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3.25 07:36 | 수정 : 2021.03.29 15:48
[땅집고] “서울 알짜배기 땅에 짓는 초대형 상가인데, 왜 저 땅만 쏙 빼고 개발할까. 혹시 ‘알박기’ 때문인가.”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 들어서는 ‘홍대 CGV 복합몰’. 지하 7층~지상 10층에 연면적 2만7474㎡ 규모 본관과 지하 3층~지상 13층에 연면적 3298㎡ 규모 별관을 함께 짓는 대형 복합 상가다. 통행량이 많기로 유명한 왕복 8차로 양화대로를 낀 데다가 지하철 2호선과 경의중앙선·공항철도가 지나는 홍대입구역 4번 출구와 딱 붙은 초역세권이어서 상가 입지로는 최상이라는 평가다. 오는 4월 30일 완공을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그런데 이 건물을 본 사람들 사이에는 ‘알박기를 당한 것 같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통상 대형 상업건물은 개발이 편리한 네모반듯한 부지에 짓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홍대 CGV 복합몰’은 부지가 ‘ㄷ’자로 생겼다. 한마디로 부지 옆구리가 푹 파인 듯한 모양이다. 문제의 ‘옆구리 공간’에는 지상 10층 높이로 길쭉하게 지은 J빌딩이 바로 코 닿을 거리에 들어서 있다. 현재 다이소 홍대2호점 매장이 이 건물 대부분 층을 쓰고 있어 ‘다이소 빌딩’이라고 불린다. 이 때문에 “다이소 건물주가 투기 목적으로 ‘알박기’를 하면서 매도 호가를 너무 높게 부르는 바람에, 홍대 CGV 복합몰이 해당 부지를 쏙 빼놓고 개발할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하지만 땅집고 취재 결과 이는 추측일 뿐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등기부등본을 보면 현재 다이소 건물이 들어서 있는 부지는 약 100평(326㎡)으로, 동교동 토박이인 김모씨 일가가 1978년부터 40년 넘게 소유한 땅이다. J빌딩은 2018년 완공했다. 현지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건물 준공 전부터 이미 다이소 등 입주사에 모든 층 임대를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다이소 건물이 홍대 CGV 복합몰보다 먼저 개발을 마쳤다는 얘기다. 현재 다이소 부지와 건물 소유자는 김모씨 일가가 세운 법인인 것으로 추정되는 ‘J메니지먼트’로, 2021년 거래가액 103억4400만원에 등기됐다.
동교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다이소 빌딩의 경우 통상적인 ‘알박기’라고 볼 수 없는 사례”라며 “당초 홍대 CGV 복합몰 측에서 김씨 일가에게 ‘다이소 부지를 팔라’고 제안했지만, 이미 건물을 세우고 임대까지 마친데다 양도소득세만 100억원에 달해 고민 끝에 거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홍대 CGV 복합몰 측에 앞서 GS건설도 해당 부지를 개발하려고 시도했다가 김씨 일가 소유의 다이소 건물 부지를 매입하는 데 실패해 사업을 접었다. GS건설과 시행사 남전디앤씨는 2007년부터 현재의 홍대 CGV 복합몰 부지를 사들인 뒤 지하 6층~지상 19층 규모 주상복합을 짓기로 했다. 하지만 다이소 부지 없이는 주상복합 개발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지하 8층~지상 20층 총 547실 호텔을 신축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호텔은 건축허가까지 받았지만 알짜 부지를 제외하고 개발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라는 판단에 10년 넘게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다가, 결국 2018년 홍대 CGV 복합몰 시행사인 타디그레이드홀딩스에 땅을 매각한 것이다.
동교동 B공인중개사는 “지하철역 출구와 딱 붙은 노른자 땅이 10년 넘게 방치됐다가 이제야 개발을 마치는 것”이라며 “홍대 CGV 복합몰이 다음달 개장하면 유동 인구가 늘면서 동교동 전체 상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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