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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허덕이던 공장 이렇게 개발했더니…1800억 대박

    입력 : 2021.04.20 06:46 | 수정 : 2021.04.20 14:35

    지난 15일 지하철 4호선 인덕원역 인근에 자리잡은 안양벤처밸리. IT(정보기술)·소프트웨어 등 벤처기업 850여곳이 몰려 있는 이곳에서 눈길을 확 잡아 끄는 건물이 서 있었다. 건물 이름은 ‘오비즈타워’. 지하 3층~지상 35층, 대지면적 2만2538㎡에 연면적 12만4000㎡ 규모의 대형 지식산업센터다. 총 610실에 450여개 기업이 꽉 들어차 있다. 상주 인원이 4000여명에 달한다.

    이 부지는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골판지용 종이를 생산하던 오성제지 공장 부지였다. 오성제지는 이북 출신인 고(故) 오규원 회장이 1958년 창업한 전형적인 제조업 기반의 회사로 오비즈타워를 짓기 전까지는 부동산 개발 사업 경험이 전혀 없었다. 이런 기업이 어떻게 초대형 지식산업 센터를 지어 분양까지 하게 됐을까.

    경기 안양시 관양동 일대 오성제지 공장 부지의 옛 모습(위쪽). 피데스개발과 함께 최고 35층, 총 610실 규모 지식산업센터인 오비즈타워(아래쪽)로 재탄생시켰다. /오성제지 제공, 이지은 땅집고 기자

    ◇경영위기 돌파 위해, 피데스개발과 함께 지식산업센터 개발에 도전

    오비즈타워가 들어선 관양동 일대에는 중소 제조공장들이 많았는데,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점점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가 터지자, 제조업체들이 줄도산하기 시작했다. 오성제지 역시 2009년 당기순손실 50억원까지 기록하며 위기를 맞았다. 제조업체들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모두 공장 부지를 내다 팔고 있었다. 하지만, 오성제지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오성제지 재무팀에 30여년 동안 근무한 이기석 전무는 “오종석 대표님이 ‘이참에 부지를 자체 개발해서 수익도 남기고 회사 체질을 바꿔보자’고 결단을 내리면서 직접 개발사업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부동산개발 경험이 부족했던 오성제지가 성공적인 개발사업을 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실력 있는 파트너’를 만난 영향도 컸다. 이 전무는 “자체 개발사업을 도와 줄 PM(Project Management·개발대행)사를 선정하기로 하고 부동산업계를 샅샅이 뒤졌는데, 가장 신뢰 높았던 회사가 ‘피데스개발’이었다”며 “결과적으로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개발 사업에서 PM사는 시행사와 함께 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건설과 마케팅, 분양까지 실무 과정을 대행하는 역할을 한다.

    ◇갭펀드 활용해, 랜드마크 건물로 지어 사업성공

    피데스개발은 대우건설 출신의 김승배 사장이 이끄는 대표적인 부동산개발 회사다. 당시 프로젝트 실무를 담당했던 박정흠 피데스개발 이사는 “오성제지 공장부지는 준공업지역이어서 아파트·오피스텔 등 주거용으로 개발이 불가능하고, 지식산업센터가 최적의 모델이라고 판단하고 개발을 수립했다”며 “당시엔 지식산업센터를 ‘아파트형 공장’이라고 불렀는데 건물만 대충 올려 고만고만하게 짓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성제지는 30층 이상 고층으로 지식산업센터를 지어 이 지역의 랜드마크 건물로 짓기로 했다. 건물 바로 앞 부지 2000평은 공원으로 기부채납해 유동 인구를 끌어들이고, 건물 내에 휴게실과 옥상공원까지 설치했다. 당시에는 파격이었고, 최초의 시도였다.

    계획 초기 사업비 마련이 문제였다. 당시에는 금융위기 여진이 남아 있어 은행권에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은 거의 중단돼 있었다. 오성제지는 자체 부지가 있었던 덕분에 PF대출 대신 ‘갭펀드(GAP Fund)’를 활용했다. 총 사업비 1200억원 중 910억원을 조달했다. 갭펀드란 시공사의 지급보증이 없는 PF대출 상품으로, 분양수익금으로 공사비 등을 충당하되 향후 미분양이 발생하면 해당 미분양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일으켜 대출 원금을 갚는 구조다. 박정흠 피데스개발 이사는 “유휴 부동산을 자체 보유한 기업이라면 지금도 갭펀드 방식이 금리나 대출 승인 면에서 여전히 유용하다”고 말했다.

    ◇월 임대수익만 3억원, 제조업 재도전 희망도

    오비즈타워는 2012년 8월 착공과 동시에 분양했다. 초기 분양가는 3.3㎡(1평)당 560만원 정도였는데, 초기 분양 성적이 좋아 PF대출을 조기상환하고, 2년 뒤부터는 분양가를 650만~700만원 정도로 올렸다. 610실 중 510실은 분양해 1800억원 정도를 회수하고, 나머지 100실은 자체 보유하며 임대수익을 올리기로 했다.

    오성제지는 이 사업으로 얻은 수익을 활용해 서울 강서구 화곡동과 안양시에 근생건물을 각각 매입하고, 천안시에선 공장 부지 한 곳도 추가로 인수했다. 부동산에서 얻는 월 임대수익만 3억원 정도다. 이 전무는 “기업부동산 개발을 통해 회사도 살리고, 새로운 기반도 마련했다고 평가한다”며 “회사 태생이 제조업 기반이어서 천안의 공장 부지를 활용해 제조업에 새롭게 도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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