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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폭탄 떨어진다"…오피스텔값 곤두박질

    입력 : 2021.06.02 04:09

    [땅집고]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신촌푸르지오시티’ 오피스텔 전용 23.7㎡는 지난 5월 17일 2억1000만원에 매매됐다. 작년 1월 같은 주택형이 2억3500만원에 팔렸는데 1년여 만에 2500만원 떨어진 것. 이 오피스텔은 전용 30㎡ 이하 중소형으로 구성돼 있는데, 대부분 주택형에서 지난 5월 이후 1000만~2000만원씩 호가가 떨어졌다. 세화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원룸형 오피스텔 여러 채를 보유하고 임대 사업하던 분들이 올해 6월 이전에 1~2채를 처분하려는 경우가 많았다”며 “6월 1일부터 오피스텔도 주거용으로 쓰면 주택 수에 포함돼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땅집고] 서울 주요 소형 오피스텔 가격 추이. /이지은 기자

    지난 몇 년간 소형 주택을 대체하는 주거·수익형 부동산으로 주목받았던 소형 오피스텔 가격이 최근 급락하고 있다. 특히 1~2인가구 대상 소형 오피스텔이 집중 공급됐던 서울 주요 지역에서 이런 현상이 뚜렷하다. 다주택자 규제로 종부세 부담이 급증하면서 주택수에 포함되는 소형 오피스텔을 처분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 강남·신촌 등지서 소형 오피스텔 1000만~2000만원 하락

    [땅집고] 오피스텔 전용면적 규모별 가격 변동률(%). /한국부동산원, 이지은 기자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강남센트럴푸르지오시티’ 소형 오피스텔의 경우 최근 전세금은 오르고, 매매가격은 떨어지면서 매매가격과 전세금이 거의 비슷해졌다. 이 오피스텔 24.6㎡는 올 4월 2억9000만원에 전세 계약됐는데, 지난달 2억9000만원에 매매로 거래됐다. 전세금은 1년 전보다 2000만원 정도 오르고, 매매가격은 최대 5000만원 정도 떨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역삼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강남역이 가까워 임대 수요는 늘 넘치지만 세금 부담 때문에 사겠다는 투자자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전용 40㎡ 이하 소형 오피스텔 가격 하락세는 전국적 현상인데, 특히 서울에서는 올 5월 들어 하락세가 가파르다. 한국부동산원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에 따르면 서울의 전용 40㎡ 이하 오피스텔 매매가격은 올해 1월 0.05% 상승했지만 2월(0.04%), 3월(0.03%)에 상승 폭을 줄이더니 4월(-0.01%)로 하락세로 돌아선 후, 5월에는 -0.11%로 통계 조사 이래 최대 낙폭을 나타냈다. 5월에도 ‘40㎡ 초과~60㎡ 이하’와 ‘60㎡ 초과’ 오피스텔이 여전히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 다주택자 규제로 소형 오피스텔에 직격탄

    전문가들은 다주택자 대상 전방위적 세금 규제의 유탄을 소형 오피스텔이 제대로 맞은 격이라고 분석한다. 오피스텔은 주거용도로 사용하면 주택과 거의 똑같은 규제를 받는다. 지난해 8월 이후 취득세 중과 규제 여파로 오피스텔 신규 투자도 불리해졌다.

    무엇보다 최근 주거용 소형 오피스텔을 여러 채 가진 다주택자는 종부세 부담이 급증하게 된다. 예컨대 ‘잠실엘스’ 전용 84㎡ 아파트 1채(공시가격 13억원) 보유자의 올해 보유세는 510만원 정도다. 하지만 기준시가 2억원짜리(매매가격 2억5000만원) 오피스텔 1채를 추가로 갖고 있으면 보유세가 1000만원으로, 비슷한 오피스텔 2채를 가지고 있다면 1400만원으로 각각 치솟는다. 오피스텔 한 채당 수익률이 연 4% 정도라고 가정했을 때, 임대 수익의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날리는 수준이다.

    [땅집고] 오피스텔 면적별 공급량 추이. /부동산114

    “똘똘한 한 채 수요 몰리며 오피스텔은 외면”

    소형 오피스텔은 1~2인 가구를 겨냥한 소액 투자 부동산으로 각광받으며 그동안 공급이 크게 늘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전용 40㎡ 이하 소형 오피스텔 공급량이 2010년 2646실에서 2019년 5만3824실로 증가했다. 반면 전용 85㎡ 초과 대형 오피스텔 공급량은 2010년 277가구에서 2019년 8가구로 눈에 띄게 감소했다. 중대형 오피스텔은 집값이 급등한 아파트 대체 주거상품으로 부각되면서 실거주 목적으로 매입하는 경우도 있어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오피스텔을 포함한 대부분 주택임대사업자 제도가 사실상 폐지된 만큼 과거처럼 소형 오피스텔 여러 채를 사서 임대놓는 식의 투자는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심형석 미국 SWCU 교수는 “공시가격과 종합부동산세율 동시 인상처럼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더 강해지고 있다”며 “다주택자는 똘똘한 아파트 한 채만 남기고 처분하는게 유리하기 때문에 아파트보다 오피스텔을 먼저 처분할 가능성이 높아 소형 오피스텔 투자는 점점 더 불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혁 땅집고 기자 hsang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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