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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오면 무조건이지" 천안·동탄 주민들 고덕 우르르

    입력 : 2021.07.20 02:53

    [땅집고] “삼성 공장 때문에 집값이 올랐던 걸 경험했던 천안과 동탄 지역 수요자들이 많이 샀죠.”(경기도 평택시 고덕면 9시고덕파라곤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수도권 2기 신도시 중 선호도가 낮았던 평택 고덕신도시 집값이 지난달부터 급격히 오르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 6월 평택시 아파트값은 전달 대비 3.93% 올라 경기도에서 네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평택시 고덕면 고덕파라곤 85㎡(이하 전용면적)는 지난 5월 8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1월(6억5000만원)과 비교하면 1억8000만원 올랐다. 현재 호가는 9억원 대다.

    [땅집고] 경기 평택시 고덕면 파라곤 아파트. /전현희 기자

    서울 접근성이 좋지 않고 특별한 교통 호재도 없는 고덕신도시 집값이 오르는 것은 ‘삼성 효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근로자들이 거주하는 동탄2신도시와 충남 천안 집값이 급등했듯이 고덕신도시 집값도 상승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이 몰렸다는 것. 실제로 평택 삼성전자 공장 근로자 중 상당수는 동탄2신도시 등의 전세금이 급등하자 고덕신도시로 이사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 전철역 달랑 1개뿐인 고덕신도시…삼성 효과에 수요자 몰려

    고덕신도시는 수도권 2기 신도시 중 최남단이어서 서울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전체 면적은 약 1340만㎡이며 주택 5만7000여 가구가 들어선다. 아파트는 2019년 처음 입주했다. 서울 도심까지 직선거리로 30㎞ 정도. 서울 가는 전철은 1호선이 있지만 고덕신도시에서 1호선 서정리역까지 이동하려면 마을버스로 15분 정도 걸린다. 그나마 서정리역에서 서울시청역이나 강남역까지는 1시간 30분쯤 소요된다.

    이 같은 입지적 약점 탓에 고덕신도시는 주택 수요자에게 외면받았다. 그런데 최근 사정이 달라졌다. 지난달부터 평택 집값에도 불이 붙기 시작한 것. 평택시 고덕면 신안인스빌시그니처 96㎡는 지난해 10월 6억9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지난달 8억2000만원에 팔렸다. 1억3000만원 뛰었다. 고덕신도시 인근 오래된 아파트도 상승세다. 고덕신도시에서 1km 정도 떨어진 고덕면 태평아파트 59㎡는 지난달 1억7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지난 6일에는 2억1000만원으로 신고가를 경신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현지에서는 화성 동탄신도시와 천안에 나타났던 이른바 ‘삼성 효과’를 꼽는다. 고덕신도시 집값은 사실상 삼성전자 근로자들이 지탱하고 있다. 2017년 평택캠퍼스 1공장 준공 이후 삼성전자와 협력업체가 본격 입주하면서 관련 종사자들이 평택으로 유입하며 인구가 크게 늘어난 것. 올 7월 기준 평택시 인구는 55만명. 2019년 4월 50만명 돌파 후 2년 2개월 만에 5만명이 늘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평택 집값 상승은 풍선 효과라기보다 일자리 증가에 따른 인구 유입 결과”라고 분석했다.

    [땅집고]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위치. /전현희 기자

    [땅집고]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삼성전자

    투자자도 몰려들었다. 고덕신도시 신축 아파트 상승세가 주변까지 확산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한 것. 고덕면 9시고덕파라곤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화성 동탄과 용인 기흥 등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배후 도시 집값이 오르는 이른바 ‘삼성효과’를 경험했던 수요자들이 평택 아파트를 많이 사들였다”며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오래된 아파트에 매수세가 강했던 것도 삼성 효과 확산을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공급 부족해 당분간 강세…경기 꺾이면 타격 우려”

    현지에서는 평택시 집값이 당분간 상승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 주택 수요는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데 아파트 공급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 평택에는 삼성뿐 아니라 LG,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 대기업이 줄줄이 입주를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는 1·2공장에 이어 3공장(P3)이 내년 준공할 예정이다. 향후 5년 내 4~6공장도 설립될 예정이다. LG디지털파크, 브레인 복합단지 등 개발 호재가 풍부해 향후 15만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예상된다.

    반면 공급은 감소세다. 2019년까지만 해도 1만5000가구가 넘는 신축 아파트가 입주했지만, 지난해 6000가구에 이어 올해 7000여가구로 줄어든다. 류옥선 호박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전반적으로 입주 물량이 감소하고 임대차3법 탓에 전세 매물도 부족해 당분간 집값이 떨어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다만 부동산 경기가 하락장으로 돌아선다면 상대적으로 입지가 떨어지는 평택 등이 먼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평택은 교통 호재가 있어도 서울 접근은 쉽지 않은 지역”이라며 “수도권 공급 부족이 해소되면 미분양이 늘거나 집값이 하락할 위험이 있다”고 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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