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4.23 17:00 | 수정 : 2021.04.23 17:06
[땅집고] “강남까지 연결하는 GTX-D를 기대했는데 결론은 ‘김부선’입니까. 언제까지 김포만 홀대를 받아야 하는 거죠?”(김포시 주민 A씨)
인천과 경기도가 제안했던 수도권광역급행철도노선이 제4차 국가철도망 계획에서 김포~부천간 서부권광역철도(일명 김부선)로 축소 발표되면서 관련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특히 출퇴근시간 혼잡이 극에 달한 김포골드라인의 대체노선으로 강남직결 GTX-D나 5호선 연장을 기대했던 경기 김포 시민들의 불만이 크다.
이번에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된 서부권광역철도는 김포 장기역에서 부천종합운동장을 연결하는 노선이다. 김포시는 경기도와 함께 김포 한강신도시부터 검단~계양~부천~서울 남부~하남을 잇는 노선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연구용역을 맡은 최진석 한국교통연구원 철도정책안전연구팀장은 “지자체가 제안한 노선은 너무 길고, 재정투자비도 10조원 가까이 소요돼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투자 규모 안배를 감안했다”면서 “2호선이나 7호선 등 기존 노선과 중복되는 부분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포를 중심으로 한 지역 주민들은 이번 결정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김포시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집단 시위와 항의메일, 지역정치인 1원‧18원 항의후원 운동 등 갖가지 방법으로 저항하자는 말까지 나온다.
김포시민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서부권광역철도가 강남으로 직결되지 않는다면 현재 심각한 수준인 김포시의 서울 출퇴근 교통량 분산에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포시는 지난 3월 기준 인구 48만명을 넘어섰다. 한강신도시 등 대규모 택지지구가 개발되고, 서울 집값이 크게 치솟으면서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김포시에 인구가 몰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늘어난 인구에 비해 김포시의 대중 교통수단은 턱없이 모자라다. 주민 대부분이 서울로 출퇴근을 하는데 서울로 접근하는 도시철도는 경전철인 ‘김포골드라인’ 하나 뿐이다. 이마저도 객차 1량 당 최대 150명만 탈 수 있는 경량전철 2량으로 운행된다. 현재 김포골드라인의 편성 당 이용객은 400명이 훌쩍 넘어, 수도권 도시철도 편성 당 평균이용객 236명의 1.7배가 넘는다. 출퇴근 시간에는 이 숫자가 몇 배로 늘어난다. 이용객이 가득 들어차, 승하차시 넘어지는 사고 등 안전 사고 위험까지 있다. 실제로 출퇴근 시간 김포골드라인은 몸이 끼어 움직일 수 없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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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발표된 ‘김부선’을 이용해 서울로 출퇴근 하려면 부천종합운동장역에서 7호선으로 환승해야 한다. 부천 종합운동장에 앞으로 GTX-B가 개통할 예정이어서 이를 이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서울로 가느니 차라리 김포골드라인을 이용해 9호선과 5호선, 공항철도로 환승할 수 있는 김포공항역을 거치는 것이 시간과 비용 면에서 더 낫다는 것이 김포 주민들 입장이다. 출퇴근시간마다 김포골드라인을 이용한다는 임신부 김모씨(36)는 “매일 출퇴근 때마다 뱃속의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 마음을 졸인다”면서 “서로 이동 수요도 크게 없는 김포와 부천 사이 이동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더구나 김포를 제외한 수도권 대부분 지역이 GTX-A, B, C 등으로 향후 서울 접근성이 대폭 개선될 전망이기 때문에 김포 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크다.
대표적으로 하남시와 강동구 고덕지구 일대는 현재 5호선이 개통돼 종로와 여의도 주요업무지구로 갈 수 있다. 여기에 3호선 연장안도 이번 국가철도망에 포함돼 강남일대 접근성도 높아진다. 그간 경의중앙선과 3호선 밖에 없어 강남으로의 접근성이 좋지 않았던 고양시 일대도 현재 공사 중인 GTX-A와 대곡소사선을 포함해, 고양선 등이 추진 중이다. 의정부시와 과천시도 GTX-C노선이 연결될 예정이고, 광명시도 제2경인선과 신안산선 등이 연결돼 서울 접근성이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결국 GTX 노선이 완성되면 서울과 경계를 맞댄 수도권 지역에서 한번에 서울 중심지로 이동하는 노선이 전무한 지역은 김포시 밖에 남지 않는다.
4차 국가철도망 계획 발표 전 김포시민 사이에서는 서울 강남권으로 연결되는 GTX-D노선이나 여의도와 종로일대 업무지구로 갈 수 있는 5호선 연장사업에 대한 요구가 높았다. 5호선 연장으로 풍무동 남부와 검단신도시, 감정동, 장기동의 이용객을 분산시키고 교통소외지역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5호선 김포연장안 마저 이번 발표에 빠지면서 김포시민들의 교통 불편은 해소될 길이 막히게 됐다.
전문가들은 2022년부터 입주를 시작하는 검단신도시 동측과 현재 택지개발 중인 북측의 입주물량까지 생각하면, 심각한 교통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김포시는 매년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데다, 앞으로 검단신도시 등 추가 입주물량까지 생각하면 교통수단이 턱없이 모자라다”며 “서울 집값 안정을 위해서도 기존에 존재하는 신도시 지역에 서울 접근성을 높이는 교통 대책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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