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5.10 03:49 | 수정 : 2021.05.10 12:06
[땅집고] 최근 경기도 김포시에서 출발하는 ‘서부권 광역급행철도’ 노선 계획이 부천종합운동장까지 연결하는 김포~부천선, 이른바 ‘김부선’으로 축소 발표되자, 김포 주민들이 연일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왜 김포만 차별하느냐”는 불만이 터져나오는 가운데 김포시의 행정·정치력 부재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목소리도 쏟아진다.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된 ‘김부선’은 예상 사업비만 최소 2조1000억에서 최대 3조원으로 추산된다. 앞서 인천시와 경기도에서 건의한 노선의 예상 사업비가 각각 10조원과 5조~6조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줄었지만 작은 규모는 아니다.
문제는 3조짜리 노선인데 서울 출퇴근하는 김포 주민들에겐 사실상 쓸모가 없다는 것. 서부권광역철도를 이용해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이나 서울 지하철 7호선으로 갈아타도 기존 경전철 김포골드라인에서 5·9호선을 환승하는 것과 비교해 시간 단축이 거의 없다. 게다가 서부권광역철도와 GTX-B는 김포골드라인이나 5·9호선보다 요금이 최소 2~4배 비싸다.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된 ‘김부선’은 예상 사업비만 최소 2조1000억에서 최대 3조원으로 추산된다. 앞서 인천시와 경기도에서 건의한 노선의 예상 사업비가 각각 10조원과 5조~6조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줄었지만 작은 규모는 아니다.
문제는 3조짜리 노선인데 서울 출퇴근하는 김포 주민들에겐 사실상 쓸모가 없다는 것. 서부권광역철도를 이용해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이나 서울 지하철 7호선으로 갈아타도 기존 경전철 김포골드라인에서 5·9호선을 환승하는 것과 비교해 시간 단축이 거의 없다. 게다가 서부권광역철도와 GTX-B는 김포골드라인이나 5·9호선보다 요금이 최소 2~4배 비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김포 주민들 사이에는 김포골드라인 사태의 데자뷰라며 김포시장과 지역 정치인들의 무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지옥철’로 불리는 김포골드라인은 지역 정치인들이 자초한 부분이 크다.
2010년 당시 유영록 김포시장은 김포시에 서울 9호선 연장을 추진하면서 정부 인가를 받기 위해 “국고 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9호선이 4량에서 8량으로 증차하기로 하면서, 4량 맞춤 열차를 계획했던 김포시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사업을 포기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김포시 단독 예산으로 지하철을 건설하겠다고 서약한 것이 결정적 실수가 됐다. 9호선 직결 연결을 포기한 김포시는 해당 노선을 그대로 이어받아 경전철을 추진했는데, 기존 서약에 발목이 잡혀 국비나 도비를 전혀 지원받지 못한 것. 결국 예산 부족으로 김포시는 4량 열차마저 2량으로 축소해 초미니 경전철을 건설하게 됐다. 김포시의 유일한 도시철도인 김포골드라인은 출퇴근 시간에는 자리가 없어 열차를 2~3번 그냥 보낸 후에야 탈 수 있다. 열차에 타면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다.
김포 주민들은 김부선 사태를 보면서 또 다시 되풀이되는 김포시의 행정·정치력 부재를 질타하고 있다. 차라리 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서울 5호선 연장(김포한강선)을 추진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 5호선 연장안은 현 종점인 김포공항에서 김포 풍무동과 인천 검단신도시, 김포 장기동을 거쳐 양촌읍 북부 누산리까지 연결한다. GTX만큼은 아니어도 서울과 한번에 연결돼 장기동과 검단신도시, 풍무동 출퇴근 승객을 분산해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는 “국가철도망 노선 선정은 해당 지자체가 강력히 원하는 것을 위주로 선정할 수밖에 없는데 김포시는 5호선 연장보다 광역급행철도를 더 강력하게 요구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김포시 처지는 인구가 더 적은 하남시(30만명)와 비교하면 더욱 초라하다. 하남시에는 현재 완전 개통한 5호선 하남연장선에 더해 이번 4차 국가철도망 계획에 9호선 강동~남양주 연장, 3호선 하남시청 연장선 등 알짜 노선을 줄줄이 배정받았다. 이 노선 사업비를 다 합치면 4조원 정도다. 통상 도시철도는 국고로 전체 예산의 60%를 부담하고, 나머지는 지자체가 낸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남시는 국고로 약 2조4000억원을 지원받은 셈이다.
반면 김포시는 시 예산으로 건설한 김포골드라인 외에 다른 노선이 없다. 김포시 인구는 올 4월 기준 48만명을 넘었다. 정부 계획대로 ‘김부선’이 놓이면 돈은 돈대로 들면서 출퇴근 여건은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 김부선 사업비는 하남시에 투입된 3개 노선 사업비와 맞먹는다. 이 사업이 확정된다면 앞으로 5호선 연장을 요구하기도 어려워진다. 김포 주민들이 화가 날 수밖에 없다. 김포 시민들은 “1인당 1200만원씩 광역교통부담금을 내고도 겨우 지옥 같은 경전철을 타고 다녀야 하느냐”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실제로 한강신도시 건설 과정에서 입주자들은 광역교통부담금으로 1조2000억원을 냈다.
서부권광역철도를 국가철도망 계획에서 빼고 5호선 연장안을 넣는 것도 간단치가 않다. 두 노선은 전혀 다른 노선이어서 대체 노선으로 보기 힘든데다, 5호선 연장안은 이번 4차 국가철도망 계획 추가 검토 노선에도 포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성 적자를 겪고 있는 서울교통공사가 도시철도 연장을 반기지 않는다는 것도 난관이다.
김포시민들은 최근 정치권과 국토부 공무원들에게 ‘#골든라인챌린지_너도함타봐라’를 제안하고 있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한계점에 대해서 양해해 주면 좋겠다”고 했다. 지역 균형과 예산 부담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김포시민들은 집값이 문제가 아니라 생존 문제라고 호소한다. 김포시민들은 당국자들이 김포골드라인을 한번 타본 후 정책을 다시 고민하길 바라고 있을 것이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