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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오세훈이…" 안전진단 앞둔 목동·노원 망연자실

    입력 : 2021.06.11 14:17 | 수정 : 2021.06.12 05:48

    [땅집고] “오세훈 시장 당선되면 일주일 안에 재건축, 재개발 규제 다 푼다더니 뒤통수 맞은 기분이네요, 엑스맨이었나요?”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 이후 조합원 지위 양도를 제한하겠다고 발표하자 재건축 추진 단지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조합원 지위양도 시기를 앞당기는 이번 방침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말 재개발·재건축 조합원 자격 기준을 대폭 강화하자고 정부에 제안한 사항을 국토부가 수용한 것이다. 오 시장은 지난달 25일 재건축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정비사업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시기를 앞당기자고 요청했다.

    서울시는 “조합원 자격 양도 시점을 앞당기면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 투기세력 침투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고, 재개발 지역의 지분 쪼개기도 일부 차단할 수 있다”며 국토부에 이 같은 제안을 했다. 하지만 사실상 재건축을 처음 시작하는 단지부터 기존 조합원이 매물을 처분하지도 못하게 돼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는 반응이다. 거기다 국토부·서울시 발표로는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이 언제부터 적용될지도 불분명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건축 규제를 풀겠다는 약속과 달리 오히려 강력한 규제로 묶어 놨다는 지적도 나온다.

    [땅집고] 9일 '주택시장 안정 및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한 정책 간담회'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안전진단 통과도 못하게 막으면서…” 목동·노원구 반발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발표가 나오자 대다수 단지가 재건축 안전진단 절차에 돌입한 양천구 목동 주민들은 악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목동 신시가지단지 주민들은 오 시장이 취임 후 내놓은 토지거래허가제도까지만 해도 ‘확실하게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재건축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였다. 10여개 단지가 동시에 안전진단을 추진하고 있던 노원구 주민들도 불만을 토로했다. 상계동의 한 주민은 “그동안 사례를 보면 조합원 지위 양도를 막는다고 가격이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왜 굳이 거래를 어렵게 하는 건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재건축의 경우 조합설립인가일 이후, 재개발은 관리처분인가일 이후부터 조합원 지위양도가 제한됐다. 이번 발표에 따라 앞으로는 재건축 단지는 안전진단 통과 이후부터, 재개발 구역은 정비구역 지정 이후부터 시·도지사가 정한 기준일 이후는 사실상 거래가 불가능해진다. 재건축은 안전진단 통과 이후 준공까지 10년이 걸리는 경우도 흔하다. 조합원 지위 양도가 불가능해지면 새로운 매수자를 구하기 어렵고, 이에 따라 기존 조합원이 주거지 이전 등 필요한 상황에서도 아파트를 현금화하기가 어려워진다.

    [땅집고] 재정비사업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개선안. / 국토교통부, 서울시


    이 같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와 서울시는 안전진단 후 2년 이상 추진위원회 설립 신청이 없거나 추진위 설립일로부터 2년 이상 조합설립 신청이 없는 경우 조합원 지위 양도를 허용하는 예외 규정을 마련했다. 하지만 국토부와 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잠실, 삼성, 청담, 대치동, 압구정, 여의도 목동, 성수동 등의 지역에서는 이런 예외 조치조차도 배제하기로 했다.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안전진단 통과 이후 정비사업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나타날 경우 완공까지 10~20년도 더 걸릴 수 있는데, 예외 조항조차 적용되지 않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 어느 단지에 언제부터 적용? 법 통과 시기는?…재건축 업계 대 혼란


    [땅집고] 재정비사업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예외사유 및 예외 적용 배제지역. / 국토교통부, 서울시

    재건축 업계에서는 특히 이번 대책의 적용 시기를 놓고도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이번 방침은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 이후 모든 단지에 적용되는게 아니라, 시·도지사의 기준일 지정이 있어야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현재 단계에서는 어느 아파트가 언제부터 적용될지 알 수가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도지사 또는 국토교통부가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에 대해 기준일을 정할 경우에만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시점이 앞당겨지는 것”이라며 “만약 시도지사 또는 국토교통부가 특별히 기간 지정을 하지 않을 경우 기존 방식대로 재건축은 조합설립인가 이후부터, 재개발은 관리처분인가 이후부터 조합원 지위양도가 금지된다”고 밝혔다.

    법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될 시기를 점치기도 불가능하다. 국토부는 도시정비법 개정안 발의를 통해 9월 시행을 목표로 국회협의가 되는 즉시 추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 정부가 부동산 공급 대책을 발표한 뒤 법안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시행되지 못한 것들이 수두룩하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17대책에 따라 재건축 조합원이 2년 이상 실거주하지 않았을 경우 분양 신청 대상에서 제외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이 법안은 지난해 11월 국회 상임위인 국토교통위원회 소위에서 단 한 번 논의된 이후 6개월째 계류 중이다. 올해 나온 ‘2·4대책’에서 도입된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의 현금청산 기준에 대한 근거법도 지난 2월 개정안이 발의된 이후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법 통과와 개별 단지에 대한 적용이 늦춰지는동안 단기적으로 투자 수요가 더 몰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재건축 조합원 지위양도가 불가능해지기 전 서둘러 매수하려는 투자자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가 발표되고 법 시행이 늦어지는 동안 압구정 등 조합 설립을 앞둔 지역에서는 이 규제를 피하기 위해 재건축 조합 설립 붐이 일었고 가격도 급등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투기 차단을 위해 거래에 제한을 둔 방향은 좋지만 선의의 피해자는 없도록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며 “재건축 아파트가 더욱 희귀해져 자칫 안전진단 단계 이전에 주요 단지에 거래가 몰리는 등 또다른 거품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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