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3.15 04:43
[땅집고] “세무조사는 잘 받는 것도 좋지만 안 받는 게 더 좋습니다.”
국세청에서 30여년을 근무한 베테랑 세무전문가인 박영범 YB세무컨설팅 대표세무사는 “세무조사 종류에 따라 조사 이유와 대상자 선정방식, 진행 절차가 다르다”며 “무엇보다 세무조사 대상이 되지 않도록 평소부터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박 세무사는 국세청에서 세무조사 기획 업무는 물론 조사·범칙금 처분 등 현장 업무까지 전 분야를 두루 경험했다. 그는 땅집고가 개최하는 ‘기업 세무조사 대응전략 원데이 특강’에서 강연한다. 이번 특강은 1·2차는 조기 마감됐고, 오는 4월21일(수) 오전 9시~오후 6시까지 진행할 3차 신청자를 받고 있다. 특강을 앞두고 박 세무사를 만나 핵심 내용을 미리 들어봤다.
■“세무조사 대상은 국세청 직원도 몰라”
박 세무사는 “세무조사 대상자 선정 방식이 가진 특성상 누구나 세무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누가 대상자가 될지는 국세청 직원도 정확히 알 수 없다”며 “다만 대상자로 선정됐다면 세금 누락 혐의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국세청은 대체로 세무조사를 진행해 과세 실적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 대상에서 제외하기 때문이다.
세무조사는 정기와 수시로 나뉜다. 정기 조사는 말 그대로 특정 업종이나 기업을 겨냥하지 않고 조사 경과 연수 등을 감안해 정기적으로 순환하는 조사다. 반면 수시 조사는 특정한 정책 목적을 갖고 특정 업종이나 기업을 이른바 ‘핀셋’으로 조사한다.
정기 조사는 평소 얼마나 성실하게 과세신고 했는지를 보는 성실도와 조사받지 않은 기간이 얼마나 됐는지를 우선으로 검토해 대상자를 선정한다. 여기에 무작위로 조사 대상을 고르는 추가 조항도 있어 누구든, 어떤 기업이든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만큼 신고 자료를 증명하기 위해 지출입 내역 등 자금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를 잘 갖춰 대응해야 한다.
수시 조사 대상이라면 왜 조사에 나섰는지, 배경이 되는 정책 방향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자료를 집중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예를들어 편법 증여를 통한 자산취득자를 대상으로 수시 조사가 진행된다면, 금융거래내역과 증여세 납부에 관한 증명자료를 준비해 편법적인 증여가 아니라고 적극 소명할 필요가 있다.
■ 국세청 사전조사 피하기 쉽지 않아…평소에 대비해야
국세청은 정기 조사든, 수시 조사든 세무조사 대상이 정해지면 우선 사전 조사부터 한다. 거래사실의 진위성과 적정성을 가려내고, 거래 품목 등에 문제가 있는지 살핀다. 이 때 현장조사뿐 아니라 금융자료와 각종 기록을 전방위적으로 살핀다. 서류는 물론 현장 답사도 하고 금융정보분석원(FIU)을 통한 금융 자료도 검토한다. SNS(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내용도 감안한다.
금융분석원은 국내 금융기관 자료뿐 아니라 해외 100여개 국과 정보 교환 협정을 맺고 있어 해외 금융 거래내역까지 살필 수 있다. 조사대상이 된다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국세청의 눈을 피하기가 쉽지 않다. 박 세무사는 “자금 출처가 명확하고 세금 납부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조사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면서 “이 경우 조사해도 실적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아예 대상자 선정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탈세는 엉뚱한 곳에서 적발되는 경우도 많다. 박 세무사는 “현금으로 물품을 구매하는 의류 도매업자가 있었는데, 비밀장부를 타인 명의 창고에 숨겨놓았다”면서 “그런데 관리직원이 바뀌어 인수인계차 장부를 사무실로 가져왔는데, 마침 그날 국세청 직원들이 사무실에 들이닥쳐 장부를 확보한 사례도 있다”고 했다.
■ “세무조사 시작되면 필요한 답변만 하라”
박 세무사는 “세무조사 대상이 되더라도 국세청이 의심하는 탈세나 탈루를 반박할 증빙자료를 제대로 갖추고 있다면 큰 문제가 없다”고 했다. 만약 부동산을 매입했다면 매입자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세금처리는 어떤 방식으로 했는지 등을 증명할 자료를 남겨둬야 한다. 지출이 수입보다 큰 경우 세무조사 대상이 되기 쉬운데, 대출이나 수입을 증명하는 자료를 갖추면 문제없다.
세무조사를 받을 때는 필요한 범위 내에서 답변하는 것이 좋다. 세무 조사관은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조사와 질문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세무사는 “너무 적극적으로 대처하면 오히려 불리한 상황이 벌어지기 쉽다”면서 “위임장을 통해 세무사나 세무 전문 변호사 같은 전문 세무대리인이 자료 제출이나 진술을 대리하는 방법이 가장 좋다”고 했다.
세법의 적용 시기를 정확히 파악해 시점에 맞춘 대응도 필요하다. 박 세무사는 “일선 세무사나 세무 공무원도 법 규정을 이해하지 못해 억울한 과세가 발생할 수 있다”며 “병원에도 전문의가 있듯이 세무사도 분야별로 특화돼 있으니 전문성을 가진 세무사를 통해 억울한 과세를 피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기업 세무조사 트렌드와 대응 전략 원데이 특강>
땅집고는 법인이나 개인 사업자가 세무조사 과정에서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도와주기 위해 ‘기업 세무 조사 트렌드와 대응 전략 원데이 특강’을 개최한다. 이번 강의는 기업 오너와 최고경영자, 재무·회계 담당 임직원, 개인사업자 등이 들으면 유용하다. 국세청에서 다양한 세무 조사를 담당했던 베테랑 세무사 7명이 강사를 맡아 기업이 반드시 알아야 할 실전형 세무 조사 대응 노하우를 공개한다. 좌장인 유찬영 세무사는 “이번 강의를 통해 세무 조사 원칙과 절차를 명확하게 이해해 억울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오는 14일 열리는 2회차 강의는 접수 마감됐다. 3차 강의는 오는 21일, 4차는 오는 28일에 각각 열린다. 오전 9시~오후 6시까지 총 6개 강좌가 진행된다. 장소는 서울 중구 세종대로 땅집고아카데미 교육장이다. 참가비는 40만원이며 30명 안팎을 모집한다. 홈페이지(member.zipgo.kr)에서 신청하면 된다. 문의 (02) 724-6386, 63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