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3.18 07:54
[땅집고] “서울시장 선거에서 누가 이기느냐에 따라 사업 구도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죠.”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투자해 주목받았던 서울 동작구 흑석뉴타운 내 알짜 사업지인 흑석9구역이 내달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서울시는 흑석9구역의 층수를 최고 25층에서 28층으로 올리는 설계를 승인하지 않고 있는데, 시장이 바뀌면 설계를 받아줄 수도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층수 제한이 풀리면 원래 시공사였던 롯데건설과 계약을 유지할 수 있게 되고 사업성도 크게 높아진다.
흑석9구역은 흑석뉴타운 한복판에 위치해 있다. 재개발을 통해 1536가구 아파트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주택 전세금과 각종 대출을 모아 매수한 것이 알려지면서 주목받았던 곳이다. 단지 규모도 크고 입지가 좋아 흑석뉴타운 노른자로 꼽힌다. 재개발에 부정적인 상가 조합원이 많은 1구역과 공공재개발을 추진 중인 2구역을 제외하면 사실상 흑석뉴타운의 마지막 민간재개발 사업지다.
흑석9구역이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것은 2008년이고, 2018년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하지만 롯데건설이 수주전 당시 제안한 대안설계가 서울시 인허가를 받지 못하면서 2020년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흑석9구역 조합원들은 지난해 5월18일 기존 조합집행부를 해임하고, 8월에는 롯데건설과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현재 삼성물산과 현대건설·DL이앤씨(옛 대림산업) 등이 흑석9구역 수주전에 관심을 갖고 있다. 롯데건설도 사업을 포기하지 않겠다면서 사업지 인근에 홍보관을 차린 상태다.
만약 여당 후보가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면 흑석9구역 28층 대안설계는 통과될 가능성이 낮다. 이 경우 시공사 계약해지와 재선정에 상당한 비용이 소모된다. 아파트 품질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는 흑석9구역에서는 분양가를 크게 높일 수 없기 때문이다.
흑석9구역 시공사 재선정이 성공하려면 시장이 바뀌어 층수 제한을 풀어줘야 한다. 층수 제한이 풀리면 3개 층이 늘어나는 만큼 일반분양을 더 많이 할 수 있어 수익이 커진다.
만약 층수제한을 풀지 못하면 바뀐 재개발 관련 규정 때문에 흑석 9구역의 손실이 더 커진다. 시공사를 재선정할 경우 무이자 사업비 대여가 막힌다. 흑석9구역은 2018년 롯데건설과 무이자 대여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현재는 관련 규정이 개정돼 건설사가 무이자로 사업비를 대여할 수 없다. 결국 이자를 포함한 비용을 조합이 감당해야 한다.
공사비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롯데건설은 공사비로 3.3㎡(1평)당 490만원, 총 4400억여원에 계약한 상태다. 여기에 물가인상에 따른 공사비 인상을 하지 않겠다는 조건도 있었다. 반면 새 시공사를 선정하면 현재 물가에 맞춰 공사비를 다시 산정해야 한다. 지난 1월 시공사를 선정한 흑석11구역 평당 공사비는 540만원이다.
흑석9구역은 2017년 8·2대책 이전에 사업시행을 신청한 단지여서 조합원 입주권 전매제한이 없는 단지다. 이 때문에 현재도 활발하게 조합원 매물이 거래되고 있다. 전용 84㎡에 입주 가능한 조합원 매물은 올 3월 기준 권리가액을 제외하고 12억~14억원 선에서 거래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흑석9구역은 다른 사업장보다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받는다”면서 “새 시장이 층수제한을 풀어준다면 시공사 재선정이 전화위복이 되겠지만, 층수제한을 풀지 못하면 손해를 감당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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