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6.30 07:12 | 수정 : 2021.06.30 16:33
[땅집고]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에 대지 지분 50평 넘는 단독주택을 소유한 조합원 A씨. 지난 27일 새 아파트 분양을 받기 위한 조합원 분양 신청을 마쳤다. 그는 종전 자산 가치인 ‘권리가액’이 상위 20% 안에 들어 당초 대형 주택형을 무난히 배정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조합 측이 기존 재개발 사업과 다른 방식으로 조합원 분양 물량을 배정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A씨가 1순위로 선택한 대형 주택형에 자신보다 권리가액이 높은 이들이 있어 만약 탈락하면 A씨는 2·3순위로 밀린다. 그런데 이때 자신보다 권리가액이 낮은 1순위 신청자가 A씨가 2·3순위로 신청한 주택형을 우선 배정받도록 돼 있어 자칫하면 A씨는 원치않아도 가장 작은 주택형을 받을 수도 있게 된 것이다.
2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3구역이 지난 27일 조합원 분양신청을 완료한 가운데 조합원 아파트 배정 방식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반적으로 재개발 조합원 분양에서는 권리가액이 높은 순으로 희망 주택형을 선택하고 배정한다. 그런데 한남3구역은 모든 조합원이 1~3순위까지 주택형을 신청하고, 동일 주택형에서 경쟁이 생기면 신청 순위에 따라 배분하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권리가액이 높은 조합원이라도 어떤 주택형을, 어떤 순위에 선택하느냐에 따라 자칫 자신이 원하지 않는 주택형을 배정받을 수도 있게 된다. 1순위로 신청한 주택형에서 탈락하면 원치 않는 주택을 받을 위험성이 매우 높다. 예를 들어 2순위로 신청한 주택형에서 경쟁이 벌어지면 권리가액 순위가 낮아도 1순위 신청자가 우선 배정받고 남은 물량을 2순위에게 배정하기 때문이다. 3순위 역시 마찬가지 방식이다.
결국 3순위에서도 배정받지 못한 경우 분양물량이 가장 많은 전용 59㎡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상당수 조합원은 불안감에 자신의 권리가액과 비교해 작은 주택형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대지지분이 작은 다세대주택 소유자나 구분다세대(일명 쪼개기) 소유자들은 당초 권리가액으로 신청할 수 있는 주택형보다 큰 평수를 신청한 경우가 많다. 만약 희망면적에 신청자가 적다면 본인 권리가액보다 훨씬 가치 있는 주택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설사 큰 주택형에서 탈락해 가장 작은 전용 59㎡를 받더라도 당초 권리가액이 적었기 때문에 별다른 손해가 없는 셈이다.
이같은 분양방식은 같은 대지지분과 권리가액을 가졌더라도 배정받은 주택 크기가 다르면 토지의 미래가치가 전혀 달라지게 만들 공산이 크다. 그렇게 되면 권리가액에 비해 큰 면적을 배정받은 조합원 매물 가격이 치솟을 수 있다. 반대로 권리가액이 커도 청산비율이 크면 투자가치가 떨어져 청산금액 이상의 손해가 발생한다.
조합 측이 이 같은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조합원이 선호하는 대형 평수가 부족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남3구역은 아파트 5816가구 가운데 임대주택 876가구를 제외하고 4940가구를 조합원에게 배정했다. 전용 면적별로는 151㎡ 150가구, 141㎡ 15가구, 132㎡ 135가구, 118㎡ 648가구, 84㎡ 1851가구, 59㎡ 2138가구, 54㎡3가구 등이다. 84㎡ 이하 중소형이 전체의 80%에 달한다. 대형 평수는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 같은 방식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한남3구역에서 지분쪼개기가 극심해 소형 지분 소유자가 많다는 점에서 이들의 반발을 우려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러한 분양방식은 법규 위반소지가 있다. 관련 법과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분양주택은 권리가액에 해당하는 주택을 선택하고, 권리가액이 2개의 분양주택가액의 사이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분양대상자가 선택해 신청을 하도록 하고 있다. 만약 경쟁이 생길 경우 권리가액이 많은 순서대로 분양신청을 할 권리를 갖는다. 만약 한남3구역에서 대지지분 권리가액 상 전용 59㎡만 신청할 수 있는 조합원인데도 넓은 면적의 주택을 배정받으면 이러한 법규에 정면으로 배치되게 된다.
정비업계에서는 한남3구역 조합원 분양 방식에 대해 자칫 시장 교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권리가액이 높을수록 주택과 상가 선택권을 우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시장경제에서 당연한 권리”라면서 “한남3구역처럼 권리가액에 상관없이 큰 주택을 배정받게 된다면 상대적으로 가치가 낮았던 쪼개기 매물이나 무허가건물에 투기성 매매가 성행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남3구역 조합 내부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합원 A씨는 “이대로 관리처분인가를 받을 경우 권리가액과 별개로 또 다른 ‘투기 가격’이 만들어질 우려가 크다. 특히 상가시설의 경우 면적구분도 없이 신청희망 여부만 적도록 해 조합원들이 탈락을 걱정해 신청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면서 “주택형별로 세분화한 방식을 만들고, 실제 신청 때는 선택폭마저 줄여 조합원 하향 지원이 발생한 부분은 재산권 행사를 방해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조합 관계자는 “조합원 요구에 따라 분양신청 일정을 연기하면서 감정평가액 재검토까지 이뤄진 후 진행한 것”이라면서 “분양신청 방식은 정식 절차를 밟아 조합원 승인을 받은 것으로 법률상으로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은 용산구 한남·보광동 일대 38만6400㎡에 아파트 5816가구(임대 876가구 포함)를 짓는 사업이다. 공사비만 1조8880억원 규모로 총 사업비가 무려 7조원에 달해 역대 재개발 사업 가운데 최대 규모로 꼽힌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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