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4.06 04:20
[땅집고] 정부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2차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후보지 중 한 곳으로 서울 성북구 장위동 장위뉴타운에 속한 장위 8·9구역이 선정됐다. 장위 8·9구역은 2017년 뉴타운 사업지구에서 해제된 곳으로 지하철 6호선 돌곶이역에서 직선거리 750m 떨어진 역세권이다. 장위뉴타운 한가운데 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2종 일반주거지역인 장위8·9구역 재개발 규제를 완화해 사업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두 구역은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된 직후인 지난달 30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실거주한다면 입주권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민간재개발보다 사업 속도가 빠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실거주를 통해 조합원 자격을 얻으려는 수요자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 장위뉴타운 노른자 8·9구역…4600가구 대단지 탈바꿈
장위8·9구역은 2006년 장위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돼 2010년 조합을 설립하는 등 정비사업을 추진했으나 사업성 부족과 주민 이해 관계가 달라 사업이 지연되다 2017년 해제됐다. 최근까지 가로주택정비사업 추진을 논의하기도 했지만 주민들은 공공재개발 추진을 결정했다.
국토부는 2종 일반주거지역(용적률 240%)인 장위8·9구역을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종상향(360%)하고 층수도 인근 아파트보다 높은 35층 이상으로 올려준다는 계획이다. 장위8구역은 현재 토지등소유자 1240명이 있고 향후 2387가구로 신축할 예정이다. 장위9구역은 토지등소유자 670명이 있고 재개발을 통해 2300가구 대단지 아파트로 탈바꿈한다.
장위8구역과 9구역은 각각 면적이 11만6402㎡, 8만5878㎡으로 돌곶이역 2·3출구 사이에 있는 돌곶이로를 두고 맞붙어 있다. 개발이 완료되면 거의 한 단지처럼 조성돼 지금까지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된 구역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실거주하면 입주권 받아…주거18㎡ 이하는 허가없이 거래 가능
장위동 현지에서 만난 주민들은 2·4대책에서 새로 도입한 ‘공공직접시행’과 그 전에 나온 ‘공공재개발’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두 사업은 유사한 면이 많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큰 차이점이 있다. 공공직접시행의 경우 2·4 대책 발표 이후 사업지 주택을 매수한 사람은 예외없이 현금 청산한다. 하지만 공공재개발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할 뿐이어서, 해당 구청에서 토지거래허가만 받으면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
다만 실제 토지거래허가 조건은 불명확하다. 지난 1차 후보지의 경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2년 간 주거지역 18㎡, 상업지역 20㎡, 공업지역 66㎡를 초과하는 토지를 거래할 경우 실거주·실경영하려는 매수자에 한해 토지거래를 허가한다는 방침이었다. 2차 후보지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기준이 발표되지 않았다. 1차 후보지와 똑같은 기준이 적용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 1차 후보지 기준을 적용하면 투자 목적으로 부동산을 매수하기는 쉽지 않다. 장위8구역 추진위원회 측은 “대지지분이 5평(약 16.5㎡)이하 매물은 전체의 1%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구역에서 실거주한다면 토지거래허가를 받아 매물을 살 수 있다. 김승희 자이공인중개사무소 실장은 “대지지분이 20평 이상으로 큰 경우 1평(3.3㎡) 당 2200만~2300만원에, 10평 이하인 경우 4000만원 정도 시세가 형성됐다”고 했다. 이 일대에 대지지분이 8평(27㎡)인 빌라(감정평가액 1억3000만원)는 약 4억700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었다.
■ 거래량·가격 10% 넘어가면 공공재개발 취소
하지만 토지거래허가를 받더라도 주의할 점이 많다. 정부는 공공재개발 구역 지분쪼개기 등으로 조합원이 계속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조합원 입주권을 얻을 권리의 기준일인 ‘권리산정일’을 공공재개발 공모공고일인 2020년 9월 21일로 정했다. 따라서 그 전에 지은 다세대·빌라 등을 구입해야 조합원 자격을 얻을 수 있다. 8·9구역 추진위원회에 따르면 두 구역의 신축 빌라 비중은 5% 정도다.
거래 과열양상이 나타날 경우 언제든지 공공재개발 구역에서 해제될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국토부는 지난 2·4 대책 발표 때 공공재개발 지역에서 최근 거래가격 또는 거래량이 예전보다 10~20% 상승하면 대상 지역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아직 추진 절차가 상당 부분 남은 점도 고려해야 한다. 장위 8구역 동의율은 55%, 장위9구역 동의율은 68%였다. 공공시행자와 조합이 공동으로 재개발을 시행하는 경우 토지면적2분의 1이상 토지소유자 동의를 받아야 하고, 공공시행자 단독으로 진행하면 토지등소유자3분의 2 동의, 토지면적 2분의 1이상 토지소유자 동의가 필요하다. 주민들이 반대하면 사업이 중단될 수도 있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도 관건이다. 현재 국토부가 제안한 사업계획대로 추진될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공공 재개발 사업에선 일반분양 물량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장위 8·9구역 사업이 계획처럼 진행돼 일반분양 때 매입하면 시세 차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 공공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된 8구역과 9구역에서는 시세의 85~90% 수준에 일반분양가가 책정되기 때문이다. 최근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은 민간 분양단지는 평균적으로 주변 시세 약 60% 수준에 일반분양가가 책정됐다. 따라서 분양 전에 투자해 조합원이 된다면 분담금은 줄어들 전망이다. 일반분양가를 높게 받을 수 있다면 이 돈으로 건축비 등을 조달할 수 있어 조합원 부담금이 줄어든다.
장위8·9구역 인근에 2019년 입주한 ‘래미안장위퍼스트하이’ 전용 84㎡는 지난 1월 12억9700만원(18층)에 거래돼 뉴타운 내 최고가를 기록했다. 장위8·9구역 84㎡ 일반분양가가 이 아파트를 기준으로 한다면 비슷한 수준에 시세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위4·6·10구역은 현재 민간 재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구역들은 모두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이주·철거가 진행중이다. 10구역은 연내에, 4·6구역도 2년 안에는 일반 분양이 가능하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장위뉴타운 한가운데 놓인 8구역과 9구역이 공공재개발로 개발이 완료된다면 뉴타운 전체 정비 효과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공공재개발 사업 기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장기 실거주가 가능할지를 고려해 매입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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