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7.14 03:30
[땅집고] 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 삼성동에 짓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지상 105층 1개 동에서 지상 50층 3개동으로 줄이는 설계 변경이 늦어지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GBC는 작년 4월 착공 이후 현장에 높은 펜스를 쳐놓고 1년3개월째 터파기 공사만 하고 있어 사실상 공사가 중단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대외적으로 늦어도 연말까지는 추진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지만 내년 6월 지방선거로 넘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강남구가 105층 원안을 요구하는 데다 코로나19 사태를 감안해 급하게 설계 변경을 추진하기보다 영동대로 복합개발사업에 맞춰 시기를 조율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GBC는 현대차그룹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옛 한국전력부지에 짓는 신사옥으로 공사비는 105층 1개동 기준으로 3조7000억원에 이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14일 “설계변경에 대한 내부검토가 완료되는 대로 최대한 빨리 서울시와 협의에 들어갈 것”이라며 “늦어도 올해 연말까지는 신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또 “지금도 터파기 등 토목 공사는 계속 진행하고 있어 전체적인 공정에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그룹은 GBC개발사업단 인력과 조직도 일부 축소할 방침이다. 김인수 현대건설 부사장이 GBC개발사업단장에서 물러나고 이중열 상무가 그 자리를 이어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GBC시공단장인 최원호 현대건설 전무 등 다른 핵심 보직 인사도 단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40여명인 GBC개발사업단 규모도 줄어들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이 상무의 단장 보임은 GBC 설계 변경과 연관이 있다고 본다. 이 상무는 그동안 강남구와 봉은사 등 관련 이해 당사자들과의 대화 창구 역할을 해왔다. 강남구의 설계변경 반대가 그간 GBC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만큼, 이 상무의 단장 취임을 통해 본격적인 설계 변경 협상을 준비한다는 해석이다.
현대차그룹은 대외적으로는 연내에 설계 변경안을 확정해 강남구청에 제출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선 정순균 강남구청장이 설계 변경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어 협상이 쉽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이나 강남구청장 등 관련 지자체장이 바뀐다면 원점에서 논의를 다시 진행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른 분석도 있다. 당초 GBC 설계 변경 검토 배경이 외부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았기 때문인데, 자체 자금 부담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는 것.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GBC는 원래 정몽구 회장이 강력하게 추진했던 사업”이라며 “정의선 회장은 GBC사업은 추진하되 실속은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 설계 변경 방침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설계 변경으로 인해 GBC 준공 시점인 당초 2026년 12월에서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현대건설은 GBC 설계 변경에도 불구하고 공사 일정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GBC는 토목 공사 기간이 아직 2년 정도 남아있어 설계 변경에 상관없이 공사는 진행하고 있다”면서 “지난 6월30일 착공한 영동대로 복합개발사업을 먼저 진행하면서 GBC 설계 변경도 조율할 것으로 안다”고 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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