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4.01 13:26 | 수정 : 2021.04.01 18:45
[땅집고]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구성된 이후 10년간 서울시가 정비계획심의를 하지 않아 조합설립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사유 재산을 법에 정한 절차 대로 재건축하겠다는데 집값 자극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번번이 방해한 거죠. 이번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기대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압구정동 현대 아파트 등 주요 지역 재건축 단지가 4·7 서울시장 보궐 선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10년 동안 틀어막혔던 재건축 사업이 선거 결과에 따라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탓이다. 여론조사에서 앞서가고 있는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일주일 안에 재정비 사업 규제를 풀겠다”고 공약했다. 지난 29~30일 리얼미터가 YTN·TBS 의뢰로 서울 18세 이상 시민 103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오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55.8%,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32%였다. 은마아파트와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 이른바 ‘빅2’ 재건축 사업이 본격화한다면 서울 주택 시장에 미치는 파괴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 은마·압구정 “박 시장 10년간 재건축 올스톱”
서울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현재 가장 큰 걸림돌로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 심의를 꼽았다. 재건축을 추진하려면 가장 먼저 도계위 심의를 거쳐 정비계획부터 확정하고 정비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 단, 1977년 아파트지구로 지정된 단지는 정비구역이 지정된 것으로 본다. 정비구역이 지정된 곳에서만 조합설립이 가능하다. 그러나 서울시는 박 전 시장 재임기간 초기 재건축 추진 단지에 대한 도계위 심의조차 진행하지 않았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대표적이다. 은마는 2017년 12월 지상 49층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비계획 안을 35층으로 낮춰 도계위에 제출했다가 보류 결정을 받은 이후 5년째 재심의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정돈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 대표는 “정비계획만 확정해 주면 다른 부분에서 큰 걸림돌이 없어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하루속히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했다.
압구정지구는 조합설립을 서두르고 있지만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6개 구역 중 4구역(현대8차, 한양 3·4·6차)은 지난달 10일, 5구역(한양1·2차)은 지난달 28일 각각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압구정 1구역(미성1·2차)과 2구역(신현대9·11·12차), 3구역(현대1~7·10·13·14차)도 주민동의율(75%)을 확보하고 조합설립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조합이 설립돼도 기존 정비계획이 미비해 재건축 추진이 어렵다. 아파트지구 계획에는 계획(기준) 용적률조차 없고, ‘아파트지구’란 단어 자체가 법에서 삭제된 상황이다. 결국 정비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이를 대체할 지구단위계획을 수정하지 않으면 재건축이 불가능하다. 서울시는 2016년 10월 압구정지구를 ‘서울시 지구단위계획’에 포함하기로 했지만, 이후 5년째 지구 단위계획을 확정하지 않고 있다.
안중근 압구정 3구역 재건축 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은 “특별한 이유도 없이 심의 자체를 열지 않는 이유는 결국 집값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압구정 재건축은 지구단위계획이 확정되지 않으면 조합설립인가를 받아도 설계 업체를 선정하고 사업시행인가를 준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와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아파트도 비슷하다. 압구정과 마찬가지로 아파트 지구로 지정돼 조합설립은 가능하지만, 서울시가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을 확정하지 않아 더 이상 진행이 불가능하다. 잠실주공5단지는 2013년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2018년 3월 서울시에서 요구한 국제설계공모를 거쳐 제출한 설계안이 통과하지 못했다. 여의도 재건축 단지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시범아파트도 2018년 서울시에 재건축 정비계획변경안을 제출했지만 퇴짜를 맞았다.
오세훈 후보가 당선될 경우 그동안 별다른 이유도 없이 진행하지 않았던 건축심의와 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 확정부터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지난해 말 압구정, 여의도, 잠실 아파트지구는 새 시장 취임 이후 지구단위계획 수립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제형 여의도 시범아파트 재건축정비위원장은 “재건축 규제부터 풀겠다고 말한 오 후보가 당선되면 적어도 이유 없이 심의를 미루는 일은 없지 않겠나”라고 했다.
■ 개포주공 “박 시장 ‘흔적 남기기’에 혈세 낭비할 판”
재건축이 거의 완료 단계에 이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아파트는 또 다른 이유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른바 박 전 시장이 추진한 ‘재건축 단지의 미래유산’ 정책 때문이다. 재건축할 경우 노후단지 한 동을 남기는 ‘흔적 남기기’ 정책으로 불린다.
개포주공 4단지는 현재 429동과 445동을 철거하지 않고 남겨놓았다. 개포주공 1단지도 기부채납 부지에 있는 아파트 15동을 남겨놔야 한다. 오 후보는 “박 전 시장이 남긴 재건축 현장 내 ‘흔적 남기기’ 규제를 없애겠다”는 계획이다.
박윤 개포주공 4단지 재건축조합 이사는 “시에 기부채납한 공원부지에 두 개 동을 남겨놨는데, 기부채납한 땅이어서 4단지 주민 관리비가 아닌 세금으로 노후 건물을 관리해야 한다”며 “주민들은 보존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1동은 철거하고 나머지 1동은 건물 일부만 남기는 안을 시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아직 안전진단 절차가 남은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일대 아파트 주민들도 시장 교체 이후 안전진단 통과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는 예비안전진단은 수월하게 통과했지만 정밀안전진단은 총 14개 단지 중 6단지 한 곳만 통과했다. 지난달 30일엔 11단지가 정밀안전진단에서 탈락해 이대로라면 재건축 추진이 불투명하다. 이기영 목동 재건축연합 총무는 “분양가 상한제는 커녕 사업 초기부터 규제에 꽁꽁 묶인 상황”이라며 “제발 안전진단만이라도 통과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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