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5.24 06:05
[땅집고] 서울 용산구에 들어선 역세권 청년주택 ‘용산 베르디움 프렌즈’. 건폐율 57%에 용적률이962%에 달하는 초고밀 주택이어서 마치 ‘닭장’이 연상된다며 한때 논란이 됐던 단지다. 하지만 지하철 4·6호선 삼각지역 출구와 맞닿아 있는 초역세권 입지인 데다, 지하 7층~지상 최고 37층에 2개동 1086실로 역세권 청년주택 중 최대 규모여서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젊은층 관심을 끌었다.
지난해 10월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용산 베르디움 프렌즈’ 총 1086실 중 323실에 대한 일반 입주자를 최초로 모집했다. 그런데 한 주택형에서만 유독 대규모 미달사태가 벌어졌다. 전용면적 기준으로 ▲19㎡(50실)는 청약 경쟁률이 36.5대 1 ▲39㎡A(97실)는 105.3대 1로 마감하며 계약이 완료됐다. 하지만 39㎡B는 총 196실 중 절반 이상인 105실이 공실로 남았다. 청약 경쟁률도 1대 1을 겨우 넘겼다가 미계약이 발생한 것.
유독 39㎡B에서 미계약이 쏟아진 이유는 뭘까. 이 주택은 입주자 2명이 함께 쓰는 이른바 ‘셰어형’으로 공급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주택형은 침실 2개와 거실 겸 주방1개, 화장실 1개를 갖춘다. 두 명이 한 집에 같이 살면서 침실을 제외한 나머지 공용 공간을 함께 써야 하는 것. 입주자모집공고문에 따르면 룸메이트는 무작위로 전산 추첨하고, 입주자 간 합의로 동호수을 바꾸는 것도 안 된다. 청년에게 주거 문제 해결이 시급한 과제라도 해도 같이 사는 룸메이트를 고를 수 없는 것이 결정적인 단점으로 작용했던 셈이다.
실제로 국민임대아파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모르는 사람과 한 방을 쓰는 것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청약을 포기했다는 게시물이 수두룩하다. 한 청년은 “아예 남이랑 사는 건데 스트레스가 장난 아닐 듯하다. 혹시나 물건이 없어질 수도 있고, 친구 등 지인을 데려오는 것이나 청소 분담하는 것은 친구랑 자취해도 부딪힐 부분이라 비싸도 나 혼자 사는 것이 여러 모로 맘이 편하다”고 했다. “집주인이 관리를 잘 해주는 사설 셰어하우스에도 미친 사람이 많은데, SH가 관리를 안해주니 더 심할 것 같다”, “사정상 군대 동기랑 제대하자마자 같이 살았봤는데 짜증이 났었다. 진짜 잠만 자는 집이 아니고서야 모르는 사람이랑은 못 살 것 같다” 등의 의견이 올라와 있다.
더구나 셰어형 주택 임대료가 혼자 쓰는 방 임대료보다 더 비싼 것도 문제다. 39㎡B셰어형 임대료는 보증금 3288만원에 월세 4만2000원 또는 보증금 1224만원에 12만4800원이다. 반면, 혼자서 한 집을 다 쓰는 19㎡는 보증금 3064만원에 월세 3만9000원으로 더 저렴하다.
SH는 결국 올 4월 30일 ‘용산 베르디움 프렌즈’ 39㎡B 셰어형 주택 105실에 대한 입주자모집 재공고를 냈다. 이달 17일 발표한 청약 결과에 따르면 남자방은 7.3대 1(68실에 494명 청약), 여자방은 37.9대 1(37실에 1402명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초 모집(남자방 1.6대 1, 여자방 1.9대 1)과 비교하면 경쟁률은 올랐다. 하지만 같은 기간 모집한 다른 역세권 청년주택 경쟁률보다 훨씬 낮다. ▲마포구 상수동 ‘홍대크리원’ 18㎡ 617대 1 ▲강동구 천호동 ‘천호역 한강리슈빌’ 19㎡ 359대 1 ▲중랑구 상봉동 ‘제이스타상봉’ 17㎡ 339대 1 등이다.
SH관계자는 “셰어형 주택의 경우 룸메이트를 선택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긴 하지만, 가족·지인·친구와 함께 당첨된 입주자에 한해서는 빈 방이 있다면 함께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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