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6.10 03:29
[땅집고] 1기 신도시인 경기도 분당의 시범단지 4곳이 통합 재건축 추진에 나서 주목된다.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삼성·한신, 우성, 한양, 현대아파트다. 1991년 9월 입주해 오는 9월이면 재건축 연한인 30년에 도달한다. 이 아파트들은 총 7800여가구로 재건축을 추진하면 약 1만 가구에 이르는 대단지로 바뀔 전망이다. ‘분당 재건축 1호’ 사업지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이 때문에 올해 시범단지 4개 아파트는 연일 신고가를 찍고 있다.
하지만 재건축은 이제 군불을 때는 단계에 불과하다. 아직 재건축 추진 준비위원회도 꾸려지지 않았다. 삼성한신아파트 관계자는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자는 주민 의견만 모아진 상태로 아직 그 이상 진척은 없다”고 했다.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기존 아파트 용적률이 이미 200%선으로 높은 데다 안전진단 통과 여부도 불투명하다.
■ 시범단지 4곳 신고가 행진…‘시범삼성’ 84㎡ 15억 돌파
분당 서현동 일대 4개 시범단지는 분당에서도 교통 여건이 우수하고, 주변 환경이 쾌적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하철 분당선 서현역 2번 출구 쪽에 나란히 위치해 각 단지로부터 걸어서 5분이면 지하철을 탈 수 있다. 서현역에서 한 정거장 거리인 이매역에는 월곶~판교선이 정차하고 이매역에서 경강선으로 한 정거장 거리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성남역도 신설될 예정이다. 정자역에서 신분당선으로 갈아타면 강남역까지는 29분 걸린다. 서현역 상권과 분당중앙공원, 서현근린공원도 가깝다.
분당에는 신축 아파트가 거의 없다. 입지가 좋은 시범단지 통합 재건축이 이뤄지기만 하면 분당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이런 영향으로 올해 시범단지 아파트는 일제히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약 11억6000만~13억원에 거래됐던 시범삼성아파트 84㎡(이하 전용면적)는 올 4월 15억5000만원에 거래돼 5개월 만에 2억원 넘게 상승했다. 192㎡는 지난해 10월 17억원(28층)에서 올 5월 22억5000만원(24층)에 팔려 반년 만에 5억원 넘게 뛰었다. 시범현대 84㎡ 역시 지난 1월 14억9000만원까지 실거래가격이 올라 15억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 용적률 280%까지 가능하지만…초소형 비중 높아
하지만, 과연 재건축 사업성이 있을까. 조성된 지 30년이 다 되어가는 1기 신도시 아파트는 대부분 30층 안팎에 용적률이 200% 가깝다. 사업성이 크지 않다고 알려졌다. 4개 단지 역시 용적률이 약 190~200%에 이르고 층수는 28~30층이다.
성남시 용적률 상한은 서울이나 다른 1기 신도시보다 높은 편이다. 시범단지는 제3종일반주거지역어서 법적 상한 용적률은 300%이고, 성남시 조례에 따라 280%까지 허용한다. 재건축을 통해 현재보다 최대 80~90%포인트 용적률을 높일 수 있다. 현재 서울과 1기 신도시 일산은 지자체 조례에 따라 제3종일반주거지역 용적률 상한을 250%까지 허용한다.
시범단지는 24~49㎡ 소형 주택이 많은 것도 약점이다. 용적률이 늘어도 조합원 간 주택형 배분이 쉽지 않고 추가 분담금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 시범한양의 경우 가장 작은 28㎡가 360가구, 35㎡ 414가구로 전체(2419가구)의 30%를 차지한다.
■가장 큰 장벽은 안전진단
안전진단 통과도 장벽이다. 서울에서는 지은 지 40년 넘은 노후 아파트도 안전진단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분당에서는 첫 재건축 추진 단지여서 안전진단 통과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차라리 안전진단 통과가 쉬운 리모델링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여론도 상당하다. 야탑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리모델링 사업은 안전진단 등급도 B등급(유지·보수)만 받으면 되고, 초과이익환수제도 적용받지 않아 장벽이 낮다”고 했다.
올해 준공 30년을 맞은 분당 한솔마을 주공5단지는 지난 2월 리모델링 사업계획승인을 얻어 연내 착공을 앞뒀다. 분당에서 1000가구 이상 대단지가 리모델링 사업 승인을 받은 첫 사례다. 이 단지 건폐율은 11%에서 27.64%로, 용적률은 기존 170%로 277.16%로 올라간다. 가구수도 현재 1156가구에서 1271가구로 확대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재건축이 이뤄지기만 한다면 분당 내 최고가를 기록할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며 “하지만 용적률이 너무 꽉 차있어 사업성 확보가 어렵고, 현행 안전진단 기준으론 쉽게 진행하기 어려워 재건축 사업을 기대하고 섣부르게 투자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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