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4.13 04:11
[고민있습니다]
최근 전세난이 심한데 어렵게 마음에 드는 전셋집을 구했습니다. 임대차계약은 집주인이 아닌 집주인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관리인과 진행했는데요. 주택에 입주한 지 얼마되지 않아 같은 건물에 살고 있는 다른 세입자들이 “임대차계약 기간이 끝났는데도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깜짝 놀라 집주인에게 연락했지만 “보증금은 책임지고 돌려주겠다”고 확답해 안심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건물이 강제경매 신청됐다는 소식에 잠을 못 이루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이렇게 해결하세요]
임대 목적물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세입자는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느냐를 걱정하게 됩니다. 특히 임대차계약 기간이 끝나지 않은 데다 집주인이 아닌 제 3자와 계약을 진행했을 경우 세입자에게 불리한 것이 아닌지 고민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데요. 로엘법무법인이 진행했던 소송 중 승소한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2019년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보증금 3500만원에 원룸 전셋집을 구한 A씨. 집주인은 B씨였으나, 계약은 집주인의 위임을 받은 C씨와 진행했습니다. C씨가 알려준대로 계약금 100만원은 제 3자인 D씨 계좌로 입금하고, 보증금은 집주인인 B씨 계좌로 송금했는데요.
어느날 A씨는 다른 세입자들에게 “전세계약 기간이 종료했는데 B씨가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깜짝 놀란 A씨가 B씨에게 연락해보니, 원래대로라면 B씨가 받아야 할 보증금 일부를 C씨가 D씨 계좌를 이용해 횡령하는 등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원룸 건물이 강제경매 신청된 상황. A씨는 경매사건으로 인해 더 이상 전세 계약 관계 존속을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권리신고 및 배당요구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이후 B씨에게 전세금 반환을 반복적으로 요청했지만, B씨는 “C씨가 돈을 횡령했다”는 핑계를 대면서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는데요. 결국 A씨는 B·C씨를 상대로 전세금반환청구소송을 신청하게 됩니다.
임대차 목적물인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는 경우,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종료되지 않았는데도 경매법원에 배당요구를 하는 것은 더 이상 임대차관계를 유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때 임차인의 계약 해지 의사가 경매법원을 통해 임대인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해지 통지 도달 즉시 계약은 종료됩니다(대법원 94다37646판결).
A씨는 위임인 C씨에게 ‘전세금반환채권 금액에 대해 채무를 이행하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받았는데요. 집주인 B씨는 이 각서를 이유로 보증금을 반환할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로엘법무법인측은 “C씨가 B씨와 연대해 전세보증금을 변제하겠다는 취지의 각서일 뿐, B씨의 채무를 면하게 하는 의사를 표시한 적은 없다”면서 “두 사람 모두에게 보증금을 반환할 책임이 있다”고 반론했습니다.
결국 법원은 B씨와 C씨가 함께 보증금 3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또 보증금을 다 갚는 날까지 연 12% 이자율로 계산한 금원을 지급하라고 했습니다. A씨가 부담해야 하는 전세금반환청구 소송비용 역시 B·C씨가 함께 지불하도록 했습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