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6.14 03:29
[땅집고] “이건 명백한 사유재산 침해 아닌가요. 규제를 풀어주겠다더니 정말 해도 너무하네요.”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 이후 조합원 지위 양도를 제한하겠다고 발표하자, 대치동 은마아파트 소유주인 A씨는 “투기를 막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이건 해도 너무 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로 이번 조치로 서울시내 주요 재건축 단지는 “또 대형 악재가 터졌다”고 우려하는 모습이다. 안전진단을 통과했지만 사업 진척이 없는 단지가 수두룩한데, 이번 발표로 거래가 제한되면서 조합원 재산권 행사가 최대 10~20년은 막힐 것이라는 걱정이 커진 것이다. 반면 안전진단 통과 전 단계 일부 아파트에는 매수세가 몰리면서 ‘풍선 효과’가 나타날 조짐도 보이고 있다.
■ “명백한 재산권 침해” 불만 폭발
지난 9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간담회를 열고 재건축·재개발 지역의 투기수요 차단을 위해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시점을 사업 초기 단계로 앞당기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번 방침은 지난달 25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개발·재건축 조합원 자격 기준을 대폭 강화하자고 정부에 제안한 사항을 국토부가 수용한 것이다. 서울시는 “조합원 자격 양도 시점을 앞당기면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 투기세력 침투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고, 재개발 지역의 지분 쪼개기도 일부 차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행 규정은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의 경우 조합설립인가일 이후, 재개발은 관리처분인가일 이후부터 조합원 지위양도를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발표로 재건축 단지는 안전진단 통과 이후부터, 재개발 구역은 정비구역 지정 이후부터 시·도지사가 정한 기준일 이후 사실상 거래가 불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면 전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서울에선 안전진단을 통과한 재건축 아파트를 매수하더라도 입주권을 받지 못한다. 통상 재건축 사업에선 안전진단 통과 후 준공까지 10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흔하다. 조합원 지위 양도가 막히면 사실상 재산권 행사가 힘들어지고 거래 절벽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높다.
국토부는 사업 장기화에 따른 매물 잠김 현상을 막기 위해 조합원 지위 양도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안전진단 통과, 정비구역 지정, 추진위원회 설립 이후 2년 동안 사업이 다음 단계로 진척되지 못했을 경우다. 다만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예외를 적용하지 않는다. 현재 서울시내 토지거래허가구역은 강남구 삼성·대치·청담·압구정동, 송파구 잠실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양천구 목동, 성동구 성수동 등이다.
서울 주요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단지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가장 타격이 큰 곳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다. 이 단지는 2010년 안전진단 통과 후 1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조합 설립을 못한 상태다. 대치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이번 조치가 사실상 재건축 아파트 거래를 금지하는 효과를 낼 텐데, 집주인들이 ‘개인 사정으로 급하게 집을 팔아야 할 때는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 조합원 자격도 안 나오는 집을 누가 사주겠느냐’며 재산권 침해에 대한 분노가 심각하다”고 했다.
■안전진단 앞둔 단지에는 매수세 몰려
안전진단을 코앞에 둔 아파트에는 매수세가 몰리는 ‘풍선효과’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런 아파트를 매수할 경우 아직 조합원 지위 승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달 8일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도봉구 창동 주공17단지 전용 49.94㎡는 지난 4월 5억원대에 거래됐다. 그런데 이달 1일에는 6억4700만원에 팔리더니, 현재 온라인 부동산 중개사이트에는 6억5000만원까지 호가가 뛰었다.
노원구에서는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상계주공1·3·9·11·13단지, 양천구에선 신월동 신안약수아파트 등에 매수 문의가 몰리는 분위기다. 상계주공9단지 79.07㎡는 지난 2월 9억2000만원 신고가를 기록한 뒤 현재 호가가 9억4000만~9억6000만원이다. 신안약수아파트 87㎡는 지난 5월 8억원 신고가에 팔린 후 현재 9억~9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신월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신안약수아파트의 경우 지난달 28일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뒤 매물이 줄고 호가는 계속 오르는 추세”라고 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이번 조치가 오는 9월 법제화하기 전까지는 예비안전진단이나 1차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에 투자자 관심이 쏠리면서 가격 상승과 매물 부족이 동시에 나타날 것”이라며 “재개발은 사업 초기부터 지위 양도가 불가능해져 사업 추진 동력이 사라질 우려도 있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그래서 세금이 도대체 얼마야? 2021년 전국 모든 아파트 재산세·종부세 땅집고 앱에서 공개. ☞클릭! 땅집고 앱에서 우리집 세금 바로 확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