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3.08 04:02
[땅집고] 서울의 한 복도식 아파트 3층에 살고 있는 A씨. 어느 날 복도 한쪽 끝에 난데없는 현관문이 생긴 것을 발견했다. 이 현관문을 설치한 사람은 3층 출입구 기준 복도에서 가장 맨 끝 세대에 사는 B씨였다. B씨는 본인 집 바로 앞 복도를 개조해 도어락이 달린 현관문을 달고, 복도를 개인 신발장 겸 화단으로 쓰고 있었다.
A씨가 “현관문 때문에 복도 끝 부분이 가로막혀 우리 층 복도가 좁아보인다”라고 항의하자, B씨는 “어차피 맨 끝에 있는 우리 집 복도까지 드나드는 주민들은 없지 않느냐”고 맞섰다. 과연 B씨처럼 아파트 복도에 현관문을 설치해 개인공간으로 써도 문제가 없는 걸까.
복도식 아파트에서 출입구가 아닌 복도 맨 안쪽에 사는 세대가 철제 현관문을 달아 복도를 개인공간으로 리모델링한 사례를 종종 찾아볼 수 있다. 현관문에는 도어락을 설치해 타인 출입을 막고, 복도 쪽 창문에는 블라인드 등을 달아 개인 테라스처럼 활용하는 것. 이처럼 복도를 개조한 집을 본 사람들 사이에선 ‘다 같이 쓰는 복도를 사유화하는 것은 민폐 아니냐’, ‘집이 좁은데 이사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좋은 선택같다. 부럽다’ 등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은 “아파트를 비롯한 집합건물에서 공용공간을 개인공간으로 점유·사용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라고 말한다. 공동주택관리법 제35조(행위허가 기준 등)는 공동주택을 사업계획에 따른 용도 외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위법이며, 주택법에 따른 합법적 리모델링을 제외한 증축·개축·대수선 행위도 금지한다. 현행법에 따라 공용공간인 복도에 멋대로 현관문을 설치해 개인 전유공간으로 사용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국토교통부장관 또는 지자체장으로부터 원상복구 또는 그 밖의 조치 명령을 받을 수도 있다.
복도 개조는 소방법에도 위배된다. 아파트 복도는 피난시설에 해당한다. 복도 개조가 소방 활동에 지장을 주는 행위라고 보는 것.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 10조에 따르면 피난시설·방화구획·방화시설을 폐쇄·훼손하거나, 이 주위에 물건을 쌓아 두거나 장애물을 설치하는 등 행위는 금지돼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이승주 부동산전문변호사는 “최근 집합건물에서 건물 공유자가 아파트 복도·계단·엘리베이터 등 공용부분을 무단으로 점유하고 사용해 온 경우 부당이득이 성립하고, 이를 반환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면서 “집이 다소 좁게 느껴져 공용부분을 개인공간으로 사용하고 싶은 유혹이 들 수는 있겠지만, 추후 철거 비용이나 이웃 주민들과 겪을 갈등 등을 고려하면 법대로 사는 것이 더 낫다”고 조언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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