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7.23 03:05
[땅집고] 지난 20년간 아파트 건축비가 10배나 올라 집값 상승의 원인이 됐다는 시민단체의 조사 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문재인 정부 4년차인 2020년 아파트 건축비가 1평(3.3㎡)당 2000만원으로, 정권 초기(평당 1200만원)와 비교해 70%나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 4년 만에 30평 아파트 한채 기준으로 건축비가 3억6000만원에서 6억1000만원으로 급등했다고 주장한다. 특히 2020년 분양 건축비는 분양가 자율화 직전인 1998년(평당 194만원)과 비교하면 10배나 올랐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 4년 만에 30평 아파트 한채 기준으로 건축비가 3억6000만원에서 6억1000만원으로 급등했다고 주장한다. 특히 2020년 분양 건축비는 분양가 자율화 직전인 1998년(평당 194만원)과 비교하면 10배나 올랐다.
경실련이 발표한 건축비 상승폭은 다소 과장돼 보인다. 경실련이 2020년 분양 건축비 사례로 제시한 아파트는 그 해 2월에 후분양한 ‘상도동 롯데캐슬’인데, 이 단지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았다. 골조 공사 완료 후 후분양하면서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가 통제도 받지 않아 사실상 조합과 건설사가 임의로 분양가를 책정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대부분 선분양 단지들이 HUG 분양가 통제를 받아왔고, 작년7월부터 서울에서 분양가 상한제가 전면 시행된 점을 감안하면 이 아파트 분양가는 일반적인 분양가보다 훨씬 높다.
그렇지만 날이 갈수록 분양 건축비가 크게 오르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올해 5월 분양한 ‘래미안 원베일리’ 건축비는 1평당 1468만원이었다. 1998년 건축비 평당 198만원과 비교하면 7배 이상 높다. 아파트 건축비가 오르면 결국 분양가 상승의 원인이 된다. 아파트 건축비는 왜 이렇게 올랐을까.
■ 기본형 건축비, 노무현 정부 때 2배로 뛰었다
경실련이 발표 자료를 통해 아파트 건축비의 상승 원인으로 지목한 것은 크게 3가지다. 첫째는 ‘상도동 롯데캐슬’처럼 분양가 통제를 받지 않아 건설사가 임의로 건축비를 높게 책정한 경우다. 그런데 지난 7월부터 서울에서 분양가 상한제가 전면 시행됐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큰 의미가 없다.
경실련은 대신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는 단지의 건축비 기준이 되는 ‘기본형 건축비’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고 지적한다. ‘기본형 건축비’는 2007년 분양가 상한제와 함께 도입된 개념으로, 분양가 상한제에서 분양 원가 중 하나인 건축비를 책정할 때 기준이 되는 금액이다.
1999년 분양가 자율화 이후 2007년까지는 공공아파트만이 정부가 정한 ‘법정 건축비’에 따라 분양가 규제를 받았다. 경실련은 노무현 정부가 2007년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면서 법정 건축비를 공공아파트 건축 기준이 되는 ‘표준건축비’와 분양가 상한제의 기준이되는 ‘기본형 건축비’로 이원화했는데, 이때 ‘기본형 건축비’가 크게 뛰었다고 비판한다. 경실련 자료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 초기 ‘법정 건축비’는 평당 229만원이었는데 임기 말 도입된 ‘기본형 건축비’는 456만원으로 5년 만에 두배가 됐다.
기본형 건축비 상승액을 보면 노무현 정부 이후 큰 변화는 없다. 이명박 정부 75만원(16%), 박근혜 정부 67만원(13%), 문재인 정부 36만원(6%) 등이다. 문재인 정부 4년차인 2021년 3월 현재 기본형 건축비는 평당 634만원이다.
■ “가산비가 더 커…모든 주택에 동일 건축비 적용해야”
경실련이 지목하는 분양가 상승의 또 다른 주 원인은 분양가 상한제에서 기본형 건축비에 가산하도록 한 ‘건축비 가산비’가 과도하다는 것이다. 건축비 가산비는 암석지반 공사, 구조, 특화 설비, 친환경 주택 건설 등에 따라 기본형 건축비에 추가로 책정된다. 그러나 경실련은 “건축비 가산비는 이미 상당수 기본형 건축비 내 공사비 항목에 포함됐을 것으로 보이며, 분양가 상한제 하에서도 분양가가 크게 뛰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경실련은 지난 1월 서초구가 승인한 ‘래미안원베일리’가 건축비 가산비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했다. ‘래미안원베일리’의 평당 건축비는 1468만원으로 가산비(834만원)가 기본형 건축비(634만원)보다 더 크다. 표준 건축비(342만원)보다는 3배 이상 높아, ‘래미안원베일리’ 1채 지을 돈이면 공공아파트 3채를 짓고도 남는다.
경실련은 “건축비는 전국 어느 지역이든 동일한 재료와 동일한 인건비가 투입되므로 지역에 따라 차이가 발생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이를 근거로 “현재의 불투명한 ‘기본형 건축비’ 제도를 폐지하고, 건설 원가를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모든 아파트에 동일한 건축비 상한액을 적용하는 ‘진짜 분양가 상한제’를 전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건설업계 “아파트 다양화·고급화는 시장 흐름…통제 줄여야”
경실련 주장에 건설업계는 현실과 다르다고 반박한다. 분양가 통제를 위한 ‘기본형 건축비’는 인건비를 비롯한 물가 상승과 건설사 시장 참여를 위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느 정도 상승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것.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민 소득이 높아지고 소비자 눈높이도 높아졌기 때문에 과거 획일적인 주택에서 벗어나 평면 다양화·특화 설계 등 품질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기본형 건축비 외 가산비 책정도 필요하다”며 “통제를 강화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간섭을 줄이고 시장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건축비를 통제해 집값을 잡겠다는 발상 자체를 고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들어 실질적으로 HUG를 통한 분양가 통제가 강하게 이어져왔지만, 분양 물량이 뒷받침되지 않아 극소수 당첨자에게만 이득이 돌아갔을 뿐 전체적인 아파트값 안정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차라리 분양가 결정을 시장에 맞춰서 건설사가 고분양가 책정으로 이득을 올리도록 보장하면 주택 공급이 늘어나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혁 땅집고 기자 hsang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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