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4.07 08:09 | 수정 : 2021.04.07 10:36
[땅집고] 최근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11단지 아파트가 재건축 2차 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에서 탈락한 것과 관련, 양천구청이 주민들에게 세부 결과를 통보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주민들은 “비슷한 시기 입주한 아파트 중 안전진단 통과 단지가 있는데도 유독 11단지만 탈락한 이유를 알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안전진단 평가 결과에 따라 수억 원 재산 가치가 좌우되는 만큼 평가 기준을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안전진단 통과 못한 이유라도 알려달라”
재건축 안전진단은 구청이 주관하는 ‘현지조사’와 ‘안전진단(1차 안전진단)’에 이어 정부 산하 공공기관이 진행하는 ‘적정성 검토(2차·정밀안전진단)’ 순으로 진행된다. 현지조사는 육안으로 안전진단이 필요한지 결정을 내리는 단계다. 이후 1차 안전진단을 실시해 점수(100점 만점)에 따라 A~E등급으로 나뉜다. C등급 이상을 받으면 재건축이 불가능하고, E등급(30점 이하)을 받으면 곧바로 재건축이 가능하다. D등급(31~55점)을 받을 경우 적정성 검토 대상이 된다. 이 때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시설안전공단 적정성 검토 결과에 따라 재건축이 결정된다.
목동 11단지는 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아 적정성 검토를 받았다. 지난달 26일 적정성 검토에서 C등급(58.78점)을 받아 최종 탈락했다. 양천구는 적정성 검토 결과를 일주일 동안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다가 지난 2일에야 결과를 통보했다.
문제는 주민들이 받아든 적정성 검토 결과서에는 달랑 총점이 58.78점이라는 내용 밖에 없었다는 것. 안전진단 항목은 ▲주거환경 ▲노후도 ▲구조안전 ▲비용 분석 등 4가지 항목으로 구분되는데, 항목별 점수와 어떤 이유로 해당 점수가 나왔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었던 것. 목동 11단지 관계자는 “지금까지 다른 단지를 보면 항목별 점수 정도는 알려주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이번에는 아예 생략했다”며 “사유 재산권 행사를 가로막았다면 최소한 그 이유라도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같은 목동인데…6단지는 통과, 9·11단지는 탈락?
목동11단지 적정성 검토를 맡았던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최종 결과와 구체적인 사유가 담긴 수백 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양천구에 보냈다. 하지만 양천구는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양천구청 관계자는 “적정성 검토 결과를 주민에게 알려줘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며 “적정성 검토 비용을 구청이 지불했기 때문에 결과를 주민에게 공개할지 여부는 구청이 결정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관계자도 “적정성 검토를 의뢰한 기관에 결과를 보내도록 돼있어 주민이 요청해도 함부로 외부에 결과를 알릴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최소한 어떤 이유 때문에 재건축을 하지 못하는지 근거라도 알고 싶다”고 주장한다. 특히 비슷한 시기 같은 건설사가 지어 입주한 아파트 가운데 어느 단지는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어느 단지는 탈락하는 등 결과가 엇갈리자 이런 불만이 높다.
실제로 목동 11단지는 1988년 입주한 1595가구 규모다. 목동6단지는 1986년 입주했고 규모는 1368가구다. 입주 시기와 단지 규모가 비슷하고 주거 여건도 별 차이가 없다. 1차 안전진단에서는 6단지와 11단지가 동일한 51점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적정성 검토에서 11단지는 58.78점으로 탈락했고, 6단지는 54.58점으로 통과해 재건축이 가능해졌다.
지난해 적정성 검토에서 탈락한 목동9단지(1987년 입주·2030가구)도 마찬가지다. 이 아파트 안전진단 점수는 53.32점(D등급)이었다. 적정성 검토에서도 비슷한 점수가 나왔다면 재건축이 가능했다. 그러나 적정성 검토에선 평가 점수가 5점이상 올라 58점(C등급)으로 재건축 불가 판정을 받았다. 목동 재건축준비위원회 측은 “적정성 검토 중 비용분석 항목에서 목동 6단지는 안전진단과 적정성 검토 점수가 동일한 40점이 나왔다”면서 “목동 9단지는 안전진단에서는 40점이 나왔는데 적정성 검토에서 70점으로 대폭 올랐는데, 도대체 이런 점수가 나온 이유를 알고 싶다”고 말했다.
■“안전진단 평가 기준·탈락 이유 공개해야”
전문가들은 현재 안전진단 평가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안전진단 평가 기준이 있긴 하지만 평가 기관이나 조사자에 따라 얼마든지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항목이 많다”며 “보다 정량적인 평가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노원구청은 지난 1일 “국토교통부에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의 필요성을 정식으로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원구도 양천구 목동과 마찬가지로 지은지 30년 넘어 재건축 안전진단 대상에 속한 아파트가 39개 단지, 5만9000여 가구에 이른다.
안전진단을 진행 중인 상계주공 6단지 변흥섭 재건축 추진위원회 대표는 “주민들은 그저 쾌적한 아파트에서 살고싶은 마음으로 재건축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안전진단 규제를 강화했다면 세부적인 기준과 통과, 탈락 사유라도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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