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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끝낸다니 "그만둘게요"…오피스 시장은 끝났다?

  • 함현일 美시비타스 애널리스트

입력 : 2021.07.02 03:04

[함현일의 미국&부동산] 오피스 위기 속 기회 잡기

[땅집고] 미국 시애틀의 아마존 본사. /조선DB

[땅집고] 얼마 전 아는 동생이 회사를 그만둔다고 했다. 근데 그 이유가 놀라웠다. 사무실로 출근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원래 다니던 회사가 원격근무(remote work)를 없애기로 하고, 직원 모두 사무실로 복귀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다. 그 친구는 자진 퇴사 후 바로 재택근무가 가능한 유럽 회사에 일자리를 찾았다.

최근 백신 보급으로 미국이 점차 일상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에 따라 회사들도 속속 재택근무에서 오피스 근무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문제는 직원들이 이미 재택근무 매력에 푹 빠졌다는 것. 보안관리 회사인 캐슬 시스템즈(Kastle Systems)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약 28%의 직원들이 사무실로 복귀했다. 매달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블룸버그 뉴스가 지난 5월에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39%가 재택근무가 없어지면 퇴사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밀레니엄 세대와 Z세대는 이 비율이 49%로 훨씬 높았다. 팬더믹이 끝나도 오피스가 예전만큼 북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그럼 투자 측면에서 전통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오피스는 계속해서 안전할까. 이 질문에 답을 찾아본다.

■오피스 중심은 끝났다?

우선 현재는 불안하고, 미래가 불확실한 것은 분명하다. 미국 전역에서 오피스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다. 2009년 이래 최고치다. 시장의 임대 면적 흡수율도 최저다. 2001년 닷컴 버블 이후 최악의 수요 감소를 경험하고 있다. 팬더믹 이전보다 오피스 공실률은 90%나 늘었다. 영영 오피스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 기업들도 많다. 대부분 테크 기업들이다. 2020년 5월 이미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앞으로 계속해서 상당수의 직원이 원격근무를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뒤이어 드랍박스(dropbox), 질로우(Zillow), 쇼피파이(shopify) 등이 같은 정책을 발표했다. 쇼피파이 CEO인 토비 뤼트케는 “오피스 중심은 이제 끝났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젊은 인력을 끌어들이던 대형 테크 기업의 상징적인 오피스 캠퍼스 개발은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예전에는 애플과 페이스북, 구글의 오피스 문화를 동경해 이런 회사들로 취업을 꿈꾸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이는 옛날 일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8월 소셜 네트워크 회사인 핀터레스트(Pinterest)는 이미 임대 계약까지 마친 50만 제곱피트의 본사 오피스 이주 계획을 철회했다. 계약해지 비용만 8950만 달러. 원화로 1000억 원이 넘는다. 트위터도 샌프란시스코 오피스의 10만 제곱피트를 서브리스 주기로 했다.

[땅집고]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구글 본사. /조선DB

■지역 허브 중심으로 임대 늘어날 것

아이러니하게도 팬더믹 가운데서 오피스 공간을 공격적으로 늘린 곳도 테크 업계다. CBRE에 따르면 지난해 오피스 신규 임대와 갱신을 이끈 곳은 테크 회사들이었다. 면적 기준으로 전체 임대 활동의 약 24%를 차지한다.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구글 등이 팬더믹 기간에도 뉴욕에 임대 면적을 늘렸다.

오피스의 성장 동력이 여기에 있다. 도심의 대규모 본사보다 지역 허브 오피스 성장이 눈에 띌 것이다. 테크 기업뿐 아니라 일반 기업도 마찬가지다. 재택근무가 늘면서 굳이 한 건물에 많은 직원을 상주시키기보다, 도시 외곽으로 분산시키는 전략이다. 아웃도어 용품회사인 레이(REI)는 지난해 8월 워싱턴주 시애틀 인근 벨뷰에 수천 명의 직원이 함께 근무하기 위해 신축한 본사 건물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채 시장에 내놨다. 결국 이 빌딩은 작년 9월 페이스북에 팔렸다. 곧이어 위성 사무 공간을 늘린다고 발표했다. 결국 올해 2월 워싱턴주 이사콰에 직원 400명이 일할 하이킹 코스와 호수로 둘러싸인 첫 번째 위성 오피스를 발표했다. 구글도 최근 신규 오피스와 데이터 센터에 7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처럼 테크 기업들을 비롯한 많은 회사가 소규모의 지역 허브 사무공간을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공유 오피스 개인 고객 증가 기대

팬더믹 가운데 오피스 건물주들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공유 사무실 임차인들이다. 언제 부도가 나 임대 공간이 공실로 변할지 모를 일이다. 팬더믹 전까지 빠르게 사무실 임대 면적을 늘려간 대표 임차인이 공유 오피스 회사들이었다. 테크 기업 뒤를 이어 신규 임대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팬더믹으로 산업 자체가 큰 타격을 입었다. 공유 오피스 임대율이 지난해 약 27%로 감소했다. 공유 오피스 신흥 강자로 불리던 노텔(knotel)은 올 1월 파산 보호 신청을 했다. 위워크(wework)도 지난해 첫 3분기 동안 17억 달러의 마이너스 잉여 현금 흐름을 기록했다. 팬더믹 기간에 고객은 없는데, 장기 계약의 비싼 임대료는 계속 내야 했기 때문이다.

[땅집고] 미국 할리우드에 있는 공유 오피스 위워크 내부. /조선DB

이에 따라 코워킹 회사들이 비즈니스 모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프랜차이즈화가 그 중 하나다. 프랜차이즈 수익을 내면서 가장 큰 위험인 장기 임대 책임은 면하겠다는 포석이다. 위워크가 중국 홀딩 회사의 지분을 매각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공유 오피스 장래를 밝게 전망하는 이들도 많다. 팬더믹이 초래한 혹한기를 통해 경쟁력이 약한 공유 오피스 기업은 도태하고, 원격근무가 늘어나면서 더 많은 기업과 개인이 공유 오피스를 지역 허브로 사용할 수 있다는 기대다.

■하이브리드 근무 정착할 듯

오피스 산업의 가장 큰 희망은 사람들이 재택근무를 끝내고 오피스로 복귀하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많은 회사가 출근과 원격 근무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회사들은 오피스가 협업을 위해 꼭 필요한 공간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포브스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87%의 회사 중역들이 협동심과 협업을 위해 오피스는 꼭 필요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직원들은 원격근무를 선호한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하이브리드다. 주 3일은 출근, 2일은 집에서 일하는 형태다. 이에 따라 오피스는 계속 필요하겠지만, 회사들이 필요한 면적은 줄고, 원격근무에 적합한 외곽의 오피스 공간이 인기가 높아질 수 있다.

상업 부동산의 황금률은 바로 첫 번째도 위치, 두 번째도 위치, 세 번째도 위치라는 것이다. 코로나 팬더믹이 이 황금률까지 바꾸지는 못한다. 여전히 위치는 가장 중요하다. 특히 오피스가 그렇다. 하지만 어느 위치가 매력적인가는 조금 달라질 수 있다. 대도심일까, 외곽일까, 판단은 조금 유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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