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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5일의 비극…낡은 집 샀다간 쫓겨나고 돈도 잃고

    입력 : 2021.02.27 03:40

    [땅집고] 정부가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의 경우 2월4일 이후 주택 매수자, 우선공급권을 원하지 않는 토지 소유자에게는 무조건 현금 청산을 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은 기존 정비사업(75%)보다 주민 동의율 요건이 3분의 2(66%)로 낮은 데다 재개발 사업의 수용 방식을 적용한 현금 청산 원칙을 적용하기로 해 현금 청산 대상자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땅집고] 윤성원 국토교통부 1차관(왼쪽 둘째)이 최근 공공재개발 후보지인 서울 동대문구 신설1구역을 방문해 공공직접시행 사업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국토교통부


    ■민간 재건축 단지는 ‘개발이익 포함해 청산’

    현행 도시정비사업 관련법상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은 미동의자에 대한 보상 방식이 전혀 다르다. 재건축은 주택건설촉진법상 매도청구 제도를 따르지만, 재개발은 기존 도시재개발법에 근거해 수용절차를 밟는다.

    [땅집고]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 현금 청산 방식. /국토교통부

    재건축 사업은 개발이익을 포함한 금액으로 현금 청산이 이뤄진다. 조합설립인가에 반대하는 소유주에게 재건축 조합은 조합원 자격을 즉시 박탈한다. 또한 해당 주민에게 ‘시가에 집을 매입하고, 현금 청산을 하겠다’는 내용의 매도청구소송을 제기한다. 여기서 말하는 ‘시가’는 매도청구권이 행사된 시점의 객관적 거래 가격으로, 재건축 사업이 시행되는 것을 전제로 해 평가한 가격이다. 즉, 재건축으로 인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개발 이익이 포함된 가격을 의미한다.

    대법원은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에 의한 주택재건축사업의 시행자가 같은 법 제39조 제2호에 따라 토지만 소유한 사람에게 매도청구권을 행사하면 매도청구권 행사의 의사표시가 도달함과 동시에 토지에 관해 시가에 의한 매매계약이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조합이 매도청구권을 행사해 의사표시가 도달한 날이 매매대금의 시가를 정하는 기준일이 되는 셈이다.

    [땅집고] 기존 재건축과 재개발,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의 현금 청산 방식 비교. /국토교통부

    물론 매도청구소송상 ‘개발이익을 포함한 시가’를 결정하는 것은 법원감정인의 시가평가에 의해 좌우되고, 시가평가는 ‘시세’가 아닌 ‘거래사례비교법’에 의한 방식을 통해 이뤄지므로 그 시가 평가마저도 개인간 매매 시세에 이르지는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적어도 개발이익이 포함된 시가평가는 주변 재건축 사업지 거래 사례나 동일 재건축 사업지 내 다른 거래 사례의 비교 방식을 취하고 있다. 현금 청산을 받더라도 상당 부분 시세에 근접한 금액으로 청산금을 받아온 것이다.

    ■ 수용은 ‘개발이익 배제’ 원칙…“결국 새 아파트 값만 오를 것”

    재개발 사업지의 현금 청산은 정부가 공공직접시행 방식에서 도입하겠다고 한 수용 방식과 유사하다. ‘개발이익 배제’가 가장 큰 특징이다. 즉, 토지보상법 제67조 제2항은 “보상액을 산정할 경우 해당 공익사업으로 인해 토지 등의 가격이 변동됐을 때에는 이를 고려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재건축과 달리 재개발 사업지 소유자들은 토지보상법 상 수용을 통해 시세에 한참 못 미치는 청산금을 받아왔다.

    [땅집고] 서울 아파트 전경. / 조선DB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에 적용되는 현금 청산 방식은 토지보상법에 따른 수용방식이다. 토지 등 소유자가 사업 시행자인 공기업에 토지 소유권을 모두 이전하고 정비사업 추진을 반대하는 소유주들은 감정평가액, 즉 시세보다 대개 20% 정도 낮은 금액으로 보상받는 방식이다. 기존 재개발 사업지의 경우 공공직접시행 방식을 적용해도 현금 청산 방식에는 차이가 없다. 그러나 재건축 사업은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을 적용하면 보상 방식과 금액이 크게 달라지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올 2월5일 0시 이후 노후 아파트로 이사했다가 오랜 기간 거주한 이후 그 단지가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경우다. 기존 재건축 사업과 달리 조합설립인가 이전에 이사했어도 영원히 입주권을 받을 수 없다. 뿐만 아니다. 개발이익을 배제하고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현금 청산을 받아야 한다. 오랜 기간 거주해 시세가 올랐다면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까지 내야 한다. 비슷한 수준의 주변 아파트로 이사 가기조차 힘들게 된다. 결국 이런 곳에 투자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최근 “2·4대책에서 발표한 보상 방식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시장 논리와 각종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미 발표한 정책을 그대로 밀어부치겠다는 의미다. 어떤 사업지가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을 추진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선 재산권 침해 논란이 더 거세질 수밖에 없다.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을 진행할 필요가 없는 신축 아파트나 청약 시장에 수요가 더욱 쏠리면서 새 아파트 중심으로 가격이 양극화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권재호 변호사
    /글=권재호 법무법인 센트로 변호사, 정리=김리영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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