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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이어 태릉도…13만가구 공급 계획 휴지조각 되나

    입력 : 2021.06.14 03:06

    [땅집고] 정부가 지난해 8·4 대책 등을 통해 발표한 도심 내 공공주택 공급 확대 정책이 1년도 안돼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경기 정부과천청사 앞 유휴 부지에 4000가구 공공주택을 건설하려던 계획은 이미 취소됐다.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에 짓기로 했던 1만여 가구도 절반 정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른 지역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택지 개발에 반대하는 지방자치단체와 주민 반발이 만만치 않다.

    결과적으로 도심권 신규 택지에 3만3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목표가 사실상 ‘허구’로 드러나면서 공급 확대를 통한 집값 안정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분석이다.

    땅집고] 지난해 8.4 대책을 통해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신규 주택공급 예정지. /국토교통부

    정부가 서울·수도권에 공급하겠다고 한 주택은 총 13만 2000가구다. 이 중 수도권 외곽을 제외하고 도심 유휴 부지 등을 이용해 공급하겠다고 한 규모만 3만3000가구다. 노원구 태릉CC(1만 가구), 용산 캠프킴(3100가구), 과천청사(4000가구)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용산철도정비창(1만 가구), 잠실국제교류업무단지 내 옛 서울의료원 부지(3000)가구 등도 포함됐다.

    국토교통부는 기본적으로 신규택지 개발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변경 가능성도 내비쳤다. 국토부는 지난 7일 “8·4대책을 통해 발표한 태릉CC 등 신규 택지는 관계기관 협의가 상당부분 진척돼 올 하반기부터 인허가에 착수하는 등 예정대로 추진할 것”이라면서도 “일부 이견이 있는 부지는 주민·지자체 의견을 수렴해 개발계획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가장 큰 불안 요소는 주민 반발이다. 과천청사 유휴부지에 4000가구 규모 공공주택 공급 계획은 발표 직후부터 과천시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쳤다. 주민들은 해당 부지에 공원 등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김종천 과천시장은 주택 공급 계획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주민소환투표에 부쳐지면서 직무가 정지됐다. 결국 정부는 지난 4일 공공주택 건설 계획을 전면 철회하고 대체 부지에서 4300가구를 공급하기로 방향을 바꿨다.

    도심 공급 후보지 중 가장 규모가 큰 태릉CC도 삐걱거리고 있다. 최근 국토부는 서울시와 노원구에 8·4 대책 후보지에 대한 의견을 묻는 공문을 보냈는데, 서울시는 ‘재검토 요청’, 노원구는 ‘공급 계획 축소’ 의견을 전달했다. 노원구는 교통난과 그린벨트 훼손 우려를 제기하면서 당초 1만가구 규모 물량을 절반인 5000가구 수준으로 줄여달라고 제안했다. 국토부도 이 제안을 검토해 협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땅집고] 공공택지로 개발할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골프장. /조선DB

    서울 용산정비창 부지에 1만 가구 주택을 공급하는 계획도 주민 반발로 불투명하다. 최근 용산 주민 모임인 용산비상대책위원회는 온라인 커뮤니티 중심으로 용산정비창 부지 개발 계획에 반대하는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과천청사 부지가 주민 반발로 철회되자 용산 주민들도 반대 수위를 높이고 있다. 서부면허시험장(3500가구), 상암DMC 미매각 부지(2000가구)도 마포구 주민 반발이 거세 난항이 예상된다.

    지자체가 기존에 수립한 개발 계획과 충돌하면서 계획 수정이 예상되는 곳들도 있다. 용산 캠프킴 부지(3100가구)의 경우 지난 1일 용산구가 열람공고한 도시계획 결정안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지정함에 따라 주택 공급이 불확실해진 상태다. 정부는 지난 9일 캠프킴 부지에 공공주택 공급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용산구는 이 부지를 일반상업지역으로 상향하고 상업·업무와 함께 문화 등 전략 용도로 활용하겠다고 계획해 향후 협의가 필요할 전망이다.

    잠실 국제교류업무단지에 내 알짜 부지인 옛 서울의료원에 3000여가구를 짓는 계획도 강남구 반대에 부딪혔다. 강남구 관계자는 “서울시가 수립한 지구단위계획에서 서울의료원 부지를 업무단지로 개발하는 것으로 계획했다”며 “코엑스와 잠실운동장 일대 종합발전계획에서 제시한 MICE 산업 경쟁력 확보와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서도 원안대로 개발돼야 한다고 보고 있고 물량 축소 등의 제안 계획도 없다”고 했다.

    주택시장에선 임기 내내 미숙했던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마지막까지 시장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던 정부가 갑자기 공급 확대정책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했지만 이번에는 지자체와 충분한 사전 협의없이 공급 계획을 발표해 주민 반발을 가져온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과천의 사례가 나온만큼 주민과 주택시장 반발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3기 신도시와 수도권 외곽 공급 물량엔 별 타격이 없을 수 있지만, 정작 공급이 필요한 도심에 계획한 3만3000가구는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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