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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 있다 '벼락거지' 된다"…다시 부는 갭투자 열풍

    입력 : 2021.06.24 03:54

    [땅집고] 최근 수도권 외곽지 중심으로 매매가격과 전세금 차이가 크게 줄면서 소액으로 갭투자하는 수요자가 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조선DB

    [땅집고] 최근 수도권 아파트 전세금이 급등하면서 외곽지 중심으로 매매가격과 전세금의 차이(갭·gap) 정도만 가지고 아파트를 매수하는 ‘갭투자’가 다시 확산할 조짐이다. 수도권 아파트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갭이 작아 추후 집값이 올라 되팔 때 양도소득세 부담을 감안해도 기대 이득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아파트값 장기 급등에 지친 30대 무주택자 사이에도 “일단 사놓고 보자”는 심리로 당장 입주 계획이 없어도 아파트를 매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갭투자 몰리는 평택…매매가 턱밑에 닿은 전세금

    [땅집고] 지난 3개월간 매매가격과 전세금 차이가 줄어 수요자가 몰린 경기 평택시 아파트. /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경기 평택시 고덕면 ‘태평아파트’는 평택에서 가장 많은 갭투자가 이뤄진 단지로 알려져 있다. 이 아파트 59㎡(이하 전용면적) 매매가격이 올 5월 기준 1억5000만원, 전세금은 1억2000만원이다. 현금 3000만원 정도만 있으면 전세 낀 갭투자가 가능하다. 전체 1288가구인 이 아파트에서 59㎡(934가구)의 올해 1~6월 거래량은 115건에 달한다. 작년 같은 기간(36건)보다 3배나 급증했다. 고덕면 A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태평아파트는 서울까지 멀고 교통도 불편해 실수요자가 집중적으로 매수할 단지는 아니다”라며 “공시가격이 1억원 미만이어서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가 적용되지 않아 단기 차익을 노린 갭 투자가 성행했다”고 했다.

    올 4월 서울에서 거래된 주택 2채 중 1채가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였다는 자료도 있다. 지난 9일 국토교통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달 서울에서 주택을 거래할 때 제출된 자금조달계획서 항목에 ‘전세금 승계’라고 적은 경우가 4254건 중 절반이 넘는 2213건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올해 아파트 가격이 저렴한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에서 아파트 거래가 급증한 것이 이런 소액 갭 투자 영향이라고 본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3개월간 ▲평택(270건) ▲경북 구미(230건) ▲충남 아산시(161건) ▲경남 김해시(154건) ▲충북 청주시 서원구(154건) ▲경기 시흥시(151건) ▲경남 창원시 성산구(147건) 등지에서 전세 낀 매물 거래가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 수도권에도 갭 1억원대 아파트 수두룩

    서울 출퇴근이 가능한 수도권 지역에서 전세금과 매매가 차이가 1억원 안팎인 아파트를 매수하는 실수요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30대 A씨는 최근 청약에 번번이 실패한 뒤 고양시 아파트를 전세끼고 샀다. 매매가는 5억원, 전세금 4억원으로 A씨의 실투자금은 1억원이다. 그는 “대출을 껴도 5억원을 감당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당장 이 아파트에 입주할 생각은 없다”며 “다만 주택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집값이 더 오르면 나중에 아예 따라갈 수 없을까 두려워 매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땅집고] 수도권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세금 시세. /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최근 수도권 아파트 전세금이 급등하면서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갭투자하기 좋은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 행신벽산 84㎡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세금 2억3000만~2억5000만원에 거래되다가 올 5월 3억9000만원으로 급등했다. 이 아파트 매매 호가는 약 4억2000만원으로 매매가격과 전세금 차이가 약 375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게 갭이 3000만~1억원 수준인 매물이 이 아파트에서만 10건쯤 나와있다.

    경기 김포시 김포골드라인 역세권 아파트도 매매가격과 전세금 차이가 1억원 이내인 단지가 있다. 경기 김포시 운양동 ‘한강반도유보라6차’ 78㎡는 지난 3월 6억5000만원(4층)에 매매됐는데, 전세금은 6억원(2층)이어서 갭이 5000만원에 불과하다. 운양동 ‘자이더빌리지 5단지’도 작년 말 매매가격은 8억8000만원인데, 지난 1월 전세금이 7억8000만원으로 1년 전보다 2배 가량 올라 갭이 1억원으로 줄었다. 이 단지는 김포골드라인 운양역이 북측에 맞붙어 있어 걸어서 1분이면 닿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청약 가점이 낮고 종잣돈도 넉넉하지 않은 젊은 무주택자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실수요성 갭투자’ 외에는 집을 구입할 방법이 없다”며 “전세금이 갑자기 하락하면 위험부담이 크지만 올해부터 내년까진 서울에 새 아파트 공급이 부족해 전세금과 매매가격이 하락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당분간 젊은층 중심으로 갭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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