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지오 달고, 1억 오르고?" 중흥·대우 소식에 기대만발

[땅집고] 중견 건설사로 시공능력평가 10위권 밖인 중흥건설이 2조원이 넘는 초대형 인수합병(M&A)을 통해 건설사 시공능력순위 6위인 대우건설을 인수할 것으로 예상을 모으자 중흥건설이 시공한 아파트 입주민들 사이에서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졌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단지명을 ‘푸르지오’로 바꾸면 집값이 껑충 뛰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경기 시흥시 배곧신도시 ‘시흥배곧중흥S-클래스’ 온라인 지역 커뮤니티에서 주민들은 ‘중흥이 푸르지오를 인수할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실제로 이 단지 84㎡의 호가는 7월2일과 3일 사이 일제히 10억원대로 올랐다. 지난 6월까지 최고 실거래가는 8억원 수준이었고 호가도 6월 말까지 최고 9억원대였다.

시흥 정왕동의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배곧신도시에서 지난달 25일 84㎡ 기준 10억원에 팔린 단지가 나오면서 그 주변 단지 위주로 시세가 오르고 있는데, 대우건설 매각 소식 이후 ‘중흥S클래스’ 아파트 호가가 덩달아 뛰었다”고 했다.

지난 3월 입주한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영등포중흥S클래스’ 입주민들도 “중흥건설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면 우리 단지명도 바뀌는 것이냐”고 했다. 이 단지는 지난 6월6일 59㎡가 11억원에 거래됐다. 내년 11월 고양 덕은지구에 입주하는 ‘고양덕은중흥S클래스파크시티’ 주민들은 “중흥이 푸르지오 인수하면 브랜드 파워로 집값이 1억원쯤 더 상승할 것으로 기대해도 되느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는 중흥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내정하고, 내부 절차를 거친 뒤 다음주 초쯤 공식 통보하기로 했다.

중흥건설과 대우건설이 합병하면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업계 1, 2위권 건설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중흥건설의 재계 순위도 크게 뛴다. 중흥그룹은 올해 자산총액 9조2070억원으로 재계 47위다. 인수 후엔 자산총액이 19조540억원으로 증가해 20위권에 오른다.

하지만 변수도 있다. 경쟁사 대비 인수가격을 높게 쓴 중흥건설 측은 인수가를 내리지 않으면 입찰을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지난 2일 밝혔고, 이에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는 본입찰에 참여한 중흥건설과 DS네트웍스 컨소시엄 등 2곳에 다시 한번 인수 가격을 써내라고 재입찰을 통보했다. 지난달 25일 진행된 본입찰에서 중흥건설은 2조3000억원을,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은 1조8000억원을 각각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러한 매각 절차에 대우건설 노조 등 반대 여론도 만만찮다. 2일에는 이번 재입찰에 졸속·특혜매각 의혹이 있다며 이를 수사해달라는 국민청원이 등장했다. 청원인은 “대우건설 매각과정 관련, 졸속·특혜매각 의혹을 수사해달라”고 요구했다. 청원자는 입찰가를 높게 썼다는 이유로 재입찰을 진행한다고 하니, 특정업체를 밀어주기 위한 밀실·특혜매각이 아니면 무엇이냐”며 “정책금융기관이 주도하는 국가자산 매각을 이리도 졸속으로 진행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대우건설 노조 역시 현재 산업은행 측이 진행하는 대우건설 매각 절차가 비상식적이라고 비판했다.

전국건설기업노조 대우건설지부 역시 지난 2일 서울 을지로4가 대우건설 본사 앞에서 ‘매각대응 비상대책위원회’ 출정식을 열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대우건설 노조는 “산업은행과 KDB인베스트먼트가 매각주관사 선정 25일 만에 본입찰 강행이라는 비상식적 행보를 자행하고, 본입찰에는 예상대로 DS네트웍스 컨소시엄과 중흥건설 두 개 업체만 참여해 처음부터 ‘짜고 치는 판’이었음을 증명했다”고 주장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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