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6.09 07:19 | 수정 : 2021.06.09 09:53
[땅집고] “잠실주공5단지와 아시아선수촌 중에는 아시아선수촌의 미래가치가 더 높습니다. 은마아파트와 타워팰리스 중에는 은마아파트를 선택해야 하고요.”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이 2006년 ‘부동산 투자는 과학이다’ 이후 15년 만에 두번째 저서 ‘살집팔집’(다산북스)을 펴냈다. 고 원장은 이 책에 대해 “그동안 연구한 과학적 부동산 투자 방법에 대한 완결판”이라고 했다. 그는 빅데이터를 통해 전국 8000개 아파트 단지의 주거·투자 가치를 20여개 지표로 분석하고, 주거가치·투자가치가 모두 높은 3000개의 ‘슈퍼 아파트’를 골라낸 ‘살집팔집’ 애플리케이션을 책과 함께 출시했다. 아시아선수촌이나 은마아파트가 주변 아파트보다 가치가 높다는 결론은 그 연구의 결과다.
고 원장은 다른 전문가들이 대부분 상승을 예상하는 작년 말과 올해 초에 걸쳐 “아파트값이 고점에 도달해 곧 하락장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놔 주목받고 있다. 그는 “주택 시장이 전반적인 하락세로 들어가는 시점인 만큼 앞으로 아파트의 단순 시장 가격이 아니라 내재가치를 기반으로 한 ‘진짜 집값’을 판단하는 것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의 내재 가치를 과학적으로 계량하는 것이 가능한가.
“투자 귀재인 워런 버핏이 얘기했듯이 시장가격과 내재가치는 차이날 수 있다. 그래서 과학적인 방법으로 아파트값의 내재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파트는 건물 가치와 땅값으로 구성되는데, 건물은 감가상각되면 없어진다. 부동산이 가진 땅의 가격, 구체적으로 ‘평당 지분가격’이 바로 내재가치가 된다.
예를 들어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 아파트와 잠실주공5단지를 비교해 보겠다.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 대지지분이 74㎡, 아시아선수촌은 전용 99㎡가 대지지분 80㎡다. 양쪽 다 건물은 30년이 넘어서 경제적 가치는 없으니 남는 것은 토지 가치다. 거래되는 시장가격을 대지지분으로 나누면 도출되는 각 아파트 ‘대지지분의 평당 가격’을 비교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두 아파트 중에 어디를 고르면 되나.
“잠실주공5단지와 아시아선수촌 모두 잠실 요지여서 입지 가치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시장의 등락에 따라 어떤 때는 잠실주공5단지 가격이 높고 어떤 때는 아시아선수촌으로 쏠릴 수 있다. 내가 매입하려고 하는 순간의 ‘평당 대지지분’ 가격을 기준으로 저평가된 곳을 고르면 된다.
하나 더 살펴볼 것은 미래 가치다. ‘도시부동산 변화의 법칙’에 따라 인구·소득·기반시설이 변화하면 입지가 달라져 땅값도 변한다. 두 지역은 같은 생활권이면서도 기반시설면에서 비교하면 아시아선수촌이 더 유리하다. 잠실주공5단지는 이미 2호선 역세권이지만 새로 들어서는 역이 없다. 아시아선수촌 인근에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C노선과 위례신사선이 개통하고 종합운동장역 공원화 등 여건 변화가 더 많다. 미래 가치 면에서 아시아선수촌이 더 높다고 판단할 수 있다. 타워팰리스보다는 은마아파트를 사야 한다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올해가 주택 시장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했는데.
“주택 가격은 5~7년 오르면 4~6년 정도 내리는 패턴을 반복한다. 서울은 올해로 8년째 오르고 있다. 시기적으로 변곡점이 가까워졌다. 그뿐만 아니다. 최근 몇 년 집값이 오른 원인은 공급 부족과 정책 실패, 저금리와 과잉 유동성, 이로 인한 가격 상승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 등이다. 현재 정부 정책이 공급 확대로 변화한 점, 그로인해 구매 심리가 완화한 것, 해외 부동산 진정 기미 등을 볼때 더 이상 추세적인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앞으로 3기 신도시 청약 물량이 늘어난다고 하면 심리도 진정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변수가 있다. 오세훈 효과다. 오 시장이 재건축 시장을 활성화한다는 기대감으로 주요 지역 재건축 아파트값이 자극받아 주변으로 퍼져 나갈 수 있다. 그러다 재건축 이주 수요로 전세 대란이 일어나고 그 여파로 1~2년간 다시 집값이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오 시장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은 이주 대책을 세우고 순차적인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집값을 자극시키지 않도록 시기를 조절해 달라는 것이다.”
-무주택자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 팔라’는 말을 하는데 지금은 ‘어깨’다. 집값이 지금보다 더 상승할 수도 있지만 그래봤자 어깨에서 머리까지 올라간다. 짊어지는 리스크 대비 기대할 수 있는 금액이 크지 않다. 그래서 무주택자라면 하락장이 올 때를 기다렸다가 다음 번 매수 기회를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그래도 사고 싶다면 인구·일자리·행정계획·인프라가 성장하는 지역의 ‘슈퍼 아파트’로 한정해야 한다. 이런 지역은 단기적으로 가격이 내리더라도 5~10년 후 지금보다는 더 비쌀 것이다. 신규 분양을 노리는 것은 언제든 좋다. 특히 3기 신도시는 특별공급 비중이 85%에 달해 신혼부부, 생애최초주택구입자 등은 가점이 부족해도 당첨을 노릴 수 있다.”
-1주택자나 다주택자는?
“1주택자라면 성장지역의 ‘슈퍼 부동산’을 가지고 있다면 그대로 보유하는 것이 좋다. 수도권은 2030년까지, 서울은 2040년까지는 상승 추세를 탈 가능성이 높으므로 장기 보유를 권한다. 자신의 주택이 ‘슈퍼 부동산’이 아니라면 올해와 내년에 갈아타야 한다.
다주택자는 ‘슈퍼 부동산’은 최대한 일찍 증여하는게 좋다. 증여세가 올랐지만 양도소득세 최고 세율 75%(지방소득세 포함 82.5%)보다는 낮고, 가격이 오를 부동산이라면 조금이라도 쌀 때 증여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만약 다음 대선(大選)에서 정권 교체가 일어난다 하더라도 한번 올라간 다주택자 세금이 더 낮아지기 어렵다. 특히 집값이 내리면 세금 부담은 치명적이다. 보유 주택 수를 줄이는 ‘다운사이징’(downsizing)이 바람직하다.
결국엔 무주택자든 유주택자든 ‘살기도 좋고, 사기도 좋은’ 아파트를 선택하는 것이 핵심이다. 전국의 ‘슈퍼 아파트’를 총망라해 공개한 책과 ‘살집팔집’ 애플리케이션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 /한상혁 땅집고 기자 hsangh@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