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도 싼데, 70%까지 대출?…신혼부부 혹하겠네

[땅집고] 3년 전 결혼한 무주택 신혼부부 이모(35)씨는 이달 경기 의왕시 고천동에 들어서는 ‘e편한세상 고천 파크루체’에 청약하려고 한다. 이씨는 청약 가점이 50점대로 수도권의 웬만한 일반 아파트 청약에서 당첨을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 아파트는 정부가 젊은층을 위해 정책적으로 공급하는 ‘신혼희망타운’이어서 당첨을 노려볼 만하다고 판단했다. 신혼희망타운은 정부가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로 공급하고, 규제지역에서도 집값의 70%까지 대출이 가능하도록 한 주택상품이다.

최근 소득 요건도 완화해 부부 합산 연 소득이 1억원(세전)이 조금 안되는 이씨 부부도 청약이 가능하다. 이씨는 “일반 청약에 비해 요건도 덜 까다롭고 단지에 따라 대형 건설사 브랜드 아파트여서 혹시나 당첨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혼부부 특화 공공주택인 신혼희망타운 공급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달 경기 의왕시 고천동에 들어서는 ‘e편한세상 고천 파크루체’를 비롯해 올해 10개 단지가 공급된다. 신혼희망타운은 결혼 후 7년 이내(혼인신고 기준)인 신혼부부 또는 6세 이하 자녀가 있는 무주택 세대가 공급받을 수 있다. 특히 올 2월부터 소득 요건 등 지원 자격이 확대된 만큼 경쟁이 더 치열할 전망이다.

■ 연봉 1억원 맞벌이 신혼부부도 청약 가능

그동안 신혼희망타운은 소득요건 등 자격 조건이 까다로웠다. 연 소득이 약 8000만원 이하인 신혼부부만 청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2월 이후 분양하는 신혼희망타운의 경우 소득요건이 완화했다. 도시근로자 월 평균소득 130%(783만원), 맞벌이는 140%(844만원) 이하이면 지원할 수 있다. 130% 이하인 경우 연봉으로 환산하면 9300여만원 이하, 140%는 약 1억원 이하다. 외벌이를 기준으로 하면 대기업 저연차 직장인도 도전할 수 있다. 경쟁이 생기면 자녀 수, 무주택 기간, 당해 지역 연속 거주 기간, 청약통장 납입 횟수를 가점화해서 입주자를 선정한다.

신혼희망타운의 장점 중 하나는 규제 지역에서도 대출 한도가 70% 로 높다는 점. 주택도시기금의 신혼희망타운 전용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면 규제지역에 공급되는 단지라도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한도가 따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분양가의 최대 70%까지, 연 1.3% 고정금리 조건으로 4억원까지 최장 30년 만기로 대출받을 수 있다. 현재 투기과열지구 주택담보대출비율은 40%에 불과하다.

단, 주택을 매도하거나 대출금을 상환할 때 시세차익은 주택도시기금과 공유해야 한다. 예를 들면 정산비율이 30%일 때, 매각차익(매도가격－분양가격)의 30%를 기금이 회수하는 식이다. 정산 비율은 원칙적으로 50%이지만, 정산시점에 자녀가 있는 경우 자녀 수에 따라 조정 가능하다.

■ 총 5만8000가구 공급…민간 브랜드 적용한 단지 인기 높아

정부가 ‘주거복지로드맵’을 통해 계획한 신혼희망타운 공급 규모는 5만8000가구에 달한다. 2018년 경기 성남시 위례신도시 ‘위례A3-3B블록’(340가구), 경기 평택 고덕지구 ‘평택고덕A7 블록’(242가구)를 시작으로 현재 수도권과 지방에 총 33개단지, 1만4000여 가구 규모 신혼희망타운 아파트가 분양했다.

신혼희망타운은 자격 요건이 까다로운데도 인기 지역에서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 1월 GS건설이 경기 성남시 창곡동 위례신도시(A2-6블록)에 공급한 ‘위례자이더시티’ 신혼희망타운의 경우 293가구 모집에 1만7000여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58.1대 1을 기록했다. 이 아파트는 공공택지 땅을 건설사가 매입해 짓는 민간 참여형 방식으로 진행돼 LH와 민간 건설사가 공동으로 시행사가 됐다. 청약 방법은 기존의 신혼희망타운과 동일하지만, 민간 건설사가 시행사로 참여해 청약 시점부터 단지명에 건설사 브랜드가 붙었고, 상품도 민간 분양 아파트처럼 대형 건설사가 내세우는 최신 상품이 도입될 수 있었다.

작년 12월 모집공고가 난 ‘과천지식정보타운S-3블록’(365가구)이 평균 16대1, ‘과천지식정보타운 S-7블록’(420가구)이 평균 14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 ‘e편한세상 고천 파크루체’ 등 올 4000여가구 분양…사전청약도 주목

올해는 전국 10개 단지에서 약 4000가구 규모 신혼희망타운 분양이 계획돼 있다. 5월에는 DL이앤씨(옛 대림산업)가 의왕시 고천동에 짓는 ‘e편한세상 고천 파크루체’가 분양한다. 이 단지는 의왕 공공주택지구 A-2블록으로 지상 20층 총 11개에 870가구다. 이 중 신혼희망타운은 580가구 공급된다. 민간 건설사가 참여하는 신혼희망타운은 ‘위례자이더시티’에 이어 ‘e편한세상 고천 파크루체’가 두번째다. ‘서울 대방’(122가구), ‘서울 공릉’(120가구) 등도 주요 단지로 꼽힌다.

올해는 3기 신도시와 공공택지에서 분양하는 신혼희망타운 사전청약 물량도 대거 공급될 예정이다. 올해 3기 신도시와 공공택지지구에 공급되는 3만 300여가구 중 1만4000가구는 신혼희망타운으로 공급한다. 사전청약은 실제 입주자모집공고가 이뤄지기까지 1~2년 정도 걸리는만큼, 당첨자는 자금을 모아둘 여유가 있다.

공급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오는 7월 분양 예정인 ‘남양주 진접2지구’(1600가구)다. ▲11월 ‘과천 주암지구’(1400가구) ▲7월 3기신도시 ‘인천 계양’(1100가구) ▲12월 구리갈매역세권(1100가구) ▲12월 3기신도시 부천대장(1000가구) 순으로 규모가 크다.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팀 연구원은 “지난해까지는 맞벌이 신혼부부가 소득 요건을 맞추기 어려워 전국적으로 신혼희망타운의 경쟁률이 낮았다”며 “하지만 올해부터 소득요건이 완화됐고 3기 신도시 같은 입지가 우수한 곳에 사전청약 물량이 계획되면서 경쟁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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