가구 공공임대주택 개발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울시는 이르면 올 11월 정비창 부지 개발에 대한 마스터 플랜을 내놓는다는 계획이지만, 최근 무리한 주택 공급보다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제업무지구 조성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주택 공급 확대에 방점을 두는 정부와 서울시가 엇박자를 내면서 ‘서울 도심 1만 가구 공급’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6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용산정비창 부지는 서울 도심에 남아 있는 마지막 대규모 개발 가능지”라며 “개발에 앞서 자치구 협조가 필요하고 주민 의사도 중요하다”고 했다. 오 시장은 그러면서 “용산정비창 관련해 무리한 주택 공급보다 제대로 된 국제업무지구 조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세우는 ‘1만 가구 공급’에 대해 일정 부분 반대의견을 밝힌 것이다. 서울시는 이르면 오는 11월 까지 정비창부지 개발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도시개발계획 수립은 2023년까지 마친다는 방침이다.
오 시장은 서울시장 후보 신분이던 지난 2월에도 “용산은 미군기지 이전과 용산정비창 부지 등 서울에서 활용 가능한 마지막 기회의 땅”이라면서 “서울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마지막 공간이 임대주택 공급 부지가 돼선 안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또 “용산전자상가 일대를 아시아의 실리콘밸리, 프랑스 파리의 유명 상업지구인 ‘라데팡스’처럼 탈바꿈시키겠다”고도 했다. 이 같은 오세훈의 시장의 발언은 사실상 기업 유치 등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 도시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용산정비창 부지를 개발하려면 서울시가 도시개발사업 지구 지정과 실시계획 인가를 해줘야 한다. 이 때문에 서울시가 개발 플랜을 수정하면 정부 계획대로 주택을 공급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용산정비창 부지 개발 계획에 대해 “국제업무지구로의 성격과 특성에 맞게 주거·업무 기능이 적절히 혼합된 비율로 개발 계획이 세워질 것”이라고 했다.
■ 전문가들 “1만 가구 공급 쉽지 않을 것”
전문가들 사이에선 집값이 올랐으니 서울이라는 도시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핵심 부지에 임대주택 1만 가구를 지어 주택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과거 군사 독재 시절의 일방적인 국가 주도의 정책 결정 방식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택 시장에선 용산 정비창 부지가 갖는 위치나 한정된 부지 면적을 고려할 때 1만 가구 주택 공급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용산 정비창 부지는 중요한 도심 기능을 할 수 있는 부지로, 단기적 주택 시장 수급 불안 해소에 사용되기보다는 향후 서울의 국제적 위상과 기능을 제고할 수 있도록 개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중심부에 임대주택을 짓는다는 것은 도시의 국제적 경쟁력 측면에서도 맞지 않고, 주거 안정 효과도 크게 없을 것”이라며 “차라리 용산 지역 주택을 최고급화하거나, 상업·업무시설을 늘려 개발이익을 최대한 거두고 그 이익금으로 서울 다른 지역에 공공주택을 공급하거나 주택 바우처 등을 확대하는 방법이 주택 문제 해결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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