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2.19 03:04
[함현일의 미국&부동산] 공급 부족에 올해도 미국 집값 오른다
[땅집고] 정말 깜짝 놀랐다. 얼마 전 주변 새 단지의 단독주택 가격을 보고 입이 벌어졌다. 6개월 전보다 약 3만~4만달러 올라있었다. 집값이 1년에 수억 원씩 오르는 한국에서야 놀랄 일이 아니지만, 미국에선 드문 일이다. 이제야 미국 부동산 전문가들이 2020년 주택시장을 보고 ‘크레이지’(crazy)라고 표현한 이유를 알았다. 그리고 궁금했다. 2021년은 어떨지. 전문가 의견을 모아 2021년 미국 주택시장을 전망해 본다. 물론 전망대로 흘러가지 않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변화무쌍한 코로나 아래서는 무엇도 장담할 수 없다.
2021년 미국 주택 시장 전망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강’(strong)이다. 2020년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유는 간단하다. 수요는 많은데, 재고는 적고, 은행 이자는 역대 최저 수준이다. 여기에 올해는 백신으로 코로나가 한풀 꺾이면서 팬더믹 때문에 주택 구매를 미뤘던 수요까지 시장에 더해질 가능성이 높다. 바이러스 공포로 공동생활 구역이 많은 콘도와 아파트에서 단독주택으로 이주가 늘어날 수도 있다. 집에서 일하는 부모와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 아이들로 인해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려는 수요도 커질 전망이다. 모두 가격과 거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다.
■“집값 최대 10% 상승…거래량도 증가”
이에 따라 가격이 계속 올라갈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리얼터닷컴(realtor.com)은 2021년 주택 가격 상승률을 5.7%로 예상했다. 지난해 상승률(6%)에는 못 미치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다. 레드핀(Redfin)도 5% 이하 가격 상승을 전망했다. NAR(National Association of Realtors)은 다소 보수적인 전망을 했다. 올해 주택 가격 상승이 3%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역대 최고치를 예상하는 곳도 있다. 질로우(Zillow)는 올해 주택 가격 상승률이 10%를 넘으면서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질로우만이 아니다. 미국 기업 연구소(American Enterprise Institute)도 낮은 주택 재고와 이자율로 주택 가격이 10.3%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격 상승률 전망은 3%에서 10%로 폭이 좀 큰 편이다. 하여튼 내릴 것으로 전망한 곳은 없다.
거래는 한결같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NAR은 기존 주택 판매는 전년 대비 9%, 새 집 판매는 20%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0년 기존 주택은 3%, 새 집은 20% 거래가 증가했다. 리얼터닷컴은 “2021년 주택시장은 2020년과 다르게 좀 더 정상적일 것”이라며 각각 7%와 9% 증가를 예견했다. 질로우는 큰 폭의 증가를 점쳤다. 약 690만 채의 주택이 팔리며 거래량이 전년 대비 21.9% 상승해 1983년 이래 최고 상승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봤다. 질로우가 10% 가격 상승을 점친 이유가 여기 있다.
■가장 큰 변수는 공급
변수는 공급이다. 수요가 많은 마당에 공급이 따라주느냐가 가격과 거래량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신규 리스팅은 2019년 대비 약 3%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와 다르게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얼터닷컴은 재고 주택이 천천히 예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레드핀은 2021년 신규 리스팅이 전년 대비 5%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질로우는 여전히 공급이 절대 부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질로우는 “공급 위기가 계속되면서 바이어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주택 가격이 대공황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상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규 주택 공급도 늘어날 전망이다. 주택 건설사들의 신규 단독주택 판매와 기대감을 측정하는 NAHB/웰스파고 주택시장지수는 지난해 12월 86을 기록했다. 작년 11월(90)보다 소폭 낮아졌지만, 여전히 강한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 2019년 초 이 지수는 58을 기록하며 경기 침체 우려가 반영됐었다. NAHB(National Association of Home Builders)는 2021년 단독주택 건설이 대공황 이후 처음으로 100만가구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는 88만4000가구가 신규 공급됐다. 코어라직의 경제 전문가는 언론 인터뷰에서 “(올해) 주택 시장이 공급과 수요 불균형으로 계속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말 이자율 3% 넘어설 것
또 다른 변수는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이다. 지난해 주택가격 상승과 매매를 크게 뒷받침한 것은 다름 아닌 역대 최저 이자율이다. 30년 만기 대출 이자가 2% 초반까지 떨어졌다. 올해는 어떨까. 낮겠지만, 지난해만큼은 아니다. 여러 전문가가 주택 가격 상승이 안정화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NAR은 올해 모기지 이자가 연 3.1%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얼터닷컴도 이자가 점점 오르면서 연말에는 3.4%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레드핀도 “느린 글로벌 경제 회복에 따라 모기지 이자가 낮게 형성되겠지만, 3%까지는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모기지뱅커연합(Mortgage Bankers Association)도 3.2%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구매자들의 주택 가격 감당 능력이다. 영어로는 ‘어포더빌러티’(affordability). 주택 시장에서 중요한 지표 중 하나다. 아톰데이터(Attom Data)에 따르면 2020년 4분기 미국 499개 카운티 중 275개 카운티의 주택 가격 감당 능력이 지난 평균보다 악화했다. 소득보다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이다. 2019년 4분기는 217개 카운티, 2017년 4분기는 164개 카운티의 ‘어포더빌러티’가 뒷걸음질했다. NAR은 공급이 충분히 늘지 않으면 이런 문제가 올해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갈수록 집 사기 어려워지는 것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마찬가지다.