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3.17 03:32
[땅집고] 올해 전국 공동주택 중 공시가격이 가장 비싼 서울 강남구 청담동 ‘PH129(옛 더펜트하우스청담)’가 지난해 10월 완공 이후 아직도 3분의 1가량 미분양된 것으로 확인됐다. 워낙 고가인 데다 청담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는 바람에 팔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PH129’ 전용 407.71㎡의 올해 공시가격은 163억2000만원으로, 3.3㎡(1평)당 1억3200만원에 달한다. 공동주택 공시가격 제도 시행 이래 100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16일 땅집고가 ‘PH129’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전체 29가구 중 10가구가 미분양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분양 시작한 이후 4년 지나도록 전체의 35%가 주인을 찾지 못한 것. 전체 29가구 중 시행사인 ‘청담펜트하우스피에프브이’ 앞으로 보존등기 후 분양계약자 명의로 이전등기된 주택은 19가구뿐이다. 나머지 10가구는 아직 신탁회사인 아시아신탁 명의로 등기돼 있다.
PH129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옛 엘루이호텔 부지에 지은 고급 아파트로, 지난해 10월 완공했다. 지하 6층~지상 20층으로 전용 273㎡ 27가구와 최고층 펜트하우스 2가구를 합해 총 29가구다. 모든 가구가 복층(復層)이다. 꼭대기층 펜트하우스 분양가는 250억원에 달했고, 다른 층 주택 역시 80억~120억원 정도에 분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최고가 주택이 미분양 오명을 쓴 이유는 뭘까. 업계에서는 지난해 6월 정부가 발표한 6·17 대책에서 이 아파트가 들어선 청담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영향이 컸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부동산을 매입하려면 관할 시·군·구청에서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를 받더라도 바로 입주해 2년 이상 실거주해야 하기 때문에 매입 후 전월세를 놓는 것도 불가능하다.
더구나 ‘PH129’는 분양가격이 15억원을 초과해 대출 없이 전액 보유 현금으로 분양가를 납부해야 한다. 아무리 자산가라고 해도 자금 조달 부담이 크다. 특히 유주택자라면 주택 추가 구매 사유와 해당 주택에 거주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낱낱이 소명해야 하는 등 매입 절차가 훨씬 까다로워 내로라하는 부자들도 이 아파트 매입을 꺼려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PH129’에는 연예인 장동건·고소영 부부와 ‘골프여제’ 박인비, 메가스터디 ‘1타 강사’ 현우진,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이사 등 유명인이 여럿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가가 250억원에 달해 가장 비싼 꼭대기층 펜트하우스는 총 두 가구(2001·2003호)다. 이 중 한 채는 현우진씨가 2017년 매입했고, 나머지 한 채는 전 세계 디지털 다트 1위 기업 오너인 홍상욱씨와 부인 이모씨가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 이 아파트는 올해 처음으로 보유세를 낸다. 전용 407㎡ 주택의 경우 올해 보유세로 약 4억1000만원을 낼 것으로 추산된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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