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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체 왜?"…한남1구역 공공재개발 탈락 미스터리

    입력 : 2021.03.31 04:17

    [땅집고] “공공재개발에 찬성하는 주민 동의율이 70%를 넘겼는데, 주민 반대로 탈락했다니요…. 밤새 발표를 기다렸는데 망연자실했습니다.”

    지난 29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공공재개발 2차 후보지 16곳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이자 최대 알짜로 관심을 모았던 용산구 한남 1구역이 탈락하는 이변이 벌어졌다. 문제는 탈락 이유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한남1구역 주민의 반대 여론이 심해 선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한남 1구역 예비추진위원회 측은 “주민 70% 동의서를 받아 제출했는데 말도 안된다”고 주장해 공공재개발 후보지 선정 기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땅집고] 이번 공공재개발 2차 사업 대상지 선정에서 탈락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1구역 주택가. / 네이버거리뷰

    ■ 한남1구역 “주민 동의 70% 넘었다”…국토부 “지자체 의견 반영했다”

    국토부는 지난 29일 발표한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한남1구역과 고덕2-1구역, 고덕2-2구역, 성북4구역 등 4곳은 주민 반대 여론 등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선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남1구역 예비추진위원회 측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김도현 한남1구역 예비추진위 공동대표는 땅집고와 통화에서 “주민 500여명 중 공공재개발에 찬성하는 350여명(약 70%)으로부터 일일이 서명을 받아 자료로 제출했다”면서 “구역 내에서 심하게 반대하는 주민이 5명 정도는 있는 것으로 파악했는데, 이 정도는 어느 사업지에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는 이어 “사업성이 없거나 용적률·층수·종상향 등 각종 혜택을 실현하기 어렵다는 이유라면 받아들일 수 있지만, 가장 자신이 있었던 주민 의견 수렴을 문제삼은 점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땅집고]지난 29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나온 공공재개발 2차 후보지에 탈락한 4곳에 대한 사유. 주민 반대가 있단 내용이 간단하게만 적혔다. /국토교통부, 서울시

    이에 대해 국토부와 서울시, 용산구청은 서로 책임을 떠넘길 뿐 정확한 탈락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반대 민원이 심하다는 지자체 의견을 참고해 최종 탈락을 결정했다”고 했다. 서울시와 용산구 의견에 따라 선정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서울시 관계자는 “상가 소유주 등의 반대 민원이 심한데, 용산구청에서 적극적인 설명이 없어서 탈락시켰다”고 했다. 용산구가 제대로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그러나 용산구청 관계자는 “용산구에서 사업을 신청한 5개 구역 중 동의율 등 요건을 갖춘 곳이 한남1구역이어서 이를 서울시에 추천했다”면서 “당시 반대 민원 5건이 제기돼 이를 그대로 보고만 했을 뿐”이라고 했다. 용산구는 후보지 추천권만 있을뿐 결정권은 전혀 없다고 했다.

    ■ “평당 분양가 7000만원대…너무 비싸서 탈락했을 것”

    부동산 업계에선 한남1구역의 진짜 탈락 이유는 결과적으로 분양가격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공공재개발은 법정 상한 용적률의 120%까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대신 늘어나는 용적률의 20~50%는 공공임대주택 등으로 기부채납한다.

    [땅집고] 공공재개발에 부여되는 각종 혜택. /국토교통부

    무엇보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배제해 일반분양가를 주변 시세의 85~90% 수준에 책정할 수 있도록 해준다. 문제는 혜택이 많은 만큼 정부의 세부담도 만만찮다는 것이다. 전체 가구 수의 약 50%를 차지하는 임대주택은 공공임대, 수익공유형 전세주택(임대리츠) 등으로 공급한다. 이 전세는 임차인이 시세의 80% 수준으로 8년간 거주할 수 있다. 결국 세금으로 임차인 전세금을 보전하는 방식이다.

    또 분양수익이 예상보다 낮은 경우 추가로 발생하는 조합원 분담금은 공공시행자가 부담한다. 주택 경기가 나빠지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의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세부담을 줄이려면 일반 분양가를 다소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용산구 한남동의 경우 주변 집값이 워낙 높아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밖에 없는 것이 문제다.

    한남1구역은 주변에 고급 아파트가 많다. 한남1구역에서 가장 가까운 ‘한남더힐’은 전용 59㎡ 시세가 23억7000만원(작년 11월, 9층)이다. 3.3㎡(평)당 약 8981만원이다. 공공재개발 원칙에 따라 분양가 상한제가 배제될 경우 한남 1구역 분양가는 평당 7000만원을 넘길 수도 있다.

    [땅집고]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고급 주택 '한남 더힐'. /네이버거리뷰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한남동은 남산 경관 때문에 아무리 공공재개발이라도 층수와 가구 수를 무작정 늘릴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주변 아파트 대부분 면적이 넓고 층수가 낮은데, 공공재개발로 진행해 가구 수를 늘리려면 분양가를 높게 책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한남동 아파트값이 워낙 비싸기 때문에 저렴한 주택을 대량 공급한다는 공공재개발 취지에 맞지 않다고 본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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