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4.19 07:21 | 수정 : 2021.04.22 09:05
[땅집고] 서울시가 ‘한강 르네상스 사업’에 따라 2011년 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한 성동구 성수동 성수전략정비구역(성수1·2가 한강변 일대)가 개발 기대감으로 들썩이고 있다.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총 53만399㎡(약 16만445평)를 재개발해 최고 50층 높이 아파트 단지(8247 가구)를 짓는다는 계획으로, 한강변에 위치한 데다 강남 접근성이 좋은 노른자 땅으로 주목 받아왔다. 오랜 기간 서울시의 인허가 방해로 가로막혀 왔지만, 오세훈 시장이 10년 만에 서울시장으로 복귀하며 자신의 과거 대표 개발 사업인 이곳의 개발을 다시 추진할 것이란 기대가 높다. 땅집고가 14일 성수전략정비구역에서 만난 재개발 조합 관계자들은 “오 시장의 과거 계획처럼 50층 높이 개발을 다시 추진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한강 르네상스의 주창자 오세훈 돌아왔다… ‘50층 개발 재개’ 반색
성수정비전략구역은 서울시의 ‘한강 르네상스’ 계획에 따라 총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추진하기로 결정, 2011년 정비구역으로 지정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강변 35층 높이 제한을 둔 ‘2030 서울 플랜’ 이전에 지정돼 현재 한강변에서 유일하게 50층 아파트 신축이 가능한 곳이다. 하지만 박 시장의 서울시는 그동안 ‘건축심의 권한이 서울시에 있고, 행정처리 마감 기한이 없다’는 것을 무기로 번번이 성수정비전략구역의 인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성수전략정비구역 1지구는2019년 말에 건축심의를 신청했지만, 1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도 서울시로부터 인허가는 커녕 진행 상황에 대한 아무런 답변조차 받지 못했다. 1지구 관계자는 “처리해달라고 시청에 수없이 민원도 제기하고 찾아가서 따지기도 했지만 서울시는 반려 혹은 보완 결정조차 내리지 않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며 “박 시장이 불허하는 50층 인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뜻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복귀하면서 서울시가 더 이상 인허가를 거부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관측이다. 성수1지구 관계자는 “50층 높이를 포함한 개발 계획 자체가 오 시장이 처음에 주창한 것이고, ‘한강 르네상스’의 상징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에 전 조합들이 신뢰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사업 속도를 위해 최고 35층 높이로 개발 계획 수정을 주장했던 일부 조합원들도 대부분 50층 개발로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 “84㎡ 30억원 ‘트리마제’ 시세 따라갈 것” 기대감
성수전략정비구역은 4개 지구로 나뉘어 있다. 그 중 사업속도가 빠른 곳은 1지구로 현재 건축 심의를 진행 중이다. 이 지역 입지는 서울 숲과의 거리로 좌우되는데 1지구는 서울숲 바로 옆이라 입지 면에서도 가장 좋다는 평가다. 1지구에 위치한 ‘강변건영아파트’는 준공 20년이 됐는데도 이런 이유로 우수한 2지구 경계 밖에 있는 ‘서울숲 힐스테이트’(2009년 입주·445가구)와 시세가 비슷하다.
1지구에 이어 가장 속도가 빠른 곳은 영동대교 인근에 위치한 4지구다. 현재 건축심의를 진행중이다. 4지구에 자리잡은 ‘강변금호타운’ 아파트 84㎡는 지난해 9월 18억원에 거래됐지만 현재 20억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지난해 10월 18억7000만원에 거래됐던 4지구 내 ‘강변임광아파트’ 84㎡는 현재 21억원으로 호가가 올랐다.
3지구는 지난해 2월 건축심의 직전 단계인 교통영향평가를 통과한 뒤, 현재 서울시의 보완요청 등을 반영해 건축심의를 진행중이다. 가장 뒤쳐져 있는 2지구는 지난해 3월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교통·환경영향평가를 준비하고 있다.
성수전략정비구역 내에는 대부분 다세대·빌라로 이뤄져있고, 일부 아파트도 구역에 포함된다. 하지만 오세훈 시장 당선 후 현재 투자가 가능한 아파트 매물은 4개 지구를 통틀어 10개도 되지 않는다. 일대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16일 기준 1구역에는 거래가능한 매물이 없고, ▲2구역 2건 ▲3구역 2건 ▲4구역 1건이 각각 매물로 나와있다. A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오 시장 당선 이후 대구, 대전 등 소위 지방 재력가들이 매수 가능한 물건을 찾는 문의 전화가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구역 내 재개발 투자가 가능한 아파트 85㎡ 전세금은 평균5억~6억원 수준이고, 매매가격은 20억~21억원 수준이다. 초기 투자금으로 15억~16억원 가량이 필요한 데다 담보대출도 불가능하다. 조합원들은 재개발이 완료 후 전용 84㎡ 기준으로 지난해 31억원(35층)에 최고가를 경신한 ‘트리마제’와 비슷한 시세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다세대주택 역시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전후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며 평균 1억~2억원 정도 호가를 높이고 있고 매물도 드물다. 16일 기준 현지 부동산 공동중개망에 따르면 빌라 매물은 1~4 구역을 다 합쳐도 40건 미만 이다. 2지구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전체 정비구역에 해당하는 전체 조합원수는 4378명에다, 입주권을 가질 수 있는 매물 수는 약 4000개 가구 안팎인데 매물은 전체의 1% 안팎일 만큼 희귀한 상태”라고 말했다. 대지지분 10평(30㎡ 안팎)의 빌라는 매매호가는 평균 15억원이다. 전세금이 2억원임을 감안하면 초기 투자금으로는 약 13억원이 필요하다. 이 경우 실거주를 하지 않으면 담보대출이 불가능하지만, 거주를 겸한다면 감정가의 4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 “실제로 50층 인허가는 어려울 것” 관측도
오 시장이 성수전략정비구역에서 실제로 50층 건축을 허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이론적으로는 50층 높이 건축이 가능하지만, 자칫 집값을 자극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 선뜻 결정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
또 하나의 변수로는 강변북로 지하화 문제가 있다. 오 시장은 2009년 성수전략정비구역 지정 당시 이후 강변북로 일부 구간을 지하화한 뒤 공원으로 기부채납하는 조건으로 최고 50층의 아파트를 건립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하지만 이 방식의 구조적 문제점이나 실현 가능성이 완전히 검토되지 않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강변북로 자체가 땅이 아니라 교각이기 때문에 지하화 공사 또한 비용이 상상 이상으로 들 수 있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다”며 “도시계획 차원에서 다른 대안을 마련해야 할 수도 있고, 이를 기반으로 한 50층 허가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했다. /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