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6.10 03:38
[땅집고] 주택정비사업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서울 강남권 일대로 국한됐던 건설사들의 하이엔드 브랜드가 다른 지역까지 확장되는 모습이다. 건설사들은 기존에 사용하던 브랜드 외에 추가로 ‘프리미엄’급 브랜드를 따로 만들어 서울 강남급의 고가 아파트 단지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해 왔다. 현대건설의 경우 ‘힐스테이트’ 외에 ‘디 에이치’, DL이앤씨는 ‘이편한세상’ 외에 ‘아크로’를 출시했다.
하지만 재건축 시장에서 시공사 선택권을 가진 조합들이 강남권이나 고가 아파트가 아니어도, 시공사에게 프리미엄 브랜드를 사용하라고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동작구 흑석뉴타운과 한남뉴타운 일대에 하이엔드 브랜드가 적용된 데 이어 올해에는 동작구 노량진 뉴타운과 부산의 사업지들까지 줄줄이 “우리 단지에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미 시공사를 선정한 노량진4구역(시공사 현대건설)과 노량진8구역(시공사 DL 이앤씨)은 최근 각 시공사에게 하이엔드 브랜드인 디에이치와 아크로 적용을 검토해달라고 요구했다. 올 하반기 시공사 선정을 앞둔 3구역과 5구역도 조합 내부에서 하이엔드 브랜드를 원하는 조합원이 많아 입찰을 참여하는 건설사들이 제안을 고심 중이다. 동작구 흑석뉴타운은 이미 단지명을 변경한 ‘아크로리버하임’ 외에 11구역(‘써밋더힐’)이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하기로 했고, 시공사 재선정을 준비 중인 9구역도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을 조건으로 내건 상태다. 용산구 한남3구역도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면서 ‘디에이치 한남’을 단지명으로 확정했다.
노량진 뉴타운 일대에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요구가 높아진 데에는 같은 동작구에 속하는 흑석뉴타운 일대에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노량진 뉴타운 거주자 A씨는 “노량진도 9호선이 정차하는 데다 흑석역과는 한 정거장 밖에 차이가 안 난다. 오히려 1호선이 추가로 지나는 데다 여의도 접근성은 흑석보다 더 좋은 곳”이라면서 “한강변에 있는 노량진도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지방의 정비 사업지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DL이앤씨는 지난 3월 부산우동1구역을 수주하면서 비수도권 최초로 하이엔드 브랜드(‘아크로 원하이드’)를 달기로 했다. 부산대연4구역도 대우건설의 ‘써밋’을 단지명으로 사용한다. 부산 남구 우암2구역과 해운대구 우동3구역, 괴정5구역, 범천4구역 등은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을 요구하면서 기존 시공사와 계약을 해지하기까지 했다.
건설사들이 본격적으로 하이엔드 브랜드를 사용한 것은 2013년 12월 대림산업(현 DL 이앤씨)가 서울 반포동 한신1차 아파트 재건축(현재 ‘아크로리버파크’)을 수주하면서부터다. 이후 2014년 대우건설이 서울 용산구 ‘용산푸르지오써밋(시범적용)’과 서초구 ‘서초푸르지오써밋’을, 현대건설은 2015년 서초구 삼호아파트 3차(현 ‘디에이치 라클라스’)를 수주하면서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를 처음 적용했다. 롯데건설도 2019년 ‘르엘’을 론칭하면서 하이엔드 브랜드 대열에 합류했다.
하이앤드 브랜드 아파트는 고급화전략에 걸맞게 일반 브랜드 아파트보다 비싼 마감재나 자재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통상적으로 일반브랜드 아파트 평(3.3㎡ 당)공사비보다 100만~200만원 더 공사비가 든다. 건설사들은 하이엔드 브랜드를 공사비를 더 받아내는 수단으로도 사용했다. 주택건설 업계에선 결국 하이엔드 브랜드가 기존 일반 브랜드 간의 경계가 점점 허물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재건축·재개발 사업 수주 현장에서 시공사 선택권이 있는 조합이 “하이엔드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으면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배제하겠다”고 나오면 건설사들이 이를 거부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 그래서 세금이 도대체 얼마야? 2021년 전국 모든 아파트 재산세·종부세 땅집고 앱에서 공개. ☞클릭! 땅집고 앱에서 우리집 세금 바로 확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