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메뉴 건너뛰기 (컨텐츠영역으로 바로 이동)

"투기꾼 처벌은 좀…" 정부 이중 잣대에 민심 폭발

    입력 : 2021.03.14 04:51

    [땅집고] LH 직원들이 매수한 경기 광명시흥지구 토지에 묘목이 심어져 있다. /고운호 기자

    [땅집고] 정부와 국회가 공공기관 임직원과 공무원 신도시 투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엄벌에 처하겠다고 약속한 것과 달리 재산 환수 같은 강력한 처벌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법을 개정해 처벌 규정을 신설해도 과거 투기 행위까지 소급 적용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그동안 정부가 이른바 임대차 3법 등을 도입하면서 여러 차례 소급 적용을 해왔던 것과 비교하며 민심이 들끓고 있다.

    ■ 투기 처벌 규정 도입 추진…소급 적용은 어려워

    정부와 여야는 공직자 부동산 투기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담은 법을 제정해 혐의가 드러난 공직자를 처벌하겠다는 방침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이익 환수·투기 공직자의 취업 및 인허가 취득 제한을 포함한 처벌 강화 등 이른바 ‘LH 투기 방지법’을 3월 국회 최우선 처리방안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법안은 토지를 몰수하거나 차익을 환수하는 것은 물론, 이익의 5배 벌금을 내도록 하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땅집고]홍남기(가운데) 경제부총리와 변창흠(오른쪽 둘째)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LH 직원 투기 의혹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여당이 법 개정을 서두르는 이유는 현행 법으로는 토지 투기에 대해 충분한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여론 때문이다.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LH 직원들에게 적용 가능한 법률은 부패방지법, 공공주택특별법 등이 거론된다. 이 중 처벌 규정이 가장 강력한 부패방지법 86조는 ‘업무상 비밀을 이용한 직원이나 제3자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고 '취득한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몰수 또는 추징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혐의자가 토지 취득 과정에서 ‘업무상 비밀을 이용했다’는 점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예컨대 지난달 경기 광명시흥 지구에서 땅을 산 LH 직원 13명 중에서 광명시흥사업본부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인원은 현재까지 3명 뿐이다. 직접 얻은 것이 아닌 다른 직원을 통해 얻은 정보는 제재하기 어렵다.

    부패방지법을 적용해도 취득한 토지 몰수는 불가능하다. 이 법은 ‘재산상의 이익이 발생한 경우’ 몰수·추징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도시 정보를 입수하고 땅을 샀더라도 아직 이익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추징이 불가능하다. 단, 토지가 수용당해 보상금을 받으면 환수할 수 있다.

    공공주택특별법도 적용 범위나 처벌 수위에서 큰 차이가 없다. 공직자나 공기업 직원이 업무 처리 중 알게 된 정보를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누설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규정한다. 이 법에는 토지나 시세 차익을 몰수하는 내용이 없다.

    여당은 공공주택특별법을 개정해 ‘제3자가 정보를 건네받아 공공택지에 투기하는 경우’에도 10년 이하 징역뿐 아니라 토지 몰수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또 발생한 이익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으로 몰수하는 방안도 담는다.

    하지만 이 같은 법이 국회를 통과해도 이미 투기 의혹이 제기된 직원들에게는 적용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헌법에 명시된 소급 적용 금지 규정 때문이다. 여당 관계자는 “투기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지만 소급 적용의 위헌 논란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낮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LH 직원들이나 외지인 등에게 이른바 대토(代土) 보상을 적용하지 않는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 역시 소급 적용은 불가능하다. LH가 내규를 바꾼 이후 새로 취득한 토지에 대해서만 적용하기 때문이다. 해당 직원들의 위법 행위를 처벌할 수 없다면 대토 보상까지 받을 가능성이 높다.

    ■ 소급, 소급, 소급…국민 잡는 규제는 줄줄이 소급 적용

    하지만 정부는 지금까지 임대차3법과 청약 제도를 바꾸면서 소급 적용을 반복해 왔다는 점에서, ‘소급 적용이 어려워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은 오히려 여론을 더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민생을 힘들게 만든 임대차 법은 소급 적용까지 불사하더니 불법 투기 혐의가 짙은 이들에게는 소급이 위헌이라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는 등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소급 적용의 대표 사례는 작년 7월 개정한 임대차 3법이다. 이른바 ‘2+2년’의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임대료 5% 제한은 신규 계약뿐만 아니라 법 시행 전 기존 계약에도 적용했다. 당시 소급 적용 논란이 일어나자, 국토교통부 측은 “임차인을 폭넓게 보호하고 갑작스러운 전월세 급등을 방지할 필요가 있어 현재 존속 중인 계약에도 임대차 3법을 적용할 공익상 필요가 상당히 높다”고 주장했다.

    [땅집고] 서울 여의도에서 6·17 규제 소급 적용 피해자 모임이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임대차3법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선DB

    이에 앞서 지난해 6·17 부동산 대책에서는 수도권 곳곳을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면서 LTV(주택담보대출비율) 하향 조정 규제를 역시 소급 적용했다. 기존 아파트 분양 계약자들이 갑작스럽게 대출 한도가 축소되면서 큰 곤란을 겪었다.

    이뿐만 아니다. 작년 8월 민간임대주택특별법 개정으로 임대주택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하루아침에 박탈한 것도 대표적인 소급 적용 사례다. 현 정부는 출범과 함께 임대사업 등록을 장려했는데, 한순간에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소득세 감면 등의 혜택을 전부 없애겠다고 한 것이다. 임대사업자들이 소급 적용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자, 남은 임대등록기간에만 세제 혜택을 유지하기로 한발 물러섰다.

    2019년 12·16 부동산 대책에서는 아파트 분양과 관련해 해당 지역 우선 공급을 위한 거주 의무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다. 이때 정부 정책이 발표되기 전 수도권에 주소를 옮기며 청약을 준비 중이던 무주택 실수요자가 소급 적용을 받아 청약 자격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국민들이 LH 직원 투기 의혹에 분노하는 것은 집값은 잡지도 못하면서 각종 규제로 국민을 괴롭게 만들었던 정부가 뒤로는 부동산 가격 상승 이득을 독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투기 혐의자에 대한 처벌은 소급 적용하지 않는다면서 국민을 괴롭히는 규제는 전부 소급 적용해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상혁 땅집고 기자 hsangh@chosun.com, 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 올해부터 우리 아파트도 세금 폭탄? 전국 모든 아파트 5년치 보유세 공개. ☞땅집고 앱에서 확인하기!!



    이전 기사 다음 기사
    sns 공유하기 기사 목록 맨 위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