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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이 '집'이 아니라고?"…난데없는 이행강제금 폭탄

    입력 : 2021.03.02 03:49

    [땅집고]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하대원동 다세대주택에 10년째 살고 있는 A씨. 지난해 12월 난데없이 중원구청으로부터 “이행강제금 668만8000원을 부과하겠다”는 예고 통지서를 받았다. 그가 사는 주택(전용 91㎡)이 사무실 용도로 지은 건축물(근린생활시설)인데 취사시설을 설치해 주택으로 쓰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원상 복구하기 전까지 불시 점검에서 적발되면 매년 비슷한 금액의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땅집고] 위반건축물 이행강제금 부과예고 통지서. /독자 제공

    최근 불법 증·개축한 주택을 모르고 샀다가 뒤늦게 이행강제금 폭탄을 맞는 피해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행강제금을 피하려면 원상 복구하면 된다. 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 더 큰 문제는 취사시설 등을 없앨 경우 집으로 쓰게 어렵게 된다는 것.

    일각에서는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호텔이나 상가, 오피스까지 주택으로 개조해서 쓰자고 하는 상황에서 위반 건축물에 대해서만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 원상 복구 전까지 이행강제금 계속 부과

    2일 ‘위반건축물 피해자모임’에 따르면 불법 개조 주택을 매입한 선의의 피해자는 전국적으로 1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불법 개조 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근린생활시설인 상가에 취사시설을 설치해 주택처럼 쓰는 것, 둘째 베란다를 불법 증축해 주택 규모를 늘리는 것, 셋째 원칙적으로 호실별 취사시설을 설치할 수 없는 다중주택(소규모 기숙사)에 취사시설을 설치하는 것 등이다.

    위반건축물에 대한 이행강제금은 보통 1년에 최대 2회 부과된다. 지자체별로 단속 기간이나 횟수가 다르다. 이행강제금은 현행 법상 건축물 시가표준액의 50%에 위반면적을 곱한 금액 이하로 부과한다. 예컨대 시가표준액 1억원인 33㎡(약 10평) 짜리 건물에 3.3㎡(약 1평)를 불법 증축했다면 불법 증축한 1평의 시가표준액 1000만원의 50% 이하로 부과하는 식이다.

    이행강제금은 위반 사실이 적발된 시점에 집을 보유 중인 소유주가 내야 한다. 문제는 최초 분양시에는 불법 개조 사실을 알기 힘들다는 것. 예를 들어 건축주가 취사 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채 지자체에 사용허가를 받은 뒤 근린생활시설에 취사시설을 설치하는 식이다. 그러면 일반적인 다세대주택이나 다가구주택과 외견상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땅집고] 불법으로 베란다 공간을 넓힌 대표적 위반건축물 사례. /독자 제공

    문제는 불법 증축한 공간을 원상 복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위반건축물 피해자 서모(27)씨는 “취사나 난방 부분을 원상 복구하려면 집을 새로 짓는 수준으로 공사비가 든다”면서 “증축한 공간이 베란다나 세탁실이라면 복구할 경우 아예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 정부, 호텔·상가는 주택 개조 허용하는데…

    정부도 과거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하는 정책을 내놓은 적이 있다. 2014년 건축법을 개정해 2012년 12월 31일 이전에 준공한 주거용 건축물 중 전용면적 85㎡ 이하 위반건축물 소유주는 5년만 지나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지 않도록 한 것.

    그러나 이를 악용하는 건축주가 생겨나면서 불법 증·개축을 사실상 장려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 이행강제금을 5년간 내더라도 임대 면적을 넓히는 편이 더 이득이기 때문이다. 방 2개까지 66㎡(약 20평) 건물로 사용승인을 받고 13㎡(약 4평)가량 베란다를 확장해 방을 하나 더 만들어 방 3개짜리 빌라로 팔거나 임대를 놓는 식이다.

    결국 정부는 2019년 4월 다시 건축법을 고쳐 전용 85㎡ 이하 주거용 건물에 적용되던 이행강제금 부과횟수 제한 규정을 없앴다. 이에 따라 현재 위반 건축물 입주자는 원상 복구하지 않으면 매년 수백만원대 이행강제금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땅집고] 서울 종로구 숭인동 베니키아 호텔. 도심 호텔을 청년주택으로 탈바꿈한 첫 사례다. /서울시 제공

    위반건축물 피해자들은 최근 정부가 비 주거용 건물을 주택으로 바꿔 주택난 해소에 나서겠다고 한 마당에 위반 건축물은 아무런 구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작년 11월 서울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으로 상가, 사무실, 호텔 등을 매입해 취사·난방 기능을 추가하는 등 주거용으로 용도 전환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피해자 A씨는 “아파트 살 수 있는 여력이 없어서 빌라로 내몰린 사람들의 문제는 외면하고 있다”며 “오피스나 호텔 등을 용도 변경해서 주택난을 해소하자고 하더니 왜 우리를 불법으로 치부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용도변경 관련법 발의…통과는 불투명”

    이 같은 피해자들의 입장을 고려해 관련 법안이 발의된 상황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특정건축물 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안전상 크게 문제가 없고 주민 이익을 해치지 않는 불법 건축물에 한해 사용승인이나 용도변경 등의 기회를 부여하는 내용이다. 박 의원은 “2019년 4월 완공된 특정건축물(전용 85㎡ 이하) 중 인근 주민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고 안전상 문제가 없는 건축물에 대해 한시적이면서 합법적으로 허가 및 신고, 사용승인 및 용도변경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다시 부여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지난 해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 1년째 계류 중이다. 여권 관계자는 “2014년 이행강제금 부과 횟수를 제한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불법 증축이 급증했다”며 “당에서는 불법 증축에 관한 규제를 풀지 말자는 것이 중론이어서 실제 법안이 통과되기는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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