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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 3억 뚝뚝 추락…치솟던 세종 집값 돌연 곤두박질

    입력 : 2021.06.11 13:35 | 수정 : 2021.06.12 05:59

    [땅집고] 지난해 전국 상승률 1위(65% 상승)였던 세종시 집값이 81주만에 하락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현희 기자

    [땅집고] 세종시 도담동 도램마을 14단지 전용 99㎡는 지난달 28일 10억원에 팔렸다. 지난해 10월 기록한 최고가(12억8000만원)보다 2억8000만원이 하락한 금액이다. 도담동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작년 6월까지 8억원대에 팔리던 집값이 6개월 만에 4억원 정도 급등하더니 최근에 1억~2억원 정도 내렸다”며 “집주인들이 보유세 부담으로 급매를 내놓아도 사는 사람이 없어 가격이 계속 내려가는 것”라고 말했다.

    지난해 전국 상승률 1위(65% 상승)였던 세종시 집값이 최근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8일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세종시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5월 0.15% 하락하면서 2년 6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국적으로 집값이 큰폭으로 상승한 이달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 아파트값이 하락한 것은 세종시가 유일하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지나치게 급등한 아파트값이 일시적으로 조정받을 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향후 입주물량이 증가하고 개발호재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면서 세종시의 추가 상승이 어려울 것이란 비관론도 존재한다.

    [땅집고] 세종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한국부동산원

    ■ ‘천도론 거품’ 꺼지면서 제자리 찾은 집값

    최근 세종시 아파트값이 하락한 이유로는 지난해 집값 급등의 한 원인이었던 행정수도 이전 논의가 잠잠해진 것을 꼽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020년 7월 총선을 앞두고 김태년 원내대표가 취임 후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회와 청와대, 정부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해야 한다”며 세종 천도론을 주장했다.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던진 천도론으로 인해 세종시 집값 급등으로 이어졌고, 실제 더불어민주당은 선거에 압승하며 효과도 톡톡히 봤다.

    하지만, 단기간에 몰렸던 투자 심리가 줄어들며 집값도 1년 전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해석이다. 공교롭게도 지난 4년 동안 현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궁지에 몰린 상황이어서, 세종 천도론도 자연스럽게 힘이 빠지는 상황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서울 집값이 10년간 100% 올랐는데 세종시는 단 1년만에 100% 상승을 기록했다”며 “5억 짜리 집이 단기간에 10억원이 됐으니 가격 저항에 부딪혀 1억~2억원 정도 조정 받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세종시 공시가격이 70%가까이 오르면서 보유세 인상에 따른 부담감에 매물을 내놨다는 분석도 있다. 세종시 대평동 금강으뜸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올해 6월 이후 양도세 부담에 다주택자 뿐 아니라 1주택자마저도 급매로 매도한 사례가 다수”라고 말했다.

    ■ 입주 물량 증가·가격 급등 피로감에 집값 하락한 것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집값이 급등한 것은 서울·수도권도 마찬가지고, 보유세·양도세 부담은 집값이 더 높은 서울이 더 크기 때문에 위와 같은 설명이 세종시 집값 하락을 설명하기 부족하다는 반론도 있다. 세종시 아파트값 하락은 세종시와 인근의 수요·공급과 자체적인 개발 전망 등이 우선적인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우선 세종시 집값이 미래 개발 호재를 반영해 지나치게 고평가 됐다는 관측이 있다. 세종시는 지난 5월 기준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이 48.1%로 전국에서 17개 시도 중에서 가장 낮다. 재건축 아파트가 많아 전세가율이 낮은 서울 강남구(52%)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실거주 수요(전세금)에 비해 미래 개발 가능성을 바탕으로 한 매매 가격이 높다는 뜻으로, 집값이 실제 가치보다 과도하게 높게 평가돼 있다는 증거다.

    세종시 집값이 이웃한 대전시와 비교해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점도 세종시 집값 고평가의 근거 중 하나다. 세종시는 서울·수도권보다는 대전·충남으로부터 인구 유입이 많은 지역이다. KB 국민은행 통계 기준 세종시 집값은 2019년 10월에는 대전시의 1.1배였다. 그러나 세종시 집값이 급등하면서 올해 5월 기준으로는 대전시의 1.5배로 상대적으로 비싸졌다. 대전시에서 세종시로 인구 유입이 더 이상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실제로 대전시로부터 세종시로 이동한 인구는 2015년에서 2019년까지 1만 2000~1만7000명대였으니 지난 해 7000명대로 급감했다.

    [땅집고] 전출지/전입지(시도) 별 이동자 수. /통계청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세종시 아파트 전세금이 현재 대전 아파트 매매가와 비슷한 수준이라 자금 여력이 없는 수요자들은 대전으로 다시 돌아가는 추세인데 향후 세종시 아파트 입주가 늘어나면서 집값이 한동안 더 하락할 위험도 있다”고 했다./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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