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5.13 04:10
[땅집고] 현 정부 들어 주택시장에 대한 각종 규제가 쏟아지자, 시장 수요자들이 ‘비(非) 규제지역’으로 이동하면서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전국 시·군·구의 3분의 2 정도를 규제 지역으로 묶는 바람에 규제가 없는 지역이 희귀해진 상황. 비 규제지역은 대출·세금·청약 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고, 그동안 집값이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 가격이 저평가 돼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현재 전국 236개 시·군 중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이 아닌 비 규제지역은 70여 곳에 불과하다. 수도권에선 경기 가평·동두천·이천·포천시, 지방에선 강원 원주시·경남 양산시·경북 구미시·전북 익산시 등이 비 규제지역에 해당한다. 지난해 12월을 기점으로 이들 지역 아파트 실거래가가 많게는 수억원씩 뛰고, 분양하는 아파트마다 줄줄이 ‘완판’하고 있다.
■비규제지역 아파트 찾는 투자자들…두 달 만에 웃돈 3억원 붙기도
올해 전국 비규제지역 일부 단지들에선 지난해 대비 수억원 웃돈이 붙어 실거래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경남 양산 물금읍 ‘양산물금 대방노블랜드 6차 더클래스’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이 아파트 84㎡가 4억원에 팔렸는데, 올해 1월에는 6억9500만원에 거래하며 약 두 달 만에 집값이 3억원 가까이 뛰었다. 지난해 12월 부산 전역이 규제지역으로 지정되자 투자 수요가 인근 양산으로 이동하면서 집값이 단기간에 급등한 것. 근처 ‘e편한세상남양산2차’ 84 ㎡도 지난해 11월 2억6500만원에서 올해 4월 3억5500만원으로 올랐다.
주택시장의 불모지였던 전북도 비슷한 상황이다. 전북 전주시가 처음으로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면서 인접한 익산시 집값이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익산시 집값 변동률은 2019년부터 대체로 마이너스(-)를 기록해왔는데, 12·18 대책 직후인 올해 1분기에는 1.46% 상승률을 찍었다. ‘포레나 익산 부송’ 84㎡ 분양권이 지난해 11월 3억3950만원에 팔렸는데, 올해 3월 5억2881만원에 거래하며 최초로 5억원을 돌파하더니 이어 4월 5억5713만원에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과거 지방이나 수도권 외곽 지역에선 집값이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집값이 장기간 보합세를 유지하거나 되레 마이너스 상승률을 찍곤했다”라며 “하지만 정부의 부동산 규제책으로 전국 곳곳에서 풍선효과가 벌어지면서 유례 없는 가격 급등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분양시장 열기도 뜨거워…미달이던 비규제지역 새아파트 줄줄이 1순위 마감
청약 시장의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중견 건설사들조차 관심이 없었던 외곽지역에 대형 건설사들이 아파트 분양에 나서면서 청약 마감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비규제지역 1순위 청약 마감률이 71.9%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까지만 해도 29.3%에 불과했는데, ▲2분기 40.2% ▲3분기 49.6% ▲4분기 60.4% 등 순으로 상승세를 타면서 올해 70%대를 돌파한 것이다.
전국 비 규제지역 곳곳에서 해당 지역 최초로 1순위 청약 마감한 단지들이 줄줄이 나오고 있다. 1월 경기 가평군에 분양한 ‘e편한세상 가평 퍼스트원’과 ‘가평자이’는 각각 평균 청약 경쟁률 6.28대 1, 11.44대 1을 기록하면서 가평 최초로 1순위 청약 마감했다. 지난 3월에는 ‘양평역 한라비발디 1~2단지(평균 경쟁률 13.51대 1)’가 경기 양평군에서 2008년 이후 처음으로 1순위 청약 마감에 성공했다.
서울 등 규제지역에 분양하는 아파트에 청약 당첨될 경우 전매제한·거주의무기간·재당첨제한 등 각종 규제를 적용 받는다. 그러나 비 규제지역에서는 이런 규제가 거의 없다. 1순위 청약 조건도 비 규제지역이 더 느슨하다.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에선 청약통장 가입 후 2년 이상인 무주택·1주택자 세대주만 민영아파트 1순위 청약에 접수할 수 있다. 반면 비 규제지역에선 청약통장 가입 6개월~1년만 채우면 청약 가능하다. 세대주 뿐 아니라 세대원도 청약할 수 있으며, 2주택 이상을 소유한 다주택자도 1순위 청약 당첨을 노려볼 수 있다. 또 비규제지역에선 분양가의 최대 70%까지 대출 받을 수 있어 자금 부담이 덜하다는 점도 최근 청약 열기를 끌어올린 요소로 꼽힌다.
■'이천 진암지구 우방 아이유쉘 메가하이브', '양평 더샵 리버포레' 등 비규제지역 5만7000가구 분양 러쉬
이 같은 분위기를 타고 올해 4월 이후 연말까지 전국 비(非) 규제지역에서 새아파트 5만7000여가구가 분양에 나선다. 지역별로 ▲수도권 8187가구 ▲지방광역시 4008가구 ▲지방 중소도시 4만4414가구 등이다.
지난해 새 아파트 공급이 하나도 없었던 경기 이천시에 이달 ‘이천 진암지구 우방 아이유쉘 메가하이브’가 분양한다. 이천시는 서울 외곽지역으로 신규 아파트 공급이 거의 없었던 지역이지만, 여주~판교를 잇는 경강선 개통 이후 수도권 외곽의 주거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 아파트는 지하 1층~지상 23층에 6개동 413가구 규모로, 이천시 주택 시장에선 보기 드문 4베이 설계를 적용한다. 이천시를 비롯한 수도권(서울·경기·인천) 거주자가 청약통장 가입 12개월을 넘기고 주택형별 예치금을 충족했다면, 주택 소유 여부와 상관 없이 세대주·세대원 모두 1순위 청약 가능하다. 비 규제지역인만큼 재당첨제한이 없으며 전매제한 기간도 6개월로 짧다.
수도권의 또 다른 비규제지역인 경기 양평시에선 ‘더샵 양평 리버포레’가 분양 중이다. 지하 4층~지상 최고 23층, 6개동, 453가구 규모 단지로 KTX·경의중앙선 양평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입지다.
오는 6월에는 현대건설이 전북 익산시 마동에 ‘힐스테이트 익산’을 공급한다. 지하 2층~지상 최고 29층, 6개동, 454가구 규모 단지다. 자동차로 약 10분 거리에 KTX·SRT 익산역이 있다. 익산시에 들어서는 첫 번째 힐스테이트 브랜드 단지다. 만 19세 이상이면서 청약통장 가입 6개월을 넘겼다면 누구나 청약할 수 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비규제지역에선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관심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라며 “핵심 주거지역에는 주택 물량 공급이 제한돼 있어, 당분간 비규제지역 분양 물량이 계속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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