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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새 15억 껑충…30조 보상금, 부동산시장 뇌관 되나

    입력 : 2021.04.08 14:28

    [발품리포트] 쏟아지는 3기 신도시 토지보상금

    [땅집고] 하남 교산 공공주택지구. 주택도 있지만 비닐하우스와 창고, 논밭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서준석 기자

    [땅집고] A씨는 지난 3월 중순 경기 남양주시 퇴계원읍 퇴계원리 일대 1089㎡(약 330평) 토지와 건물을 75억원에 매입하려고 했다. 현지 공인중개사를 통해 물건을 확인한 뒤 투자하기로 맘먹었다. 은행에 대출 관련 사항을 파악할 시간이 필요해 다음날 오전 매도자와 계약하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다음날 오전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매도자로부터 “이미 땅을 다른 데 팔았다”고 연락이 온 것. 알고보니 75억원에 얘기했던 부동산을 B씨가 90억원에 계약했다. B씨는 하남시 교산신도시에서 보상금을 받은 토지주였다. 보상금을 타자, 순식간에 웃돈을 얹어주고 부동산을 매입한 것이다.

    최근 하남시 일대 땅값이 심상치 않다. 한 달 새 2배까지 치솟았다. 임대사업자인 C씨는 하남 교산지구에서 토지 보상금을 수령해 지난달 초 남양주시 진건읍 용정리 일대 토지 1980㎡(약600평)를 매입하려고 했다. 매도가격은 20억원. 그러나 C씨가 매입 여부를 두고 3주 동안 고민하는 사이에 땅값은 2배가 뛰었다. 20억원에 땅을 팔려던 주인이 “40억원은 줘야 팔겠다”며 가격을 올려버린 것. C씨는 “다른 땅도 그만큼 올라 어쩔 수 없다”며 달라는 대로 돈을 주고 이 땅을 매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C씨가 매입한 땅은 서부권 광역급행철도가 깔리는 인근 필지로, 토지보상 대상 지역에 속하지는 않지만 향후 개발이 진행되면 가치가 급등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가격이 치솟았다”고 말했다.

    [땅집고] 신도시 개발이 추진 중인 경기 남양주시 진건읍 일대./조선DB

    ■ 하남 교산지구 주변 땅값 2배 이상 뛰었다

    하남 교산신도시에서 토지보상금이 쏟아지며 인근 지역 땅값이 치솟고 있다. 토지보상금을 수령한 땅주인들은 다른 지역 땅을 새로 매입하거나 창고 등 임대용 부동산에 재투자하고 있다. 하남시 춘궁동 일대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들은 “교산지구에서 나온 토지보상금이 남양주뿐만 아니라 용인 고삼·원삼면, 광주 초월읍, 양평, 이천 등 주변 지역으로 유입됐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토지 보상이 이뤄지면 상당 부분이 부동산 시장으로 다시 유입된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통상 신도시 토지보상금 30~50%는 토지 등 부동산으로 흘러갔다”며 “요즘 같은 매도자 우위 시장과 풍부한 유동성이 뒷받침 되는 상황에서는 하루 만에도 주변 부동산이 수억, 십수억원씩 뛰어 거래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고 했다.

    [땅집고] 하남 교산 공공주택지구에 포함된 농지. /손희문 기자

    실제 교산지구 인근 땅값은 2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뛴 것으로 나타났다. 교산지구 일대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들은 “공공주택지구 지정으로 땅값이 신도시 공고 당시인 2018년 말에 비해 두 배 이상 올라 거래된 사례가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교산지구에서 직선거리로 350m 떨어진 고골낚시터 인근 토지 340㎡는 2019년 12월 당시 29억원에 매물로 나왔다. 하지만 보상 소식에 매물을 거둬들였던 토지주는 지난 26일 이 매물을 38억원에 다시 내놓았다.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올 1월부터 토지보상금 수령 소식이 퍼지기 시작하며 교산지구와 인접한 지역 토지주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2018년 말 농지 기준으로 3.3㎡(1평)당 시세는 200만~250만원 이었는데, 지금은 농지 가격이 평균 400만~500만원대에 달한다. 주택 용지의 경우 당시 600만~1000만원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1000만~1500만원으로 1.5배 이상 올랐다. 춘궁동 일대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도로에 연결돼 있지 않아 이용 가치가 크게 떨어지는 맹지(盲地)도 평균 300만원대다. 그마저도 살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땅집고] 올 3월 말 기준 3기신도시 토지 보상 현황. /손희문 기자

    ■ 3기 신도시 보상금 부동산 시장 ‘불쏘시개’ 될 듯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향후 3년 동안 6조7000억원이 하남 교산신도시 토지보상비 예산으로 책정됐다. 남양주 왕숙 1·2지구와 고양 창릉, 부천 대장지구도 20조 원이 넘는 금액이 배정됐다. 뒤늦게 광명·시흥지구가 3기 신도시에 추가 지정되며 4조원 정도 추가 지출될 것으로 보인다. 3기 신도시 토지보상비만 약 30조원이 지출될 예정이다.

    아직까지 시중에 토지보상금이 다 풀린 것도 아니다. 3기 신도시 중 현재 보상이 진행된 곳은 하남 교산과 인천 계양 두 곳뿐이다. 두 곳 모두 지난해 8월 토지 보상을 시작했다. 하남 교산지구 보상 대상 토지는 1만400여 필지, 지주는 4100여명이다. 지난달 말까지 토지 보상은 금액 기준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현재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투기 의혹으로 보상 절차가 전면 중단돼 있다.

    당장 오는 7월 사전청약에 들어가는 인천 계양도 토지 보상이 겨우 50%를 넘은 상태다. 아직 토지보상을 시작하지 않은 부천 대장과 남양주 왕숙은 예정대로라면 10월부터, 고양창릉은 12월부터 각각 토지보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3기 신도시 토지 보상금이 주변 땅값을 비롯한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불쏘시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토지전문 컨설팅업체 지존의 신태수 대표는 “대토 보상이나 리츠 등 현금 보상을 대체하는 옵션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어 토지 보상금이 부동산 시장을 자극해 전반적으로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남=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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