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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거래 중단…공공개발 무산…선명해지는 최악 시나리오

    입력 : 2021.04.02 03:25

    [땅집고] 도심공공주택 복합개발사업 1차 후보지 위치. /이지은 기자

    [땅집고] 지난 3월 31일 이른바 ‘변창흠표’ 도심 개발 중 하나인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사업’ 첫 후보지가 공개됐다.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역 일대, 영등포구 영등포역 일대, 은평구 증산4구역, 영등포 신길2·4·15구역 등 서울 역세권·저층주거지·준공업지역 21곳이 선정됐다. 정부는 이 지역에서 판교신도시와 맞먹는 총 2만5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지역들이 개발 과정에서 가장 큰 난관인 주민 동의를 확보한다는 보장이 전혀 없다. 결국 ‘공수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 이번 후보지 중 최대인 은평구 증산4구역은 주민 20% 넘게 반대 의사를 보이고 있다. 자칫하면 공공 주도 개발이 무산되고 사업 추진 기간 동안 해당 지역 주택 거래만 올스톱시키는 최악의 결과가 나올 우려마저 나온다.

    [땅집고] 도심공공주택 복합지구 선도사업 후보지 예상 사업 효과./국토교통부

    ■ “사전에 주민 의견 듣지도 않고 일방적 지정”

    이번에 후보지로 지정된 곳은 주민 동의나 의견청취 없이 지자체 추천을 받아 국토교통부가 일방적으로 지정한 ‘예정지’에 불과하다. 사업이 진행되려면 오는 7월까지 토지 등 소유자 10% 동의를 확보해 예정지구로 지정해야 한다. 이후 1년 안에 토지주 3분의 2(면적 기준 50%) 이상 동의를 받지 않으면 사업은 자동 취소된다. 전문가들은 “민간 재개발 사업에서도 가장 큰 어려움이 주민 동의”라며 “성공한 재개발 구역도 주민 동의에만 3년 정도 예상한다는 점에서 달성하기 쉽지 않은 일정”이라고 지적한다.

    [땅집고] 2019년 서울시 일몰제로 재정비촉진지구에서 해제된 증산4구역 위치. 이번 도심공공주택지구 후보지로 선정되는 바람에 주민들 불만이 가장 큰 곳으로 꼽힌다. /조선DB

    후보지 중 규모가 가장 큰 은평구 증산4구역(16만6000여㎡·4139가구)에서는 후보지 선정 발표 직후 집단 반대가 쏟아졌다. 증산4구역은 추진위원회를 설립한지 2년 안에 조합설립동의율(75%)을 채우지 못해 일몰제에 따라 2019년 재정비촉진구역에서 해제됐다. 증산4구역 재개발 추진위는 “도심 공공주택 후보지로 거론되던 시기부터 이미 반대 의견을 모으기 시작해 1일 현재 1800명 소유주 중 400명이 반대 서명했다”고 밝혔다. 600명 이상 반대 의견이 모여 사업 진행이 불가능해지는 즉시 은평구청·국토부·청와대 등 관계 기관에 반대 서명과 탄원서를 발송할 예정이다.

    증산4구역이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유 재산을 공공기관에 넘겨야 한다는 것. 이동호 증산4구역 추진위원장은 땅집고 통화에서 “정부가 주민들에게 아무런 설명회나 사전 접촉도 없이 (증산4구역을) 후보지로 지정했다”며 “정부는 도심공공주택 수익성이 좋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내 재산에 대한 개발 주도권을 남에게 넘긴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영등포구 신길2·4·15구역에서도 후보지 선정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길2구역의 경우 이미 민간 재개발 사전동의를 약 89% 받아둔 상태기도 하다. 만약 증산4구역에 이어 ▲신길2구역(1366가구) ▲신길4구역(1199가구) ▲신길15구역(2380가구)까지 후보지에서 빠질 경우, 당초 정부가 발표한 2만5000가구 대비 공급량이 60%(1만5000여가구) 정도로 확 줄어든다.

    ■ 후보지는 내년 7월까지 사실상 주택거래 올스톱

    만약 이번 후보지가 주민 반대로 사업이 무산된다면 후폭풍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 2월 4일 이후 주택을 매수한 경우 입주권을 주지 않는다. 현금 청산대상이 된다. 결국 사업이 추진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주택 거래가 사실상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땅집고] 서울 영등포구 옛 신길2구역 일대 전경. /조선DB

    이번 1차 후보지로 지정된 곳들은 사실상 정부가 정한 ‘공식 투자 금지 구역’이 됐다. 통상 재개발이 예정된 지역에선 토지나 빌라 등에 웃돈이 붙어 거래되곤 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재개발 지역 가격이 급등한다는 것을 문제로 보지만 수요자 입장에서는 웃돈을 주고서라도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게 하고, 조합원은 필요할 경우 현금화할 수 있는 순기능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지역들에서는 새로운 투자자 유입도, 조합원 현금화도 불가능하다.

    문제는 1년동안 동의율을 채우지 못해 사업이 무산되는 경우다. 정부는 오는 7월까지 예정지로 지정하고, 1년간 동의를 받겠다는 계획이어서 내년 7월은 돼야 사업 진행 여부가 확정된다. 자칫 재개발도 무산되고, 1년 3개월여 동안 거래가 올스톱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도심공공주택지구 불참 의사가 확실한 경우 서둘러 사업지에서 배제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국토부는 아직 이런 절차를 계획하지 않고 있다. 장우철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은 “공공재개발뿐 아니라 일반 재개발이나 재건축에서도 사업 찬반이 극렬하게 갈리는 법이어서 사업이 무산되는 곳이 나올 수 있다”며 “예정지구로 지정한 뒤 3분의 2 동의를 얻지 못하면 자동 해지되지 때문에, 해지를 위한 별다른 방법을 마련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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