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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안 짓는데…대출 싹 끌어 광명시흥에 '농지 투기'

    입력 : 2021.03.17 14:17 | 수정 : 2021.03.17 15:26

    [땅집고] 17일 참여연대가 3기신도시 지역의 농지법 위반 사례 분석 결과 발표 및 농지 이용한 투기세력 수사·감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여연대

    [땅집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경기 광명시흥지구가 3기신도시로 지정되기 전 사전 투기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다수 외지인들도 해당 지구에 ‘농지 투기’를 한 정황이 추가로 확인됐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2018년부터 지난달까지 시흥시 과림동에서 투기 목적으로 농지(전·답)를 매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 30여건을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사례 30여건 중에는 지난 2일 참여연대·민변의 첫 폭로 당시 언급된 인물들을 비롯해, 사실상 농사를 짓기 어려운 외지인들과 농업 목적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과도하게 대출 받은 사람들이 포함됐다.

    ■서울·충남·경남 사람들이 시흥 농지 왜 매입하나…억대 매입자금은 대출로 충당


    우선 농지 소유자의 주소지가 서울·경남·충남 등으로 시흥과 거리가 먼 9건이 투기 의심 사례로 꼽혔다. 서울에 주소지를 둔 사람이 총 7명인데, 서울 송파구·서초구·동대문구에 사는 3명이 1개 필지를 공동 소유하거나, 충남 서산·서울 강남구에 사는 2명이 땅을 나눠 가진 경우가 포함됐다.

    참여연대·민변은 이들이 농지법상 농지 소유의 요건인 ‘자기 농업경영’을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남근 변호사는 “이 외에도 광명·시흥·부천 등에 주소지가 있는 사람도 많았다. 과거에 해당 농지 인근에 살지 않으면 매입이 불가능해 위장전입 하는 경우가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주소만 광명·시흥 등으로 바꾼 위장전입이 있는지도 수사해야 한다”라고 했다.


    대출을 과도하게 받은 사례는 총 18건이다. 18개 필지 중 16곳은 채권최고액(금융기관 등이 대출금을 보장받기 위해 설정한 권리)이 80%를 초과했다. 통상 채권최고액이 대출금의 130% 안팎으로 설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농지 매입 대금의 상당 부분이 대출로 충당됐을 것이라 추정된다. 토지 소유자들이 주로 자금을 빌린 은행은 북시흥농협과 부천축협이다. 참여연대·민변은 “대규모 대출로 농지를 매입한 경우라면 농업 경영보다는 투기 목적일 가능성이 높다”라며 “금리를 3%로만 계산해도 대출이자로 월 80만원 정도를 내야하는데 이를 주말농장 용도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주장했다.

    ■폐기물 쌓인 채 방치된 논밭…"정부, 농민 분노 직시하라"


    참여연대·민변은 광명 시흥지구 현장 조사를 통해 농지를 매입했는데도 농업과 명백히 다른 용도로 이용하거나 오랜 기간 방치한 사례 4건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예를 들면 경기 광명시와 경북 울릉군에 각각 거주하는 2명이 공동으로 매입한 891㎡ 규모 농지(답)의 경우 철재를 취급하는 고물상으로 쓰이고 있었으며, 한 2876㎡짜리 농지(전) 1곳은 폐기물 처리장이었다. 부지 주변에 펜스를 설치하고 장기간 땅을 방치한 사례들도 발견됐다.

    김 변호사는 “현장에 가보면 (해당 지구에서) 농사를 안 짓는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농지 보전 행정을 해야 할 광명시·시흥시가 전혀 임무를 수행하지 않은 셈”이라는 지적을 내놨다.


    참여연대·민변은 과림동 1곳에서 최근 3년 동안 매매된 전답 131건을 분석한 결과 매매거래 3분의 1 정도에서 투기 의심 사례가 나왔다고 밝혔다. 과림동 농지 소유자 중에는 외국인이나 사회 초년생도 발견됐다. 공동 소유주에 외국인이 포함된 사례는 2건으로, 각각 중국인 1명과 캐나다인 1명이었다. 이어 1990년대 출생한 사람은 최소 3명으로 파악됐다. 참여연대·민변은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해 부를 쌓은 경우도 있겠지만, 대출금액이 10억원을 넘는 사례도 있어 의혹을 제기한 것”이라고 했다. 고위 공직자의 자녀 등일 가능성에 대해서는 추후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땅집고] 과림동 1XX-7 토지가 철재를 주로 취급하는 고물상으로 활용되고 있는 모습. /참여연대

    김주호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은 “제보자 중 많은 사람이 이 지역에서 30~40년 동안 농사를 지어온 분들이었다. 어느 날 외지인이 들어와 농지 가격을 올리고 폐기물을 쌓아두는데도 지자체는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라며 “정부는 농민들의 분노를 정확히 파악해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참여연대·민변은 “3기 신도시 전체를 넘어 최근 10년 동안 공공이 주도한 개발사업 농지 전반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라며 자기 영농 목적이 아닌 토지 매매가 공직자의 친인척인지, 공직자가 차명으로 투기한 것인지 등을 밝히고, 전업농과 실제 농사를 짓는 농업법인만 농지 소유·임대차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농지 전용 억제와 투기 방지, 전업농 육성을 위한 농지 관련 세제 개선 등이 필요하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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