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6.25 02:57
[뉴스포인트] 문재인 정부 분양가 통제의 허와 실
[땅집고] 문재인 정부는 지난 4년여간 집값 안정 명분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공기업과 공공기관을 동원해 아파트 분양가 통제 정책을 펼쳐 왔습니다. 정부가 분양가를 통제한다고 공식 인정한 적은 없지만,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대다수 국민은 “집값이 너무 올라 무주택자가 내 집 마련하기 힘드니, 정부가 나서 분양가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합니다. 새 아파트를 너무 비싸게 분양하면 주변 집값을 올릴 수 있으니 이를 차단해야 한다는 명분도 있었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정부는 HUG를 통해 주변 새 아파트 시세의 ‘○○ % 이하’로 분양 가격을 맞추도록 했는데, 정확히 몇 %인지는 밝힌 적이 없습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세금으로 짓는 아파트도 아닌데,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는 것은 아주 이상하지만 이 정책은 지금도 시행 중입니다.
■ 인천 송도·화성 동탄 등 곳곳서 분양가 폭등
그렇다면, 분양가 통제 덕분에 무주택자는 집을 싸게 사고 있는 걸까요. 땅집고가 조사해 보니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격 통제에도 불구하고 분양가는 더 올랐고, 무주택자는 새 아파트 마련하기가 더 힘들어졌습니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싼 것으로 알려진 인천 사례를 찾아봤습니다.
인천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비싸다는 송도국제도시도 서울에 비하면 가격이 저렴합니다. 송도의 아파트 분양가는 2017년 3.3㎡(1평)당1000만원대 초반이었습니다. 같은 해 분양한 ‘송도SK뷰’는 평당 분양가가 1257만원이었습니다. 하지만, 인근에서 올 초 분양한 ‘송도크리스탈오션자이’는 이보다 77% 높은 2230만원에 분양했습니다.
전용 84㎡ 기준으로 분양가격이 4억7900만원에서 7억8200만원이 됐습니다. 분양가가 3억원 넘게 오른 겁니다. 물론 송도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이라는 호재가 있지만, 분양가 폭등의 더 큰 요인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더 큽니다.
경기도 동탄2 신도시도 비슷합니다. 올해 동탄2신도시에 분양한 ‘동탄역 디에트르퍼스티지’는 청약경쟁률이 평균 809대 1로 역대 최고를 찍었습니다. 이 아파트는 올해 5월 평당 1400만~1500만원에 분양했습니다. 그런데 이 2016년 이 단지 인근에 분양한 반도유보라아이비파크7차의 분양가는 평당 1174만원이었습니다. 분양가가 27%나 올랐습니다.
황당한 일도 벌어졌습니다. 정부는 오피스텔 분양가격은 통제하지 않는데, 올 6월에 분양한 동탄역 디에트르 오피스텔의 분양가는 같은 단지 아파트 분양가의 두 배 가격에 시장에 나왔습니다. 이 오피스텔도 완판됐습니다.
서울 강남도 마찬가지 입니다. HUG는 2017년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센트럴자이’ 분양가를 평당 4250만원으로 책정했습니다. 올해 이 아파트 근처 반포동에서 분양한 ‘래미안원베일리’ 분양가는 5653만원이었습니다. 분양가 상한제까지 적용받았지만, 결국 평당 1000만원 이상 올랐습니다.
■ “가격 통제에도 분양가 더 오를 것”
가격 통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4년 새 분양가격이 오른 것은 정부가 새아파트 분양가를 정할 때 주변 시세를 고려하기 때문입니다. 즉 집값이 급등하면 아무리 주변 시세보다 낮게 분양한다고 해도 절대적인 분양가는 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서울 아파트값은 평당 2061만원이었는데, 4년이 지난 올해 5월 1910만원(93%) 올라 3971만원이 됐습니다. 거의 두 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가격을 통제하다 보니 이익이 줄어든 사업시행자가 공급을 줄이고, 그 결과 기존 집값이 오르고, 기존 집값에 따라 결정되는 분양가가 오르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 것이죠. 주택 분양 시장에 20년 넘게 몸담은 한 전문가는 “정부가 가격 통제를 하지 않으면 시행사와 조합이 턱없는 가격에 분양할 것이다. 그러면 어디선가 반드시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터진다. 그런 사례가 2~3번만 연달아 발생하면 분양 시장 분위기 전체가 가라앉고 기존 주택시장까지 안정될 수 있다. 그게 시장이다” 이렇게 말하더군요. 모두 맞는 말은 아니지만, 이게 시장의 기능이라는 것은 확실하지요.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2016년 1월 동탄2 신도시에서 ‘신안인스빌 리베라 3·4차’가 청약을 받았는데, 분양가격이 너무 높아 청약자가 10명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건설사는 계약자에게 위약금을 물고 아예 분양을 취소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수도권 분양 시장 심리가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분양가격 통제 정책을 바꿀 것 같지는 않습니다. 지금도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으니, 분양가격도 더 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임기 1년도 남지 않은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고 또 다른 규제나 대책을 만들면 다음 정부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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