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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억 받아 증여세도 냈는데…돈 준 아버지 '특별 세무조사'

    입력 : 2021.02.25 03:44

    [땅집고] 2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아버지인 개인 병원장 B씨로부터 4억원을 증여받고 추가로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샀다. 이후 자금조달계획서에 ‘증여’와 ‘대출’을 명시하고 증빙 서류까지 제출했다. 모든 과정에서 세무사 상담을 받았고, 4억원에 대한 증여세를 계산해 정상적으로 납부했다. A·B씨와 세무사 모두 이 증여와 아파트 매입에 아무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국세청은 얼마 후 A씨가 아닌 아버지 B씨를 대상으로 세무 조사에 나섰다. B씨가 아들에게 증여한 4억원의 출처를 검증하겠다는 것이었다. 국세청은 B씨 사업장인 개인 병원에 대해 특별 세무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5년간 매출 누락에 대해 7억여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땅집고] 국세청은 지난달 28일 ‘2021년도 전국 세무관서장회의’를 열고 주택 증여에 대해 증여 전후 전 과정을 검증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세청

    23일 세무회계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공인회계사회 감사반연합회는 소속 회계사 대상으로 이 같은 세무조사 사례를 전파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회 관계자는 “증여세 신고를 합법적으로 했는데도 부동산 취득자금 원천에 대한 세무조사를 받는 사례가 나와 소속 회계사들에게 부동산 신규 취득에 대한 증여세 상담시 신중을 기해달라는 차원에서 안내한 것”이라고 말했다.

    세무회계 업계에서는 세무 당국이 이처럼 주택 취득을 위한 자금 출처를 넘어 증여 자금에 대한 원천까지 조사하는 것에 대해 “전례가 없던 일”이라며 놀라는 분위기다. 유찬영 세무사는 “주택 매입 자금 출처 조사가 점점 강화되 있는 건 사실이지만 지금까지는 매입자금 출처가 ‘증여’이고 증여세를 정상적으로 납부했다면 증여자의 자금 출처까지 조사하는 경우는 없었다”며 “주택 매입 자금 출처 조사가 전에 없이 강화됐다 의미”라고 말했다.

    [땅집고] 연도별 전국 주택 증여 건수. /조선DB

    지난해 전국 부동산 증여는 13만 건을 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국세청은 지난달 28일 ‘2021년도 전국 세무관서장회의’를 열고 주택 증여에 대해 증여 전후 전 과정을 검증하겠다고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주택을 증여받은 자녀뿐 아니라 필요하다면 주택을 증여한 부모까지 조사하겠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만일 주택을 증여한 부모가 당초 이를 취득하는 단계에서 자금 출처가 불분명했다면 관련 내용을 조사해 세금을 추징할 수 있다.

    하지만 주택 매입을 위해 증여한 자금을 두고 증여자의 소득까지 조사하는 것은 과세권 남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증여한 당사자가 탈세 혐의를 받고 있던 사람이 아닌데도 자금 출처를 묻는 것은 개인 거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주택구입자금 출처 조사라면 최소한 사전에 예상할 수 있는 기준에 맞춰 조사 범위를 한정해야 한다”고 했다.

    국세청은 세무 조사의 구체적인 기준을 공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한지웅 국세청 상속증여세과장은 “증여자의 소득, 소비 성향과 취득 주택 가격 등을 고려해 조사 대상을 선정한다”며 “다만 이상 거래를 판단하는 구체적인 기준이 무엇인지 밝히면 해당 기준을 피해서 증여하는 등 악용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어 내부 기준을 대외적으로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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