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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안 올려줬다고 까나리 액젓 테러" 결국 쌍방 고소로

    입력 : 2021.04.07 03:51

    [땅집고] 울산의 한 아파트 온 집안에 까나리 액젓을 뿌려지고, 바닥 장판과 벽지가 훼손된 모습. /SBS 캡쳐

    [땅집고] “30대 A씨 부부가 울산의 한 아파트를 5억원에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계약 이후 시세가 1억원 넘게 뛰었다. 매도인 B씨는 ‘시세가 많이 올랐으니 5000만원 올린 금액으로 재계약하지 않으면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했지만 A씨 부부는 이 제안을 거절했다. 그러자 B씨가 주택 인도 날짜에 신발장·화장실 등 온 집안에 까나리 액젓을 뿌려놓고 사라졌다.”

    ☞[관련기사]: “집값 더 줘” 거절했더니…온 집안에 ‘까나리 액젓 테러’

    지난해 말 울산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까나리 액젓 테러 사건’이다. 이 내용이 온라인으로 확산하면서 ‘집값이 단기간에 오르다보니 별 사건이 다 있다’, ‘매도인 마음은 이해하지만 지나쳤다’는 등 반응이 거셌다. 그런데 최근 B씨가 “인터넷을 통해 알려진 ‘까나리 액젓 테러’는 사실이 아니다. A씨 부부가 벌인 자작극”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어떻게 된 일일까.

    ■매도인 “까나리 액젓 뿌린 적 없다…매수인 자작극” 반박

    지난해 9월 B씨는 A씨 부부에게 울산 중구 혁신도시에 있는 한 84㎡ 아파트를 5억원에 팔기로 했다. 계약금으로 5000만원을 받았고, 잔금은 11월 중순쯤 받기로 했다. 그런데 같은 해 11월 초부터 울산 집값이 급등하면서 이 아파트 가격도 호가 기준 7억원까지 뛰었다. 서울·수도권 대부분이 규제지역으로 묶이자, 비 규제지역인 울산 아파트에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

    B씨가 ‘이 가격에는 못 팔겠다’며 마음을 바꿀 수도 있다는 생각에 A씨는 약속한 날짜보다 열흘 빨리 중도금 5000만원을 보내고, 송금 사실을 문자메시지로 알렸다. B씨는 “사전에 협의하지 않은 중도금은 인정할 수 없다”며 했다. 그러나 A씨 부부는 변호사를 선임해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중도금을 지급한 이상 일방적 계약 해지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잔금 정산 당일 벌어졌다. A씨가 인도받은 주택 내부는 곳곳이 갈색 까나리 액젓으로 뒤덮여 악취가 진동하고, 장판·벽지·스위치·콘센트 등이 심하게 파손돼 있던 것. A씨는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자마자 B씨가 ‘이사하면서 놓고 온 물건이 있다’며 30분만 시간을 달라고 한 뒤 잠적했는데, 이 틈을 타 B씨가 주택을 훼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사건 발생 6개월만에 B씨가 반박하고 나섰다. B씨는 언론중재위원회 등을 통해 “까나리 액젓 테러를 한 적이 없고 A씨가 벌인 자작극”이라고 주장한 것. B씨 주장대로라면 A씨가 새 집에 입주한 후, 집안에 까나리 액젓을 뿌린 후 B씨에게 덮어씌웠다는 뜻이 된다.

    B씨는 이를 뒷받침할 증거도 있다고 했다. 그는 “중개업소에서 시간을 달라고 말하고 자리를 비운 적이 없다는 사실을 당시 동석자들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A씨 부부가 이사를 마친 오후 1~2시쯤 중개인으로부터 ‘A씨 부부가 손해배상을 주장한다’는 전화를 받아 현재 주택 상태가 배상이 필요한 것이냐고 물었지만 중개인은 아니라고 답변했다”고도 했다.

    B씨는 “언론을 통해 알게 된 주택 훼손 정도는 내가 보기에도 심각했다”면서 “그런데도 A씨 부부가 아무 연락도 없이 나를 고소했고 수리 공사마저 진행해 증거가 인멸돼 오히려 억울하다”고 했다.

    ■ ‘권리행사방해죄 vs. 모욕죄’, 맞고소로 번져

    테러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A씨 부부는 지난해 12월 말 ‘권리행사방해죄’를 들어 B씨를 형사 고소했다. 형법 제 323조에 따르면 권리행사방해란 타인의 점유 또는 권리의 목적이 된 물건,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취거·은닉·손괴해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죄를 말한다. 죄가 인정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내려진다.

    B씨도 지난 3월 말 A씨 부부를 모욕죄로 맞고소했다. 그는 “아파트를 매도한 후 소위 ‘벼락거지’가 된 것 같아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후회로 가득한 나날을 보냈다. 그런데 더 싼 가격에 팔더라도 A씨 부부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팔아야 했나 하는 후회가 든다”면서 “최근 해당 84㎡ 평균 실거래가가 6억2700만원이므로, 매도액(5억원)을 감안하면 A씨 부부가 1억2700만원 정도 자산 가치 상승을 가져간 것이다. 본인은 집을 싸게 샀다고 나를 조롱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라는 입장을 밝혔다.

    울산중부경찰서는 지난달 31일 권리행사방해죄 형사 고소 관련 수사 결과 증거불충분으로 B씨 혐의 없음, 불송치결정을 내렸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내 집 마련이 급했던 A씨 부부는 중도금을 선입금해서라도 주택을 매수하고 싶었을 것이고, 매매계약 체결 후 집값이 확 뛴 것을 본 B씨 입장에서는 손해보는 심정이었을 것”이라며 “결국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 때문에 벌어진 비극”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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