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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내 집 된다" 기대했더니…어이없이 박살난 꿈

    입력 : 2021.04.30 05:00

    [땅집고] 광주 광산구 선운지구의 민간임대아파트 '해광샹그릴라' 경매를 막아달라는 내용의 국민청원 글.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

    [땅집고] 지난달 광주광역시 광산구 선운지구 한 아파트에서 4개동 219가구가 한꺼번에 경매에 나왔다. 이 단지는 해광건설이 2014년 말 분양전환형 공공지원 민간 임대아파트로 공급한 ‘해광샹그릴라’다. 임대 사업 주체는 민간이지만, 공공 지원을 받는 대가로 임대료가 시세보다 저렴하고, 5년 의무임대기간 후 분양 전환하도록 돼 있다. 이 아파트 82 ㎡(이하 전용면적) 한 가구당 임대보증금은 약 1억5000만원이며, 2020년 1월로 예정됐던 분양전환시 분양가는 1억8000만원 정도로 예상됐다.

    [땅집고] 지난달 광주 광산구 선운지구(선암동)의 해광샹그릴라 아파트 219가구가 통째로 경매에 나왔다. /지지옥션

    하지만 지난 3월 아파트 단지가 통째 경매로 넘어가는 일이 벌어졌다. 5년간 분양 전환을 기다렸던 세입자들은 졸지에 쫓겨날 상황에 처했다. 세입자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등을 통해 “부실 임대사업자 때문에 내 집 마련 기회를 잃고, 심지어 불법 근저당 빚까지 떠안게 됐다”고 피해를 호소하고 나섰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분양 전환 한달 앞두고 아파트 전격 매각

    [땅집고] 전체 219가구가 통째로 경매로 넘어가버린 광주 선운지구 해광샹그릴라. /네이버 로드뷰

    입주민들은 해광건설이 아파트 임대사업권을 갑자기 매각한 것이 문제가 됐다고 주장한다. 해광건설은 분양전환을 1개월여 앞둔 2019년 말, 이 아파트 임대사업권을 글로벌우신에 매각했다. 한 가구당 매각금액은 2억3167만원으로, 당초 분양전환 예정금액인 1억8000만원보다 28% 높았다.

    이를 두고 세입자들은 해광건설이 꼼수를 썼다고 주장한다. 해광샹그릴라 분양전환 금액은 현행 임대주택법에 따라 책정하기 때문에 1억8000만원 안팎에 그쳤던 반면, 주변 아파트 시세는 최근 3년여 동안 크게 올라 해광샹그릴라보다 최소 1억원 이상 높았다. 해광건설 입장에서는 세입자에게 분양하는 것보다 다른 임대사업자에게 매각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었다. 실제 해광샹그릴라가 가구당 2억3167만원에 통매각된 2019년 말, 주변 ‘선운지구 진아리채’ 78㎡는 3억2000만원, ‘광주선운지구이지더원1단지’ 84㎡는 3억8700만원에 각각 실거래됐다.

    [땅집고] 해광샹그릴라 경매 사건 흐름도. /이지은 기자

    아파트를 통째 인수한 글로벌우신은 총 219가구 중 89가구는 분양전환 적격 판정을 내렸지만, 나머지 130가구는 ‘부적격’ ‘보류’ 통보했다. 부적격 사유로는 ‘입주 당시 관리사무소에서 작성한 입주자 카드를 분실했으니 실거주자가 아니다’라는 등의 이유를 든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법상 ‘분양 전환 부적격’ 판정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세입자들은 글로벌우신이 이를 이용해 분양전환 부적격 가구를 일반분양해서 차익을 챙기려던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지난 3월 이 아파트 219가구가 통째로 경매 물건으로 나오게 됐다. 글로벌우신이 단지 전체를 담보로 저축은행 등 9곳에서 대출받은 후 상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초 2016년 설립한 글로벌우신의 자본금이 2억원 정도여서 이 회사가 제대로 된 임대사업을 벌일 능력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글로벌우신 측은 “광산구청이 분양전환 승인을 해주지 않는 바람에 경매가 불가피했다”고 주장한다. 광산구는 “임대주택법상 세입자 동의 없이 공공 임대아파트를 담보로 저당을 설정하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에 분양 승인해줄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세입자들이 경매로 넘어간 아파트를 분양전환가격 수준에서 낙찰받으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제3자가 낙찰받으면 문제가 생긴다. 세입자가 분양 전환을 요구할 근거가 없어 강제로 쫓겨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보증금 일부를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 아파트 한 채당 채권 최고액이 1억500만원에 달하는 탓이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불법 근저당 설정 혐의로 글로벌우신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민간 임대주택, 부실 기업도 인수 가능”

    전문가들은 애초에 민간임대주택특별법에 허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원칙적으로 임대의무기간 중 다른 사업자에게 단지를 양도할 수 없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임대의무기간 중에도 구청장에 신고한 후 양도받는 자가 임대사업자 지위를 포괄적으로 승계한다면 양도가 가능하다. 이 때 양도받는 임대사업자의 자본금 등 자격 요건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땅집고] 글로벌우신이 아파트를 인수한 뒤 단지 전체가 경매로 넘어가버린 것에 대해 시위하는 해광샹그릴라 입주민들. /독자 제공

    이 때문에 건설사가 민간 임대주택을 짓고 분양 전환 이전에 아파트를 다른 임대사업자에게 매각해 차익을 챙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종시 아름동 ‘영무예다음’, 전남 광양 ‘송보5·7차아파트’, ‘덕진광양의봄’, ‘태완노블리안’ 등이다. 영무건설이 2012년 5년 임대 후 분양전환 조건으로 공급한 세종시 ‘영무예다음’의 경우 2017년 정기산업이 단지를 통째로 매입, 총 587가구 중 277가구는 분양 전환했으나 나머지 200여가구에는 부적격 통보를 내린 뒤 일반 분양으로 전환하는 바람에 세입자들과 갈등을 빚었다.

    이 때문에 국회는 작년 12월 5년 공공임대주택 분양전환 과정에서 세입자가 임대주택 우선분양대상자 자격을 상실할 경우, 임대사업자가 해당 가구를 제 3자에게 매각할 때 시세가 아닌 우선분양가격 이하로 팔아야 한다는 내용으로 관련 법을 통과시켰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민간임대주택은 민간기업이 건설·분양하지만, 국가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조성한 국민주택기금 지원을 받아서 짓기 때문에 공적인 성격이 강하다”며 “무주택 서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관심을 갖고 법률적인 보완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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