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5.12 03:16
[땅집고] “지난 10년 동안 한 점포에서 식당을 운영하다가 올해 문을 닫기로 결정했습니다. 점포를 인수할 때 냈던 권리금을 돌려받기 위해 새 임차인을 물색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임대인은 ‘건물을 재건축해야 하니 빨리 나가달라’고 합니다. 이 경우 저는 권리금도 못 챙기고 점포를 비워줘야 할까요?”
상가 권리금을 받기 위해 새 임차인을 찾는 도중에 건물주로부터 즉시 퇴거를 요구받아 마음 고생하는 임차인이 수두룩하다. “을이니까 어쩔 수 없지”라는 생각에 권리금을 포기하고 점포를 비워주는 세입자가 간혹 있는데, 법적으로는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1항은 건물주가 세입자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한다. 이는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실제 세입자가 계약갱신요구권을 쓸 수 없는 상황인데도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장받은 판례가 있다(대법원 2017다225312판결). 건물주 A씨와 세입자 B씨가 상가임대차계약을 체결한 뒤 계약 기간 10년이 지났다. 그런데 A씨가 ‘재건축을 하겠다’며 B씨를 상대로 명도소송을 제기했다. B씨는 권리금을 회수하려고 했지만 상가 재건축을 급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A씨 때문에 권리금 회수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맞섰다.
대법원은 “최초임대차기간을 포함한 전체 계약 기간이 10년을 초과해 임차인이 갱신요구권을 더 이상 행사할 수 없는 경우라도, 임대인은 세입자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호하는 의무를 부담한다”며 “10년이 지나도 임차인이 형성해온 고객·거래처·신용 등 재산적 가치는 여전히 유지되기 때문”이라며 세입자 B씨의 손을 들어줬다.
만약 건물주가 재건축이나 대수선 등을 이유로 상가 인도를 요청하면 세입자는 어떻게 대처해야 현명할까. 엄정숙 법도종합법률사무소 부동산전문변호사는 “건물주에게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지 말라고 적극적으로 의견 표명을 해야 하며, 문자·녹음파일·내용증명 등을 통해 본인의 권리금 주선 행위에 대해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물주가 상가 권리금 회수 기회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소송으로 해결해야 한다.
건물주가 명도소송을 내면 권리금에 대한 손해배상으로 반소를 제기하거나, 명도소송과 별개로 손해배상소송으로 대응하면 된다. 손해배상소송이란 이른바 권리금소송으로, 권리금만큼 손해를 입었으니 이 금액만큼 배상해 달라고 청구하는 소송이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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